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캐럴은 생각보다 역사가 짧지 않다. 1999년 12월, SM이 처음으로 캐럴 컴필레이션 앨범 《Christmas in SMTOWN.com》을 내놓으면서 케이팝 캐럴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물론 그전부터 겨울 시즌 송은 존재했지만, 본격적인 아이돌의 캐럴은 이때부터다. 아이돌 산업이 캐럴을 하나의 콘텐츠로 인식한 계기인 셈이다. 이때부터 겨울이라는 계절이 케이팝 산업에서 중요한 시기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SM을 필두로 그룹의 겨울 앨범, 솔로 아티스트의 크리스마스 앨범 등이 등장하고, 여러 기획사에서 간간이 합동 앨범을 내놓는다. 5명 중 무려 4명의 필진이 SM 아티스트가 발매한 캐럴 곡을 최고의 캐럴로 선택한 점은 절묘하다. 그만큼 SM이 캐럴 명가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에프엑스 - 12시 25분
오드: 이토록 그룹 색이 잘 드러나는 아이돌 캐럴은 없다고 자부한다. 대개 케이팝의 캐럴은 이벤트성 음원으로 치부되어 그룹이 해온 음악 스타일과 어긋나는 편이다. 캐럴 곡 대부분 기존 캐럴 문법을 답습하거나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변주한다는 이야기다. 〈12시 25분〉은 누가 들어도 에프엑스의 노래다. 〈12시 25분〉은 일렉트로니카의 장인답게 에프엑스 특유의 일렉트로닉한 몽환은 담으면서, 캐럴의 요소도 빼놓지 않은 완벽한 곡이다. ‘SM WINTER GARDEN 프로젝트’ 곡 중 하나로 레드벨벳의 세가지 소원이 제일 유명하지만, 이 곡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게 원통할 정도로 가히 최고다. 놓치지 않아야 할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엠버의 음색과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겹겹이 쌓아 올려지는 화음이다. 랩 파트를 주로 맡던 엠버는 한국말을 그리 잘하지 못하고, 툭툭 던지는 화법을 사용하다 보니 음색에서 주목받는 멤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 곡에서는 부드러운 음색과 발음으로 사운드와 함께 완벽한 조화를 이뤄낸다. 노래가 끝나갈수록 멤버들의 허밍은 성가대가 떠오를 정도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정점을 찍는다. 재발견인 엠버의 음색과 곡의 묘미를 장식하는 패이스트리 같은 화음을 꼭 집중해서 들어 보길 바란다.
| 엑소 - 첫눈
영: 필자가 정의한 캐럴은 12월부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까지 듣는 겨울 노래인데, ‘첫눈’이라는 제목 덕택에 12월이 시작되면 자동 재생되는 곡이다. 혹여 바로 생각나지 않더라도 첫눈이 오자마자 음원차트에 기웃거려 곧바로 들을 수밖에 없는 곡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 된 것 같다 하면, 첫눈이 왔다 하면, 이 노래를 자동으로 떠올린다. 몇 해 전부터 인기를 끈 챌린지의 공도 크겠지만, 이미 그 전부터 엑소엘을 포함한 케이팝 팬들의 대표 겨울 곡이었다. 〈첫눈〉이라는 제목과 함께 도입부터 겨울 느낌이 충만하다. 노래의 가장 큰 장점은 노래를 듣던 당시의 기억까지 살려준다는 점인데, 캐럴은 그 장점이 특히나 잘 발휘된다. 첫눈은 그러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뭉클한 곡이다. 평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바라는 사람으로서, 올겨울에도 마르고 닳도록 들으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원하고 있다.
| 클라씨 - Winter Bloom
리스: 인지도가 낮고 퀄리티도 뛰어나지 않아 모두에게 최고의 캐럴이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곡이라 이야기하겠다. 저번 10월 호 대담에서 밝혔듯 벅차오르는 분위기를 가진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 곡엔 정말 그런 느낌이 가득하다. 4세대인 지금 2세대의 느낌이 다소 촌스러울 수 있지만 캐럴은 아는 맛으로 듣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Winter Bloom〉은 모두가 아는 맛을 클라씨답게 풀어낸 캐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클라씨가 회사를 옮기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활동에 대한 기대와 함께 추천해 본다. 다만 공식 영상 말고 완벽한 헤메코의 무대 영상으로 이 곡을 접하는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뮤직비디오도 아닌 애매한 영상을 보면 이게 공식 영상이 맞는지 참으로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클라씨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소속사로 인해 좋은 곡을 가지고도 활발한 활동을 하지 못한 게 너무 안타깝다. 앞으로 부디 그런 일은 없길 바란다.
| 엑소 - 불공평해
혜성: 엑소만큼 겨울에 진심인 아이돌 그룹은 없다. 정말 긴 시간을 엑소엘로 살았던 지라 주제를 받자마자 엑소의 겨울 앨범 속 노래들이 먼저 생각났다. 그 중에서도 하나만 꼽자면 〈불공평해〉다. 노래 자체에는 겨울이나 크리스마스가 연상되는 가사는 전혀 없다. 하지만, 겨울 앨범에 수록된 노래일뿐만 아니라 장난스러운 스윙 리듬에 핑거 스냅이 가미된 밝은 분위기의 곡이기에 캐럴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이 노래가 주는 향수는 어마어마하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 《SING FOR YOU》가 발매된 2015년은 엑소의 최전성기로, 당시 거의 모든 친구가 엑소엘이던 시절이다. 이때 같이 본 151219 음악중심 무대를 잊을 수 없다. 현재 조회수는 무려 2,120만으로, 의사 백현, 경찰 도경수를 다들 한 번씩은 목도했으리라 믿는다. 다 같이 모여 노래를 듣고 행복에 가득 찼던 기억이 아직까지 생생하다. 그리울 정도다.
| 엔시티 드림 - Candy
차이트: 〈Candy〉라는 제목 자체는 노래 가사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곡의 전반적인 내용도 겨울이나 크리스마스랑은 전혀 연관이 없다. 〈불공평해〉와 비슷하게 오로지 사운드와 비주얼라이징만으로 겨울 노래로 잘 설득한 곡이라 주목해야 한다. H.O.T라는 까마득한 선배 그룹이 쌓아둔 레거시에, 엔시티 드림이 주는 어리고 산뜻한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완성도 높고, 귀여운 포인트가 가득 찬 곡이 탄생했다. 흔히들 롤러장, 오락실 감성이라고 말하는 옛 느낌을 불어 넣는 신스 사운드(G-Funk)뿐만 아니라 끝에 들리는 디제잉 파트, 안무에서도 복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곡을 들으면 색색의 겨울옷을 입은 멤버들 모습과 인트로 무대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특히 힙합의 기초 안무가 다 들어가 있는 게 인상적이다. 요즘엔 리듬 위주의 기본 안무만으로 구성하지 않는데, 〈Candy〉의 안무는 직관적이고 따라 하기 쉬운 기본 안무여서 더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Candy〉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온 가족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캐럴이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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