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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Sep 13. 2019

함께한 4년, 함께할 우리 中편

- 군대 -

 레드벨벳이 활동을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군대라니, 그래도 레드벨벳의 음악들을 몇 주라도 듣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입대하고 앨범이 나왔다면 레드벨벳의 신곡들을 상상 속에서 작곡하여 들어야한다는 절망감에 너무 괴로웠을 것 같다. 입대일이 점점 다가왔지만, 앨범 발매일도 함께 다가와 주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2016년 3월 17일, 마침내 ‘The Velvet’ 앨범이 공개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The Velvet' 앨범은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많이 갈린 앨범 중 하나이지만, 나는 오히려 더 큰 팬이 되었다. 레드벨벳의 수록곡은 언제나 믿고 들어도 되겠다는 강한 믿음이 이때부터 생겨났다. 그리고 발매하자마자 처음으로 따끈따끈한 앨범을 사게 되었다. 나는 이때 처음 팬싸인회에 대해 알았는데, 앨범을 많이 사면 살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참으로 자본주의스러운 시스템이라고 느꼈다. 그래도 곧 입대를 앞둔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 꼭 팬싸인회를 가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입대하기 전, 알바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휴학생인데다가 통장에 소박하게 있던 돈마저도 전부 노는 데에 탕진해버렸다. 남은 돈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래도 짜내고 짜내서 어떻게 앨범 2장을 살 돈을 겨우 모았다. 나는 바로 엄숙한 마음으로 앨범 2장을 사러 갔다. 물론 당시에도 팬싸인회 당첨 컷이 엄청 높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래도 2장이나 샀으니 1장 산 것보다 당첨 확률이 2배나 높아졌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사실 별로 기대는 안 했다. 그래도 ‘Ice Cream Cake'과 ’Dumb Dumb'으로 한창 인기를 높여가는 레드벨벳의 팬싸인회를 어떻게 2장으로 갈 생각을 하지? 하면서도 또 인간의 심리상 ‘하지만 선택받은 ’나‘라면...?’ 이런 마음이 들면서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당첨자 발표일! 진짜 너무 기쁜 순간이 다가오면 말도 안 되고 믿기지 않는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진짜 말도 안 되게 내가 당첨자 리스트에 등재되어 있었다! 너무 벅차올라 손이 떨리고 몇 번씩이나 다시 확인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첨되다니, 팬싸인회가 당장 내일인데 나는 아무 준비조차 안했었다. 그날 밤은 잠도 못 자고 인터넷을 흐뭇하게 하며 당첨된 동지들을 확인해보고, 최근 레드벨벳의 근황들을 살펴보며 예상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봤다. 팬싸인회는 정말 황홀했다. 레드벨벳이 앉아있는 무대 위로 올라갔을 때는 ‘나 구름 위를 둥둥’이라는 가사가 떠올랐다. 구름 위가 이곳이었구나! 당시 싸인은 아이돌레 메거진 ‘행운의 사나이 서비’편을 참고하도록 하자. 팬싸인회 후기는 다시 쓰면 시리즈로 연재할 수 있기에 이 정도로 마치고, 아무튼 나는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군대에 입대할 수 있었다.(진짜) 내가 입대한 후에도 레드벨벳의 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러시안 룰렛, 루키, 빨간 맛... 레드벨벳은 ‘전설’이 되어가고 있었다. 군대 내에서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나의 입지가 점점 높아져갔다. 그러다가 빨간 맛과 함께 찾아온 어마어마한 빅뉴스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레드벨벳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 개최 소식되시겠다.



 나에겐 당시 죽기 전 소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레드벨벳 단독 콘서트에 꼭 가보는 것이었다. 콘서트에서 레드벨벳의 음악을 들으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 벅차오르는 꿈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다니 나는 당장이라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렇다. 그곳은 군대였다. 나는 있는 휴가 없는 휴가를 다 끌어모아서 레드벨벳의 콘서트가 개최되는 8월 19일과 20일에 집중했다. 그런데 아뿔싸! 8월은 휴가 황금기... 이미 선임들의 휴가 스케줄로 그득그득 채워져있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그때 꼭 휴가를 나갈 핑계를 찾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정면돌파를 선택해야 했다. 처음으로 선임들을 따로 불러내 아주 싹싹 빌었다. 그러자 나의 진심이 그들에게 전해졌는지, 나의 지난 1년간 레드벨벳 팬으로서의 행적을 잘 알고 있었던 선임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허락해주었다. 그 전까지는 미워죽겠었던 선임들이었는데, 그래도 그 일을 통해 선임들을 좀 용서해주기로 했다.(흐뭇) 


 그렇게 힘들게 콘서트에 맞춰 휴가를 얻어냈지만 나에겐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싸지방' 티켓팅이었다. 다행히 그날 저녁에 근무가 없었고, 내가 어느 정도 짬이 찬 상태라(흐뭇) 티켓팅에 도전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 사실 내 인생 첫 티켓팅이라 많이 긴장됐고, 싸지방이라는 열악한 환경은 나를 압박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나는 용케 첫 티켓팅을 성공해냈다. 1년 후, 레드벨벳 두 번째 단독 콘서트에서는 군대가 아닌 바깥, 심지어 초고사양 PC방에서 했는데도 실패했었는데 참 그때는 운이 좋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군대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레드벨벳 단독 콘서트를 다녀왔고,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되는 날이다. 맨 처음 VCR이 나오고, 무대가 움직이면서 'Red Dress' 전주가 나오는 그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이 짜릿하다. 내 소원은 이루어졌고, 내 휴가는 전혀 아깝지 않았다. 첫 번째 단콘이 끝나고 레드벨벳의 ‘열일’은 계속되었다. ‘피카부’가 나오고, ‘Bad boy'가 나오고 어느새 나는 전역한 민간인이 되어있었다. 너무 군대 얘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남덕들에게는 공감을, 여덕들에게는 간접경험을 느끼게 해주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약 2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하고 힘을 받고 위로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레드벨벳은 내 인생에 큰 힘이 돼주었다. 여러분들에게도 아이돌이 그런 존재라면 성공적인 덕질을 하고 있다고,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덕질을 계속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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