WRITER 덕원
집에 젊음의 샘물을 숨겨둔 것 같다는 소문의 주인공, 감 좋은 것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수만 프로듀서가 전격 복귀했다. 케이팝의 아버지나 다름 없는 그가 갑작스럽게 케이팝씬을 떠나기도 했고, 3년 경업금지라는 독소 조항까지 맺은 것으로 알려져 당시만 해도 복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수받고 떠날 수 있을 때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그가 떠나는 것이 사실화되었을 때 당혹스러움을 표출하는 팬들도 상당수 있었다. 본래 팬이란 자신의 아이돌을 담당하는 프로듀서에게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케이팝 팬이라면 이수만 프로듀서에게만큼은 그의 업적에 대한 존경심을 보내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설립한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중심으로 케이팝의 산업화는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며, 항상 새로운 방향성을 통해 세대교체에 앞장섰으니 말이다. 굳이 정연하게 언급하지 않아도 머릿속을 스쳐 가는 그룹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력 때문인지, 필자도 이수만 프로듀서의 복귀가 내심 반갑기도 했다. 올 한해 속 시끄러웠던 케이팝 산업과 계속해서 대두되고 있는 위기론을 생각하면 변화점을 줄 수 있는 돌파구가 필요하기도 했다. 물론 뉴페이스의 등장은 아닌 만큼, 그가 복귀한다는 소식에 회의감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케이팝과 기술이 융합된 시대를 가장 먼저 제시하고, 성공 공식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한체제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그룹을 시도하는 그의 도전 정신이 케이팝 산업에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것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아닐지는 차후 문제가 아니겠는가. 필자가 호불호 갈릴 수 있는 그의 새로운 행보에 관해 글을 쓰는 이유도 어김없이 새로운 방향성의 제시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SM과 안녕을 고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 새로운 회사를 런칭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 회사가 바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A2O 엔터테인먼트(이하 A2O)이다. 경업 금지 조항은 아직 효력 상태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한국에 완전히 복귀한 것도 아니고 이곳에서 데뷔한 연습생들도 한국에서 활동할지 미지수이지만, 약 한 달 전부터 A2O 공식 채널에 올라오고 있는 영상들은 한국에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https://youtu.be/m5_4MTGgnlA?si=yEjKMtdzAHt0I3CH
해당 영상들이 화제를 모은 이유에는 루키즈의 재등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A2O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A2O 루키즈라는 이름으로 연습생들의 무대 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루키즈란 아직 데뷔하지 않은 연습생들을 대중에게 공개하여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인지도를 쌓는 프리 데뷔팀을 말한다. 쉽게 말해 데뷔가 유력한 연습생을 사전에 공개하는 것이다. 루키즈는 이수만 프로듀서가 SM에 있을 당시 도입한 연습생 시스템 중 하나로,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데뷔하기 전부터 응원할 사람을 찾게 만드는 참신한 프로모션으로도 꼽힌다. 한때 SM 루키즈에 소속된 연습생들은 미키마우스 클럽이라는 방송에 출연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었는데, 출연한 남자 연습생들이 엔시티 드림으로 데뷔하면서 내 돌의 풋풋한 시절을 볼 수 있는 재미 요소가 되기도 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루키즈 시스템은 데뷔 전부터 홍보할 수 있는 좋은 프로모션인 만큼 꾸준히 이어왔는데, 엔시티 위시로 데뷔한 시온과 유우시 이후 SM의 공식 루키즈 계정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태다. SM은 연습생들에 관한 정보가 자주 누출되어 루키즈라는 루머가 돌곤 하는데, 앞으로 루키즈 시스템이 계속 운영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때문인지 A2O 루키즈 연습생들의 등장을 더욱 반가워하는 분위기이다.
현재 A2O에서 공개한 연습생들은 3분의 2정도가 중국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업 금지 조항의 영향으로 한국인은 전혀 없다. 자국민 멤버에 대한 선호는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루키즈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한때 SM은 이수만의 꽃밭이라고 불리울 만큼, 그의 인재를 알아보는 눈과 미감 하나만큼은 모두가 인정하는 분위기다. 과거 SM 루키즈의 중심이 이수만 프로듀서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가 선택한 연습생들로 구성된 A2O 루키즈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기도 하다.
