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차이트
민희진과 뉴진스(NewJeans)는 한일 양국에서 활동할 더블 싱글 〈How Sweet〉, 〈Supernatural〉의 티저 사진을 공개하며 장기적 S/S(Spring/Summer; 상반기 계절) 패션 트렌드를 제안했다. 룩북에 가까운 퀄리티 중에서도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링거티’의 디테일이다. 여기서 링거티(Ringer T-Shirt)란, 목과 양팔 소매에 원형 라인을 따라 두른 띠(링(고리); Ring)을 부각하려는 배색이 돋보이는 티셔츠를 말한다.
이 링거티는 50년 대부터 시작되어 70년 대를 기점으로 처음 크게 유행한 패션 아이템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패션 잡지, 신문 및 카탈로그와 아마추어 사진작업물 등으로 그 흔적을 종종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남성복 광고를 지면에 싣던 패션 브랜드 ‘Sears(시어스)’의 홍보물을 제외하면 남아있는 자료 대부분의 정확한 출처는 미상이나, 어쨌든 유행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링거티는 80~90년 대 한동안 인디 씬에서 숨을 죽였다가 00년대 초반 이들의 퇴폐적 분위기가 트렌드 주류로 올라오면서 ‘어반 아웃피터스(Urban Outfitters)’,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 등의 브랜드 유행을 업고 금의환향한다.
위 사진은 00년대 일본 및 영미권 패션지에 실린 링거티 소개 섹션이다. 조금 차이가 보이는가? 70년대에는 쨍한 원색, 몸에 더 달라붙는 핏, 노골적인 태를 자랑했다면, 00년대 링거티는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채도를 죽이고, 핏에 살짝 더 여유가 있어졌다. 팔뚝과 팔 소매 사이의 간격을 유심히 보면 그 격차가 더 뚜렷하게 보인다. 기능성 의류나 속옷 느낌의 일상복에서 어엿한 여름철 단독 외출복으로 써도 손색없는 디자인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2020년대에 다다른다. 링거티는 이전보다도 더 담백해져서 돌아왔다. 링거티를 협찬받은 인플루언서의 착용샷에서 자주 보이는 얇은 실, 좀 더 느슨한 원사, 펑퍼짐해진 핏과 00년도보다도 더 탁해진 채도가 눈에 띈다.
(2020년대 인플루언서 협찬 링거티 예시사진; 권리 문제로 사용 미허가 사진은 링크로 대체함.)
1.https://www.instagram.com/p/C9Ry2ljv4wq/
링거티는 특유의 소매 디자인이 자칫 유치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그동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변주의 디테일을 보고 있노라면 전반적으로 점점 정갈함을 지향하는 대중의 심리 변화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잠시 사족이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아이돌레 팀원 분들과 회의할 때 와이드팬츠에서 스키니진으로의 트렌드 회귀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여기서 다른 에디터 분이 “이미 ‘와이드 팬츠’의 편한 맛을 알아버린 후와 그 전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이전과 지금의 바지 폭 변화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완벽히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아무래도 누가 보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의 여유감이 중요해진 것만큼은 확실하다. 다만, 이전처럼 너무 펑퍼짐해서 편안하다 못해 도리어 중구남방으로 튀는 실루엣 연출과는 다르게 확실히 링거티 특유의 선으로 단정하게 매무새를 마무리짓는 인상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메가 트렌드는 쉽게 물러나지 않고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전만큼 넓어지다 못해 거추장스러울 정도의 기장과 와이드핏은 도리어 자제하려는 움직임이 메가 트렌드 안에 자리하는 하나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만든 것으로도 보인다.
비교를 위해 00년대에 가까운 색감의 링거티 사진을 가져와보았다. 확실히 타이트하고, 색감 대비가 강한 편이다. 물론 지금도 이렇게 입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트렌디하다는 느낌과는 아주 조금 거리가 멀다. 특히 남자의 경우 링거티를 입었을 때 너무 어려보이는 느낌이 나는 데에서 오는 민망함이나 위화감을 없애려면 이러한 포인트를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두께감 있는 정도로 너비가 있는 링이 좀 더 깔끔하고 단정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울러 혜인의 나그랑 티셔츠스러운 어깨-팔 부분의 소매 배색, 그리고 하니의 자잘한 크랙(Crack; 까지거나 벗겨진 느낌, damaged(데미지)라고도 부름.)이 들어간 서체 프린팅 등도 눈에 띈다. (00년대 이후 재유행하기 전까지 링거티에는 으레 팝아트 내지는 캐릭터 프린팅이 일종의 ‘국룰’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짚은 디테일은 이 사진에서 더 또렷하다. 먼저 비즈빔(Visvim)의 회색 나그랑(Raglan Sleeves)으로 00년대 링거티와 함께 유행한 나그랑 및 롱슬리브 티셔츠 스타일의 복각도 함께 포착할 수 있다. 크랙 질감의 서체 프린팅(Letter Printing; 레터 프린팅)된 그래픽도 빠질세라 얼굴을 내민다. 바지는 중채도의 레귤러~스트레이트 핏 청바지로 골랐다. 사진 속 신발인 ‘포레스트 검프’ 컬러의 ‘코르테즈’라는 모델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바지 통을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겠다.(원래 스키니핏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델로 유명하다.) ‘코르테즈’ 신발 역시 링거티와 더불어 70년 대에 유행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상의 선택과 결을 같이하는데, 상의가 그러했듯 신발에도 2020년도 식의 변주가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70년도의 코르테즈는 나일론 재질이지만 위 사진 속 신상은 흰 가죽이고, 컬러 조합 역시 새로 선보이는 것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두 번째로 초점을 맞출 곳은 블레이저(blazer; 정장 자켓)를 위시한 ‘네오 프레피(Neo Preppy)’다. 원래 프레피 룩(Preppy Look)은 미국 동부지역 상류층 학생의 등교복으로 자주 보이는 스타일을 말한다. 주로 와이셔츠, 넥타이, 니트 티 및 슬랙스, 로퍼(가죽구두의 일종)가 만드는 격식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이미지라고 하면 좀 상상이 쉬울까? 베이지, 아이보리 및 버건디, 브라운, 네이비, 블랙&화이트는 이 룩을 위한 필수 컬러 팔레트다.
