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을 중심으로 본 대형 기획사 삼사 연말 정산

ㅣWriter. 오드

by 아이돌레


어느덧 12월도 중순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케이팝 아이돌은 새로운 음악으로 컴백하기보다는 연말에 찾아오는 각종 음악 시상식 무대 준비에 여념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 시상식 시즌에 맞춰 필자도 지난 1년 간을 되돌아보았다. 이번에 진행할 연말 정산은 엄청난 분석은 아니고, 일개 케이팝 팬의 찐한 감상문에 가깝다. 2025년의 케이팝을 이끈 삼사의 음악에 대해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려고 한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대형 기획사 삼사를 고르는 데 고심을 거쳤음을 밝힌다. 여기서 말하는 대형 기획사는 현재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거나 센터 제를 운영하면서 많은 수의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기획사로, HYBE, JYP, SM(알파벳순)을 선정한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모든 그룹과 솔로 아티스트에 대해서 논하고 싶었지만, 너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기획사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걸 그룹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그룹이 있으나 그들의 음악이 감상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닌 점도 분명히 하겠다.




HYBE –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에서 줄타기


작년부터 회사 안팎으로 시끄러운 뉴스가 가득하지만, 일단 그런 배경은 제하고 음악만 놓고 얘기해 보겠다. 하이브 소속 그룹들은 기존에 잘하던 컨셉을 더 잘 표현해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평을 내릴 수 있겠다. 올해는 평소 약점으로 여겨지던 과한 레퍼런스는 덜어내고, 그룹별로 대담한 이미지 확장에 나선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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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르세라핌은 작년 논란의 여파로 인해 전과 같은 성과는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걱정이 무색하게 올해 나온 두 곡 모두 나름 준수한 성적을 보여줬다. 솔직히 〈HOT은 필자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자주 찾아 듣진 않았다. 반면 SPAGETTI는 처음엔 다소 충격적 정도로 의외였지만, 챌린지를 통해 자주 접하다 보니 일명 ‘뇌이징’이 되어버렸다. 요즘 어느 그룹이나 비슷하다지만, 특히나 하이브 아이돌의 공통점은 챌린지가 급물살을 타면서 음원차트에서도 함께 상승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만큼 하이브가 마케팅을 잘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발매 초반부터 믿고 듣는 반열에는 아직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확실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악을 내놓고 있어 그런 듯하다. 초반엔 매우 생경해서 다들 어려워하지만, 꾸준하게 챌린지로 바이럴되고 자연스럽게 뇌이징되면서 노래를 찾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독 레퍼런스의 향기가 짙다는 비판을 받아온 르세라핌이 더 세밀하고 뾰족한 묘사를 통해 그룹만의 서사와 이미지 모두 구축하는 데 성공한 점은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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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일릿은 마법 소녀의 이미지를 꾸준하게 가져가며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나온 두 곡이 신기한 점은 사운드가 매우 풍부하고, 빠른 템포의 빌려온 고양이와 다르게 최근 나온 NOT CUTE ANYMORE은 아예 힘을 뺀 느린 템포의 곡이다. 정반대 성향의 곡을 한 해에 동시에 낸 점이 특이하다. 자칫 그룹 색이 흐려질 수 있는 무리수에 가까운 위험한 시도인데, 이곳저곳 그룹 색을 수놓아 두어 아일릿의 곡임을 분명히 한 점이 칭찬할 만하다. 다만 두 걸 그룹 모두 특별한 타이틀 곡에 온 힘을 쏟아서 그런지 더블 타이틀 급의 수록곡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살짝 아쉽다. 그럼에도 수록곡 맛집이라는 별명답게 충분히 좋은 수록곡이 많아 앨범 전체를 듣기에 좋은 것은 여전하다. 앨범 디자인에서도 해당 앨범 컨셉과 그룹 색을 아름답게 담아 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여 소장 가치도 높다.