A2O 루키즈들은 연령과 성별에 따라 팀이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15세 이하 소녀들로 구성된 ‘LTG’, 15세 이하의 소년 팀인 ‘LTB’, 16세 이상의 소녀 팀 ‘HTG’가 있다. 루키즈 안에서도 팀이 나뉘어져 있어 한 번에 여러 팀이 데뷔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A2O 루키즈는 매일 성장을 거듭하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직접 팬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하여 매 순간 즐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대략 2주 간격으로 루키즈들의 무대 영상이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다. 거기다 공개된 루키즈들은 모두 개인 인스타도 함께 운영 중이다. A2O는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참여형 교육 플랫폼을 추구하고, 그것의 일환으로 루키즈 시스템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만큼 어느 루키즈 시스템보다도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https://youtu.be/E10wtRjr3TI?si=G6mSnc5y1mkySYFf
그렇다면 이들의 실력은 어떠할까? A2O 루키즈들이 외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실력이 부족할 것이라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프로듀서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A20 연습생들은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대체로 어린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재 가장 조회수가 높은 소년팀 LTB의 H.O.T ‘CANDY’ 커버 영상은 맑고 순수한 분위기로,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마성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C-POP의 한계가 언어로 꼽힐 만큼, 중국어는 억양이 강해 결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듣기 편한 언어는 아니다. 그럼에도 연습생들이 중국어로 소화한 CANDY 노래가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고, 특유의 깨끗함이 묻어난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도 과거보다 아이돌 트레이닝 시스템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내와 수준 차가 확연히 나는 가운데 단기간 안에 중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깔끔하게 군무를 완성하고 한국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것을 고려하면, 업계의 근본 프로듀서는 레벨이 다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외모에 대한 칭찬도 자자하다. A2O가 설립된다는 소식이 보도되기 전부터, 이수만 프로듀서가 미소년 친구들과 중국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들이 포착되곤 했었다. 그 모습에 미남, 미녀 수집가 기질이 발동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번에도 완성형 미모를 자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대략 1년 전만 해도 SM 비주얼 계보를 이어왔던 프로듀서인 만큼, 사람들은 SM 가수들과 연습생들을 비교하며 닮은 꼴을 찾기 바쁘다. 워낙 비주얼이 뛰어난 멤버가 많은 SM이지만 그중에서도 이수만의 픽으로 꼽히는 계보가 있기에, 익숙한 얼굴들을 찾으며 추억을 소환하는 분위기다. Candy 커버 영상의 구름 또한 과거 SM 연습실에 달려있던 구름무늬 블라인드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며, 케이팝 고인물들 사이에서는 소소한 디테일이 웃음까지 주고 있다.
하지만 A2O가 기대되는 것은 비단 루키즈 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https://youtu.be/TV4__dCH1RM?si=1qJRAXo42WbohPrS
이수만 프로듀서의 복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Zalpha Pop (잘파팝)’이라는 용어를 내세웠다는 점이다. 그는 A2O 루키즈들의 정체성을 잘파팝으로 정의한 바 있으며, 앞으로 할 음악도 케이팝이 아닌 잘파팝임을 비춰왔다. 일부에서는 경업금지 조항으로 인해 케이팝 대신 잘파팝이란 새로운 명칭을 내세운 것이라는 후문이 나오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론 보긴 어렵다.