국내에서는 아이브(IVE)가 2022년 〈LOVE DIVE〉로 한 번 국내에 크게 유행을 몰고 왔다. 다만 아이브는 이렇게 복고적이고 과감한 크롭티, 로우라이즈 치마, 큼직한 체인과 보석을 더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뉴진스가 보여주는 것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방식이다. 다만 크롭티나 로우라이즈 치마보다는 좀 더 범용성 있고 중성적인 무드에 가깝다. 따라서 어찌 보면 남성들이 참고해도 좋을 만한 스트릿 룩이다.
제이프레스(J.Press)X시오타(Ciota)의 콜라보 제품인 금장단추 네이비 블레이저에 매치한 각자 다른 캐주얼 아이템이 눈에 띈다. 차례대로 블레이저에 테이퍼드~스트레이트 핏 청바지를 롤업한 코디(하니), 키스(Kith)의 멜란지 질감 버뮤다 팬츠(민지), 베이지-화이트의 밴디드 레이어드 숏팬츠(해린), 셀린느(CELINÉ)의 돌핀팬츠와 체크 숏팬츠(다니엘)를 조합했다. 다섯 번째 사진에서 다니엘과 같이 있는 해린, 민지도 또다른 숏 기장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블레이저나 롱코트에 이런 식으로 짧은 기장의 일상복을 덧대 고전 복식 특유의 답답함을 환기하는 지점은 분명히 매우 신선한 부분이다. 프레피 룩을 새롭게(Neo) 확장하려는 시도는 이 뿐만이 아니다. 여섯 번째 사진 속 해린 역시 프레피 룩 이너로 자주 쓰이는 V넥의 크리켓(꽈배기) 니트를 단정하기보다 자유분방하게 연출했다. 아마도 본인의 정사이즈보다 한 치수 크게 입었을 니트가 좀 더 시원시원한 선을 만들고, 쨍한 버밀리온(주홍; vermilion) 색의 와이드 팬츠와 ERL 신상 보드화가 니트라는 아이템에 적당한 역동성을 부여한다.
원석팔찌 활용도 감각이 예리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가수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브릿 어워즈(Brit Awards)에서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무대를 마친 이후, 한동안 남성들 사이에서 비슷한 류의 액세서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는 걸 떠올려보자. 따라서 남성들의 경우 기존에 단정하게 입으려고만 하던 프레피 계열 피스를 오히려 살짝 비틀고, 액세서리로 재치를 더해주는 식으로 응용한다면 금방 감각을 잃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탱크탑, 후드집업 등의 복각과 폴로티, 스웻팬츠, 스트라이프 티셔츠, 두건과 빈티지-레터링 캡 등 이 외에도 짚을 요소는 많다. 다만 이는 민희진 전 대표의 개인적인 취향(담백함과 중성적인 무드)을 떠나, 얼마나 이들이 사전조사를 철저히 했는지, ‘걸그룹을 프로듀싱’한다고 해서 단순히 ‘여성복’만 관심 있게 보지는 않았는지가 아주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보여 감동적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성적인 네오-프레피 룩의 뿌리를 찾자면 영국 웨일스의 공비 다이애나 스펜서(Diana Spencer; Princess of Whales, 1961~1997)가 대표적이다. 사실 필자는 뉴진스의 티저 사진을 통해 이들의 패션감각과 선구안을 소개하면서 ‘남성들이 참고해도 좋을 스트릿 룩’이라고 표현했는데, 과장은 아닌 것이 다이애나 공비의 스타일이 저문 이후 그 명맥을 간간히 이은 곳은 00년대 초 한일 양국의 우라하라~아메카지 붐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 본토의 우라하라 패션 붐은 문화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이례적으로, 기무라 타쿠야를 비롯한 남성들이 주역의 위치에서 선도한 유행이라는 점에서 이 패션은 진정한 의미의 ‘대중문화’이자, 그 대중문화의 ‘선한 영향력’이라고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위에서 뉴진스가 실제로 착용하기도 한 '우라하라' 및 '아메카지' 계열로 분류되는 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일본 스트릿 브랜드인 베이프(BAPE), 네이버후드(Neighborhood), 빔즈(Beams), 캐피탈(KAPITAL), 시오타(Ciota)와 서구권의 노아(NOAH), 키스(Kith), 팔라스(Palace), ERL 등... 이들 브랜드는 현재도 남성 스트릿 러버들에게 사랑받는 바, 이러한 착장이 남성들이 참고하기에도 손색없음은 아무래도 정해진 수순이었을 것 같다.