내년 봄 방탄소년단의 컴백과 다시 어도어에 돌아오고 있어 컴백에 이목이 쏠리는 뉴진스를 포함해 많은 그룹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브의 내년은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 그룹 이미지를 확장해 갈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




JYP – 은근한 존재감을 드러낸 정통의 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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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조용하고 은근하게 존재감을 드러낸 기획사는 바로 JYP다. 데뷔 후 처음으로 1위를 달성한 엔믹스, 연말 시상식에서 대상을 휩쓸고 있는 스트레이키즈, 음원과 콘서트에서 꾸준함을 맡는 데이식스까지 실속을 단단히 챙기고 있다. 그렇지만, 소속 그룹 중 트와이스의 활약이 정말 멋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대흥행에 힘입어 영화 속 삽입된 Strategy뿐 아니라 OST TAKEDOWN이 빌보드 HOT100에 올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케이팝 걸 그룹 최초 헤드라이너를 맡은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는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꽉찬 셋 리스트와 라이브로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낸 점도 기억에 남는다. 내년에는 국내 가수 최초로 일본 도쿄 국립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한다고 하니 트와이스의 국외 인기가 새삼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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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믹스의 정규 1집은 높은 퀄리티와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목말랐던 대중성을 잡았다는 점에서 올해 케이팝 씬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여러 아이돌의 라이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엔믹스와 같이 실력 있는 그룹이 성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상황에서 Blue Valentine의 성공은 상징성이 크다. 든든한 실력을 갖춘 채 한우물을 판다면 언젠간 빛을 발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성공이 온전히 믹스팝의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역대 타이틀 곡 중에 믹스 파트가 가장 적고, 이질감 없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기존 엔믹스의 색깔이 느껴지면서도 세련되게 다듬은 수록곡 SPINNIN' ON IT도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엔믹스만의 한층 깊어진 사운드의 믹스팝으로 대중을 또 한 번 사로잡길 기대한다.




SM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연초부터 SMTOWN 콘서트를 성대하게 진행하며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그 기대치를 밑돈 한 해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필자도 핑크블러드로서 크게 실망했기에 이전 기획사와는 다르게 좀 더 강도 높은 비판을 싣겠다. 몇 년 전만 해도 SM이 아이돌 트렌드를 이끄는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온데간데 없다. 이수만이 퇴사하고 나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됐다. 이수만이 전부 잘한 것은 물론 아니지만, 어째 나이 든 사람보다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수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지리스닝이라는 틀에 갇혀 제대로 된 SM 색이 묻어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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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에스파는 Supernova, Armageddon, Whiplash 3연타의 벽이 너무 컸던 것인지 너무 무난한 Dirty WorkRich Man을 들고 와 이전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악재가 연이어 터져버려 매우 침체한 상황이다.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고 악성 댓글을 쏟아내고 있는 사람들이 문제지만, 그 전에 앞서 소속사와 가수 모두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아 안타깝다. 내년 정규 2집 발매를 앞 만큼 내년에는 절치부심해서 다시 2024년의 영광을 재현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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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투하츠는 그래도 SM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발군이었다. 슴슴한 평양냉면 맛을 개척한 FLO 작곡의 The Chase부터 2세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STYLE, SM이 잘하는 하우스 음악을 오랜만에 선보인 FOCUS까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디스코그래피를 꾸렸다. 하지만 음악과는 별개로 그룹 이미지는 구축되지 않고 있다. 에스파는 데뷔 초부터 확실한 정체성으로 케이팝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는데, 아직 하츠투하츠의 이미지는 뚜렷하지 않다. 하츠투하츠에게 중소 기획사 그룹 느낌이 든다고 하는 이유도 이런 데에서 나오는 것일 테다. 내년부터는 음악뿐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패션에서 하츠투하츠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츠투하츠가 SM 걸 그룹 노래를 자주 커버하고 있는 것 역시 하츠투하츠의 색이 흐려지는 요인 중 하나다. 어쩌다 한두 번 기존 곡을 활용하는 것은 추억을 되살리고, 재해석한 무대로 신선함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너무 자주 활용하다 보니 뻔하게 느껴지고, 오히려 비교된다. 하츠투하츠의 몽환적인 색이 느껴지는 좋은 수록곡이 여러 개 있는데, 이를 활용해서 그룹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겠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를 정리해보자면, 충분히 새로운 음악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아쉬운 한 해였다. 계엄으로 일순간 모든 것이 정체돼 버린 상황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대성공 탓에 한 해를 정리할만한 이렇다 할 기존 케이팝 아이돌 노래가 나오지 않은 점도 강하게 작용했다. 케이팝 덕후로서 노잼 시기였던 올해를 뒤로하고, 내년에는 임팩트가 확실한 케이팝이 매달 빵빵 터져 음악적 행복을 가져와 주면 참 좋겠다. 기획사 삼사를 포함한 케이팝을 하는 기획사 모두 부단한 노력으로 풍성한 2025년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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