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위스, 버츄얼 아이돌인 줄 몰랐어요

| Writer. 덕원

by 아이돌레
4월 웹진_오위스 단체 사진1.png © 오위스 공식 인스타그램

평소 버추얼 산업에 무관심했던 이들조차 돌아보게 만든 그룹이 있다. 바로 이해인이 프로듀싱한 버츄얼 걸그룹 OWIS(오위스)다. 이해인이 기존 소속사를 떠나 새롭게 제작하는 그룹이 버츄얼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큰 관심이 가진 않았다. 평소 버츄얼 아이돌 노래를 즐겨 듣지 않을뿐더러, 3D 모델링 또한 취향이 아니었기에 소비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프로모션 영상의 감각적인 연출에서, 기존 버츄얼 아이돌과 궤를 달리함을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홍보 전략, 캐릭터 모델링 등 운영 전반에서 여러 차별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위스가 버추얼 아이돌과 기존 아이돌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평가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여주는 구체적인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일까.




우선 오위스는 공략하는 타깃층부터 차이가 있다. 대체로 버추얼 아이돌은 서브컬처에 친숙한 매니아층을 겨냥하는 반면, 오위스는 일반 대중을 타깃으로 한다. 따라서 기존 아이돌 그룹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을 통해 심리적 문턱을 낮췄고, 여느 버츄얼 아이돌 그룹과는 확연한 차별점이 되었다. 특히 완성도 높은 기획과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비주얼 브랜딩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4월 웹진_오위스 박물관.png © 오위스〘only when you sleep〙영상 캡처본

먼저 오위스의 콘셉트를 살펴보면 ‘꿈에서라도 꿈을 이루다’이다. 오위스는 과거의 꿈들이 여전히 우리 안에 존재하며, 언제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서사는 자체 세계관 속 가상 배경인 아르켈을 통해 그려진다. 아르켈에서 멤버들은 꿈의 조각을 모으고 못다 한 꿈을 완성하기 위한 여정에 나서는데, 이는 향후 오위스의 음악적 행보를 관통하는 서사가 된다. 그 시작인 데뷔 앨범 MUSEUM은 잊혀졌던 꿈의 추억과 기억을 모아 전시한다는 스토리로, ‘꿈의 박물관’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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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위스 공식 인스타그램/〈MUSEUM〉 뮤직비디오 캡처본

오위스는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최근 아이돌 산업에서 중요해진 브랜딩에 공을 들였다. 버츄얼 아이돌은 대부분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키비주얼과 뮤직비디오를 한 편의 웹툰처럼 연출하거나 미래적인 분위기를 가미하곤 한다. 반면 오위스는 오직 꿈이라는 키워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만 집중했다. 가장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던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은 실제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이고 소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상의 작화들은 아날로그하고 아기자기하며, 따뜻한 감성이 주를 이룬다. 뮤직비디오 또한 파스텔 색감을 메인 무드로 삼아, 아이가 그린 듯한 순수하고 서정적인 작화로 동심의 분위기를 돋보였다. 주로 애니메이션적 판타지나 네오 퓨처리즘의 분위기를 가져가는 버츄얼 아이돌 사이에서는 보기 드문 감성임이 분명하다. 또한 프로모션 작업물에서만큼은 멤버들이 전면으로 나서지 않는다. 아트워크 또한 직장인이 장난감 칼을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나, 뽀로로 노트북으로 회의하는 장면 등 독특한 사진으로 프로모션을 했다. 마치 버츄얼 아이돌임을 숨기려는 듯이 말이다. 프로모션 영상을 보고 패션 브랜드 필름으로 오해하기도 했는데, 모두 장벽을 낮추기 위한 의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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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오위스 공식 X

이 외에도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며 그룹의 브랜딩을 강화했다. 팝업스토어의 공간은 뮤직비디오 속 방을 충실히 구현하여, 앨범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일관되게 경험하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스탬프 투어가 진행됐으며, 공간 곳곳에 멤버들의 다이어리와 소원 메모를 숨겨 두어 관람의 재미를 주었다.


더뮤지엄비지터와의 콜라보 상품 또한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공개됐다. 콜라보 상품은 멤버별로 의상의 카테고리부터 디자인 스타일을 다르게 하여, 멤버들의 캐릭터성을 드러냈다. 피지컬 앨범의 개인 버전을 살펴보면, 멤버별로 대표 색깔이나 감성이 다르다. 이를테면 하루의 색깔은 핑크로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뽐냈으며, 멤버 소이는 모노톤에 락스타 콘셉트를 선보였다. 이에 맞추어 멤버 하루는 도트 디자인의 핑크색 반팔 티를, 소이는 박시한 스트라이프 티를 선보이며 각자의 개성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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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 24

이같이 굿즈의 디테일을 중시하는 전략은 피지컬 앨범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패브릭 소재로 침대 모양의 북 커버를 만들어 촉감에 디테일을 주었고, 멤버별 앨범은 서랍장 모양의 핀업북 형식으로, 모두 모았을 때 소품으로 활용해도 제격일 만큼 아기자기하게 디자인했다.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는 비주얼 작업과 전략은 기존 걸그룹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퀄리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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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웹진_오위스 캐릭터 사진2.png
© MNET/〈MUSEUM〉 뮤직비디오 캡처본