이 지점에서 일본 데뷔 싱글 〈Supernatural〉 티저에 녹인 우라하라 패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藤原ヒロシ/Hiroshi Fujiwara; 1964~)와의 협업은 칭찬받아 마땅한 부분이 된다. 이는 기획자가 문화의 원류를 관심 있게 알아보는 데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증명해주는 동시에, 아이돌에 관심이 없을 스트릿 패션 소비층에게서의 적절한 유입과 환기를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돌 외에 크게 관심이 없을 1020 소비층을 향한 취향 선택의 폭도 넓혀주는 역할도 하면서, 각 취향별 소비집단 간 서로 과하게 반목하거나 배척하는 경향이 없게끔 사회집단을 고루고루 적절히 섞어준다. 24S/S를 겨냥한 사진이지만 25년도 연말을 향해 가는 지금까지도 아직 링거티 유행과 네오-프레피 및 우라하라 패션의 유행은 식지 않은 것 같다. 다가오는 새해, 차차 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이런 아이템은 어떨까? 아이돌의 룩을 따라한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걸 싫어하는 사람도 적당히 멋들어지고 세련된 느낌으로 이미지 변신을 가능케 할 룩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X형들 Xbros, "꼭 보시고 참고해보세요", 유튜브, 2024년 5월 13일, https://youtu.be/LGCJlRQCFyM?si=_BYqU_W4Y6sgN7MK.
디스마, "프레피룩 뜻과 코디 특징", 네이버 블로그 "Life Like Live !!.", 2023년 7월 4일, https://blog.naver.com/disma_/223146516025.
매직테이너 하재용, "https://www.youtube.com/watch?v=n_aZsQ63snw", 유튜브, 2022년 9월 9일, https://youtu.be/n_aZsQ63snw?si=JUDV7qCQajr1dTKY.
바지사원, "뉴진스 How Sweet 팜하니 버전을 사왔습니다. 제이프레스와 비즈빔이 탐나는군요.", 네이버 블로그 "A Pants Man", https://blog.naver.com/sunhyeon_/223501193889.
앨리스펑크 AliceFunk, "팬심 가득한 뉴진스 패션 분석�힙하게 손민수하는 꿀팁까지✔️", 유튜브, 2022년 8월 21일, https://youtu.be/UGF2ornXN9s?si=zcUBpehmouUy_8aw.
진리 JeanLee, "뉴진스 단골 패션 브랜드 7 | 힙한 핏 청바지 브랜드 • 뉴진스 무대 의상 • 뉴진스 공항 패션 • Y2K 패션 브랜드 • 스트릿 패션 브랜드 • 뉴진스 손민수 정보", 유튜브, 2024년 9월 20일, https://youtu.be/OgT1y3K1ugM?si=XDEYwegUayYlgFEu.
핏더사이즈, "[뉴진스 코디 분석] 가장 핫한 패션은 언제나 그곳에 있다.", 유튜브, 2022년 9월 6일, https://youtu.be/0qhYy85_aZE?si=vs4JAKABTb_1XbJ8.
패취남 : 패션에 취한 남자, "", 뉴진스가 말아주는 우라하라 패션�야, 우리도 입을 수 있어!/뉴진스가 패피인 이유/신곡 'how sweet' 뮤비 리뷰/히로시와 콜라보?!/뉴진스 따라 입기", 유튜브, 2024년 7월 6일, https://youtu.be/s0WnmjVhe0k?si=F6KQkH_u1ZtV0KkT.
하빠 happa, "뉴진스 패션 데뷔때부터 파헤쳐 봤습니다.", 유튜브, 2024년 6월 18일, https://youtu.be/xaFJyYfPag4?si=3yY5eou9EiiQSpbF.
하빠 happa, "도쿄 마저도 뉴진스로 물들인 뉴진스 패션 분석.", 유튜브, 2024년 6월 26일, https://youtu.be/GUbLmK77CV4?si=M8g28oPZvevynejZ.
홍또기, "뉴진스 뮤비 착장 알려줌 ㅋㅋ", 유튜브, 2024년 7월 5일, https://youtu.be/uUwBmLmvzrc?si=a_raTCpc0t0dlklP.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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