잘파팝은 잘파세대를 겨냥한 음악이다. 여기서 잘파세대란 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이다. 여담으로 A2O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은 ‘Alpha to Omega’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A2O에서 데뷔하는 팀이 나오기 전까지는 잘파팝의 추구 방향을 정확히 알 순 없겠지만, 케이팝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SM에 있을 당시부터, 기술과 음악의 접목을 통해 K팝은 글로벌 뮤직으로 진화해야 하며, 이것은 지속 가능한 세상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K팝의 글로벌 도약은 모든 회사가 목표로 하는 만큼 특별히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케이팝이 될 미래 고객에 대해 고민하고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케이팝 정체기의 배경에는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새로운 고객과 시장에 대한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케이팝은 이미 고인물들의 판이 되어버렸다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말의 뜻은 즉, 한 사람이 여러 그룹을 좋아한다거나, 어떤 그룹에 새롭게 유입된 팬도 원래 케이팝 씬에 발을 담그고 있었던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케이팝씬 자체에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이 적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익으로 직결되는 팬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20대에서 30대라고는 하지만, 잠재 고객은 사실상 알파세대에 포함되는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다. 요즘 10대들도 아이돌을 좋아하긴 하나, 인플루언서의 등장으로 연예인만을 우상으로 삼는 시대도 아니고, 즐길 콘텐츠도 과거보다 많아져 케이팝 시장으로 유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보고가 많다. 필자가 초등학생 때만 해도 반의 모든 친구들이 아이돌을 좋아하곤 했는데, 지금 어린 학생들은 인플루언서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반에서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알파세대부터 그다음 세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은 분명하다. 그동안 단순히 해외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목표만 넘쳐났을 뿐, 정확히 세대에 대한 공략을 비춰온 것은 처음이기에 관심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방향성에서 4차 산업과의 융합이 강조되면서, 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의견부터 모 아니면 도 같다는 반응도 상당히 많았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전략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그인데, 태어날 때부터 기술을 접하고 AR/VR,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도 빠른 알파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의도인 것이라면,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필자도 여전히 버츄얼 아이돌, NFT를 활용한 팬덤 시스템 등 기술이 결합한 상황들이 잘 적응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케이팝의 지속된 발전 중 하나가 새로운 소비자를 사로잡는 일이고, 이를 위한 하나의 전략이라면 기술과 결합한 잘파팝의 등장도 충분히 기대되는 바다.
https://youtu.be/wi7xICWKlBU?si=f1OLpPDAzqx8ezZ_
잘파팝에 대한 설명을 마무리하며, 필자에게 잘파팝을 가장 와 닿게 한 루키즈 영상 중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최근 길게 뻗은 팔다리에, 무표정 속 완벽한 얼굴형과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 AI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 연습생이 있다. 바로 HTG에 소속되어 있는 ‘SHIJIE’이다. ‘SHIJIE’는 수려한 비주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습생이기도 하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AI와의 융합을 추구하면서, 그 시작이었던 에스파 멤버들에게 미래적인 비주얼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 그의 방향성이 잘 녹아든 것이 ‘SHIJIE’의 독무 영상으로, 깔끔한 배경에 마치 게임 캐릭터같이 춤을 추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잘파팝과 여러 그의 방향성이 궁금하다면, 영상의 연출적 요소들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즐거움의 요소가 될 것 같아 슬며시 추천해 본다.
알파세대 친구들이 부르는 잘파세대를 저격할 잘파팝, 이것이 과연 어떤 음악일지, 이 안에 기술은 또 어떻게 융합될지 점점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것이 케이팝 산업에 어떤 새로운 구도를 형성할지가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하다. 그러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양산형 아이돌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 속에서 잘파팝이 신선함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A2O의 첫 행보를 보면서 케이팝 산업에 부여할 새로운 긴장감보다도, 특히 현지화 전략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많은 기획사가 현지화 그룹 제작에 열의를 다하는 가운데, 외국에만 거점을 두고 활동하는 것이 의도한 상황은 아니었겠지만,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동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한국의 케이팝 육성, 제작 시스템을 모방하여 자기화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지만, 케이팝의 주요 시장이 동아시아권인 것을 생각하면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주요 소비자들의 관심이 계속 케이팝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라도, 현지화 전략은 계속 탄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한령으로 인해, 케이팝의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가수들의 활동이 제한되고 있고 현지화 그룹도 상대적으로 반응이 미미한 편이다. 중국 시장 개척에 대한 목표를 꾸준히 비춰왔던 프로듀서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에서 제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중국도 다양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곤 하는데, 매번 실력이 부족한 친구들이 대거 출연해 중국에서는 좋은 아이돌이 나올 수 없다고 단정 지어버린 사람들도 있는 분위기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깨고, 1년 만에 이 정도의 완성도를 보였다면, 우리의 기대가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잘파팝이 좋은 플레이어들과 시너지를 내어, 알파세대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더욱 넓혀 주길 바라는 바다. 단순히 한 국가권을 넘어, 알파세대라는 특정 세대의 본질적인 특징을 파고들어, 다양한 나라의 잠재 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으로 거듭나길 응원한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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