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 끝에 귀환한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톺아보기

ㅣWriter. 오드

by 아이돌레

올해 초부터 케이팝 씬을 달군 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오랜만에 3세대 아이돌의 완전체 컴백이 줄을 잇는다는 것. 스타트는 2년 6개월 만에 8번째 정규 앨범 《REVERXE》로 돌아온 엑소가 끊었다. 첸백시와 SM 사이 분쟁, 레이의 갑작스러운 중국행 등 부침이 있었지만, 빈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메보’가 아니었던 수호가 후렴 애드리브를 도맡는 등 남은 멤버끼리 똘똘 뭉쳐 건재함을 과시했다. 엑소는 이번 컴백으로 무려 통산 8번째 밀리언셀러에 등극했을 뿐 아니라 6번째 콘서트로 사흘간 3만 2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기록을 써내려 가는 중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붐을 일으킨 장본인 아이오아이와 워너원도 반가운 등장을 예고했다. 먼저, 아이오아이는 5월 미니 3집 《I.O.I : LOOP》와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워너원은 아직 별다른 컴백 계획이 들리진 않았으나 4월 28일 〘워너원 고 : 백 투 베이스〙 첫 방송을 앞두며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프로그램 방영 전, 대면식에 모인 수많은 팬이 10년이 지나도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며 ‘상암절’을 재현해 놀라움을 더했다. 이에 더해 팬미팅에서 예리가 하반기 레드벨벳 완전체 컴백을 스포하며 3세대 팬들은 풍악을 울리고 있다. 10년대 중후반 케이팝 계에 굵직한 획을 그은 그룹들이 속속 무대로 돌아오고 있어 3세대 덕후인 필자로선 매우 반갑다. 세대가 바뀌면 이전 세대의 성장곡선이 훅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과거와 다르게 그룹 수명이 길어지며 오랫동안 사랑 받는 모양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흐름에 올라탄 거대 잠룡 두 팀을 주목하고자 한다. 두 팀 모두 약 4년 만에 돌아왔다. 그 주인공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다. 방탄소년단은 드디어 ‘군백기’를 끝내고 4년 만의 완전체로 등장했다. 블랙핑크는 솔로 활동으로 흩어졌다가 작년 케이팝 걸 그룹 최초로 고양 콘서트를 성공리에 마무리 짓고 미니 앨범으로 컴백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두 팀이기에 여타 3세대 그룹의 컴백보다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던 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만족스러움보다는 실망감이 조금 더 컸다.


방탄.jpg ⓒ 벅스


먼저, 방탄소년단은 컴백 전후 여러모로 시끄러웠다. 일부 멤버의 열애설로 홍역을 치른 방탄소년단은 광화문 공연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정점을 찍었다. 삼엄한 경비 속에 이어간 광화문 공연에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오지 않으며 거품론에 휩싸인 것이다. 웃프게도 연예계에선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부정적으로라도 화제성을 유지하는 데 낫다지만, 과할 정도로 역풍이 덮치며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얹었다. 광화문 공연과 콘서트 무대 역시 방탄소년단의 화끈한 퍼포먼스 비중이 낮아지고, 제일 중요한 타이틀 역시 잔잔한 음악으로 방탄소년단의 이미지보다 RM 감성에 치우치면서 방탄소년단만의 감성이 반감했다. 앨범 프로듀싱 과정에서도 삐걱거림이 존재했다. 앨범명 《ARIRANG》부터 방탄소년단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방시혁 의장의 제안이었다. 앨범명과는 상반되게 참여진 대부분이 외국인으로 구성되었고, 가사 대부분이 영어인 점 또한 의아함을 자아냈다. 한국적 정서를 표방했지만, 실상 앨범을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한국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타종 소리, 아리랑 샘플링을 추가했지만, 피상적인 표현에 그쳐 한국적 요소는 양념으로만 사용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진은 작사, 작곡 크레딧에 참여하지 못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 연차 정도라면 본인들의 의견을 확실히 피력해야 했다. 앨범 제작에서 확실히 드라이브했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평론가들 평도 비슷하다. 국내외 유수의 평론 매체의 반응은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다. 일부 해외에서는 역대 최고 점수를 받기도 했으나 국내 한 웹진은 방탄소년단의 근본이었던 시대정신이 빠졌다는 쓴소리를 남겨 씁쓸함을 줬다. 호평을 남긴 평론가 역시 아쉬움을 토로했다. 듣기엔 좋지만, 개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오랜만의 컴백이었기에 정말 완벽한 앨범이었다고 해도 아쉬웠을 테다. 하지만, 대다수 평론에서 개성이 사라졌다는 의견으로 비슷한 것을 보면 대내외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색을 지켜내기 위한 고군분투가 필요했다고 본다.


