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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돌레 매거진 Aug 14. 2019

함께한 4년, 함께할 우리 上편

- 입덕 -

 2019년 7월 27일, 레드벨벳의 5주년을 기념하는 팬미팅이 진행되었다. 5주년 축하 슬로건의 멘트는 바로 이 글의 제목과 1년 차이 나는 “함께한 5년, 함께할 우리”였다.



 2014년 8월 1일, SM의 신인 걸그룹 레드벨벳이 데뷔하였다. 나는 2015년 9월부터 레드벨벳 덕질을 시작한 4년 차 팬이다. 레드벨벳은 벌써 5주년을 맞았고, 나 또한 그만큼 레드벨벳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였다. 레드벨벳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레드벨벳 4년 차 팬으로서 처음 레드벨벳에 입덕한 순간부터 영광스러운 레드벨벳 5주년 팬미팅에 참석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내가 맨 처음 팬이 된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011년, 나는 1년간의 짧고 굵었던 소녀시대 덕질을 마치고 방황하던 소위 ‘잡덕’이었다. 내 덕력은 깊지 않았고, 에이핑크, 걸스데이, 트와이스(식스틴) 등 많은 아이돌을 활동기 때만 잠깐잠깐씩 좋아하는 정도였다. 당시에 레드벨벳은 내게 그저 SM에서 데뷔한 신인 걸그룹, 머리가 알록달록한 그룹, 뭔가 다른 색깔이 있는 독특한 그룹 정도였다. 기껏해야 ‘Ice Cream Cake' 노래가 듣다 보니 은근히 좋아서 플레이리스트에 딱 한 곡 들어있는 정도로 '레드벨벳'이라는 그룹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2015년 9월 9일, 그 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날도 평소처럼 멜론을 들락날락거리다가 메인에서 우연히 레드벨벳의 새로운 앨범이 나온 것을 보았다. 나는 ’Ice Cream Cake‘같이 괜찮은 곡이 나왔으면 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타이틀곡 ’Dumb Dumb'을 들어봤다. 어딘가 그냥 난해하며 계속 "덤덤덤덤덤덤"만 반복되었기에 노래가 좋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내가 현재 깨달은 것은 물론 다른 대부분의 노래들도 그렇지만, 특히 SM 노래의 특징은 여러 번 들어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기대감 없이 들어서 좋았던 ‘Ice Cream Cake’에 비해 확실히 아쉽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사람들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겠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댓글들을 읽었다. 그렇게 댓글들을 쭉 넘기다 그날따라 유독 내 눈에 들어온 댓글이 있었다. 수록곡 ‘Day 1'이 진짜 너무 좋다고, '인생곡'이라고 제발 꼭 들어달라는 댓글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콧방귀를 뀌고 넘어갔을 댓글이었다. 보통 추천곡이란 것은 내 맘에 쏙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날은 나도 모르게 관대한 마음이 생기면서 진짜 딱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 날은 몰랐다. 내가 그 노래를 한 번이 아닌 몇백 번 듣게 될 줄은. 


 처음 ’Day 1'을 듣자마자 엄청난 전율을 느끼고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내가 맨 처음 에픽하이의 팬이 되었을 때, 소녀시대의 팬이 되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음악으로 받은 충격 중 가히 최고의 충격이었다. 전주부터 나는 꼼짝없이 홀려 들어갔다. 나는 들뜬 마음을 급하게 수습하고 앨범 ‘The Red'에 수록된 다른 곡들도 들어봤다. 정말 안 좋은 곡이 없을 정도로 손에 꼽는 앨범 중 하나. 특히 ‘Day 1'과 ’Oh boy'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예술의 경지를 느끼게 해 준 명곡들이었다. 나는 그 기세를 이어 ‘Ice Cream Cake'에만 빠져 들어보지 못한 수록곡들을 들어보았다. 그런데 웬열, 내가 지금까지 느꼈던 충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Ice Cream Cake' 앨범은 나를 향해 씩 웃고 있었다. ‘Ice Cream Cake'부터 시작해 ‘Automatic', 'Somethin Kinda Crazy', ’Stupid Cupid', 'Take It Slow', ‘사탕 (Candy)'. 정말 1번 트랙부터 6번 트랙까지 명곡들로만 꽉꽉 알차게 채워놓은 앨범을 지금까지 모른 채로 살았다니 내 지난 6개월을 헛살았다 느낄 정도로 더는 표현할 말이 없었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최고의 앨범을 하나 꼽으라 하면 망설임 없이 ’Ice Cream Cake' 앨범을 꼽고 있다. 이렇게 나와 레드벨벳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물론 나만 시작하긴 했지만 아름다운 연출을 위해 이렇게 표현하도록 하자.) 정말 우연과 운명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그 댓글에 절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노래로 입덕하게 된 나는 처음에는 이름을 외우고, 이름과 얼굴을 연상시키는 것부터 덕질을 시작했다. 정말 기이한 형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앞으로 꾸준하게 팬을 하려면 기본기가 탄탄해야 했으므로 나는 혹독하게 멤버들을 구분했다. 레드벨벳에 정말 아무 관심이 없다면 심히 공감할 수도 있을 텐데, 미니 1집과 정규 1집의 커버에서 레드벨벳 멤버들의 얼굴을 구분하기 정말 어렵다. 머리도 다 똑같고 컨셉도 똑같고 심지어 미니 1집은 그림으로 되어있어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물론 지금은 눈감고서도 척척 맞힐 수 있지만 당시에는 얼굴과 이름, 멤버 고유색을 외우기 위해 1주일의 시간을 소요하였다. 그래도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전의 무대들을 복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몇 달간은 아주 레드벨벳 음악에 미쳐 살았다.(레드벨벳 음악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그 기세를 몰아 멜론에서 레드벨벳을 좋아하는 408번째 팬으로 당당히 랭크를 차지하였다. 나는 당시 스밍이 뭔지도 몰랐고, 순위를 높여주겠다는 뜻보다 단순히 레드벨벳 음악이 좋았기에 계속 끊임없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레드벨벳 음악에 미쳐 살다 보니 어느새 벌써 새로운 앨범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Automatic'으로 살짝 맛을 보여줬던 'Velvet 컨셉'으로 나온다니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됐다. 그러나 레드벨벳의 음악으로 행복만을 느끼며, 새로운 앨범 소식으로 기대감에 가득 찼던 나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새로운 앨범이 나오고 3주 후, 입대할 날도 함께 다가온 것이다.



- To Be Continued...




* 본 글은 아이돌레 웹진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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