반면 버츄얼 산업은 비주얼 작업에 노력을 기울인다 한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가지 않으며 무의미하다. 일반적으로 버츄얼 아이돌 하면, 3D로 모델링한 광택이 도는 캐릭터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오위스는 순정 만화를 연상시키는 작화 스타일을 띠며, 보다 곡선적이고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매니아층들은 엉성하게 그린 듯한 귀여운 작화에서 버츄얼의 매력을 느낀다고 하는데, 오위스는 이보다는 깔끔한 마무리감에 스타일링에도 트렌드를 반영했다. 레이어드 컷, 히피펌, 잔머리 스타일링 등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변주를 줄 뿐만 아니라, 의상 또한 기존 아이돌들의 코디를 참고하여 정석적인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취향을 통해 거부감이 덜하도록 한 것이다. 뮤직비디오 또한 3D 모델링 특유의 광택이 부각되는 것을 줄이고자, 노이즈 필터를 적용하여 몽환적인 질감을 냈다. 평소 버츄얼 아이돌의 모델링에 시각적 피로감을 느껴오던 필자에게는 이 같은 작업 스타일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모션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퍼포먼스를 덜어내는 게 더 나았겠다 싶을 만큼, 비전문가가 보아도 어색한 모션이었다. 오위스를 향하는 따가운 시선은 사실상 이러한 기본적인 퀄리티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확실히 기술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멤버들의 본체를 숨기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버츄얼 아이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멤버들의 본체를 알게 되는 것을 소위 빨간약이라고 칭하며, 본체를 모르고 덕질하는 것이 하나의 유희다. 이는 곧 본체가 밝혀지는 것이 오히려 매력과 흥미를 반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정체를 최대한 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4월 웹진_오위스 콘셉트 영상2.png © 오위스〘only when i sleep〙영상 캡처본

반면 오위스는 공식적인 언급만 없을 뿐, 멤버들의 정체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에 전혀 방어적이지 않다. 티저 영상에 본체의 모습 일부를 담는가 하면, 유추된 멤버들이 팝업스토어 티켓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어 확신을 실어 주었다. 오위스 멤버들은 대중에게 이미 알려진 심지어는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이들로 구성됐다. 이는 목소리만으로도 정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당장 멤버 구성만 보아도 여느 버츄얼 아이돌처럼 숨길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궤를 달리하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오위스의 타겟층이 일반 대중이기 때문이다. 유명 멤버들의 존재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핵심 키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케이팝 산업의 진출이 목적이라면, 멤버들의 기존 팬덤을 흡수한다는 측면에서도, 스트리밍 성적과 같은 실질적인 지표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 오위스 멤버들은 대체로 보컬 역량이 높고 실력이 익히 알려졌지만, 현재 활동할 필드가 마땅치 않은 이들이다. 결국 멤버들의 존재를 아는 리스너라면 음악을 들어야 할 충분한 동기가 된다. 버츄얼 아이돌계의 1군인 플레이브는 음악 퀄리티는 높지만, 버츄얼이라는 이유만으로 저평가되곤 한다. 일반 대중들은 버츄얼 아이돌이라는 사실 만으로 심리적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즉 오위스의 행보는 스트리밍 유도가 어려운 버츄얼 아이돌의 생태계와 타겟층을 고려한 하나의 전략인 셈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버츄얼 아이돌 산업의 순기능은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활동할 필드를 마련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이 되기에 나이가 많거나, 불운하게 데뷔 기회를 놓쳤거나, 연예계 활동 지속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버츄얼 산업은 새로운 돌파구가 되었다. 그리고 오위스 멤버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멤버 대부분이 이전 활동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는 가운데, 오위스 활동은 고정된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다. 누군가는 버츄얼 산업을 쉬이여겼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총괄 프로듀서인 이해인부터 데뷔 실패의 경험이 있는 만큼, 멤버들의 기회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려했으리라 생각한다. 이해인 본인 또한 멤버로 참여하는 가운데, 가벼운 선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섣부르다. ‘꿈에서라도 꿈을 이루다’라는 기획은 버츄얼 아이돌 활동을 통해서라도 아이돌의 꿈을 놓고 싶지 않은 멤버들의 바람과 관통한다. 의견이 갈리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활동을 열심히 할 동력이 충분한 멤버들임은 분명하다.




4월 웹진_오위스 단체 사진2.jpeg © 오위스 공식 X


본 글에서는 오위스의 장점 위주로 언급했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많은 그룹이다. 특히 버츄얼 매니아층 입장에서는 메인 스트림에 안착하기 위한, 서브 컬쳐의 틈새 노리기로 보일 수 있다. 기존 아이돌 그룹의 전략을 답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에 기댄 멤버 구성은 버츄얼 산업의 정체성을 간과하는 행보로 느껴질 수 있다. 매니아층의 외면으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가운데, 메인 타겟인 대중까지 설득하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활동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패와 관계없이 새로운 시도는 시장에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위스의 시도도 한 번쯤 눈여겨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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