블핑.jpg ⓒ 벅스


블랙핑크의 이번 활동은 무엇보다도 고질적인 홍보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프로모션 기간 공개된 비주얼 포스터는 완성도가 떨어졌고, 뮤직비디오와 일부 비하인드를 제외하고는 자체 콘텐츠가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타이틀 곡으로 마이너한 장르의 음악을 택하면서 신비주의 전략은 치명적인 패착으로 작용했다. 음악적으로 대중과의 간극이 컸다. 아는 맛의 부재는 리스너에게 기분 좋은 신선함보다 생경함으로 다가왔다. 〈GO〉는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과는 거리가 멀다. 3분이 넘는 러닝타임에 긴 인트로를 배치하며 30초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 숏폼 소비 방식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블랙핑크스러운 음악도 아니었다. 2NE1부터 내려온 YG 걸 그룹 특유 일명 ‘카레 맛 뽕필’은 온데간데없다. 특이한 장르에 전면 영어 가사와 팝 멜로디로 장식하며 리스너의 귀에 빗나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음악과 대중 사이의 괴리감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홍보 콘텐츠마저 회사가 아니라 팬이 띄운 자체 제작 안무 쇼츠였다. 실제로 작년 여름 차트를 강타한 〈뛰어〉와는 달리 〈GO〉는 해외 차트에서도 별 반응을 얻지 못했고, 멜론 차트에서는 발매 30일 만에 일간 100위 밖으로 벗어났다.

아리랑.jpg ⓒ 벅스


그럼에도 여러 아쉬움 속에서 빛난 부분은 분명 있었다. 먼저, 방탄소년단의 정규 5집 《ARIRANG》은 오랜만에 아미들의 공감을 산 앨범이었다.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 전, 기존 방탄소년단의 앨범에 더 가까워 데뷔 초기 방탄소년단이 그리웠던 팬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6번 트랙 〈No.29〉를 전후로 힙합과 팝으로 나뉘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곡을 담으려고 노력한 점 역시 느껴진다. 성적표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타이틀 곡 〈SWIM〉은 빌보드 핫 100 4주 연속 탑텐을 기록하고 있으며 앨범 《ARIRANG》은 빌보드 200 4주 연속 톱 3에 들었다. 특히 4주 차에 빌보드 200에서 3위를 기록한 것은 자체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유지력은 아쉽지만, 멜론 차트 일간 1위를 기록했으며 앨범 발매 첫 주 400만 장 판매를 돌파하는 등 국내 성적 역시 준수한 편이다. 광화문 공연과 콘서트를 연이어 진행하고, ‘자컨’ 〘달려라 방탄〙이 새 시즌으로 돌아와 공백기로 멀어진 팬들과의 유대감을 다시 쌓아나가며 아미들을 달래고 있다. 그만큼 완전체 방탄소년단에 목마른 팬들도 많았고, 팬들 기대감에 충분히 상응하는 앨범이었다는 측면에선 성공한 앨범이라고 봐야겠다.


데드라인.jpg ⓒ 벅스


앞서 언급했듯 블랙핑크의 음원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DEADLINE》은 역대 걸 그룹 초동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음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팬들의 지지를 받는 현상이 고무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면서 전무후무한 블랙핑크만의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 발군이다. 리드 싱글 격인 〈뛰어〉는 하드스타일 장르의 곡이다. 하드스타일은 150 BPM을 넘는 매우 빠른 템포에 거칠고 묵직하게 찌그러진 킥 사운드, 그리고 뒷박을 타는 리버스 베이스의 특징을 가진 유러피안 테크노다. 테크노 음악이 유럽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재유행이 온 것과는 상반되게 한국 메이저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인데, 뛰어 이후 캣츠아이와 르세라핌, 아일릿이 뒤이어 테크노 음악을 들고 오며 테크노 붐을 만들고 있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로제가 프로듀싱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GO〉는 덥스텝과 테크노 사운드의 신선한 조합으로 탄생한 곡이다. 이에 더해 리전드필름이 참여해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가는 뮤직비디오도 화제였다. 우주 속 신으로 분한 블랙핑크와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그래픽, 숨은그림찾기처럼 찾는 재미가 있는 한국적 요소 모두 호평을 얻었다. 이번 컴백을 통해 수준 높은 미감과 퀄리티의 앨범을 선보이면서 아이돌에서 완전한 아티스트로 거듭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듯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모두 오래 된 공백기 탓에 컴백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마천루처럼 높은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명과 암이 확연히 드러났다. 다소 주춤했으나 그룹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과정이라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여지는 있다. 두 팀 모두 다음 컴백에서는 와신상담의 자세로 앨범 제작에 임해 리스너와 팬 마음을 사로잡는 역대급 명반이 탄생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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