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메이플스토리에 비유하면, 능력치를 다 '올럭(all luck)'에 찍었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나다. 나의 인생을 전체적으로 보면 나는 항상 운이 참 좋았다. 특히 아이돌에 관련된 운이라면 행운의 여신은 언제나 나의 손을 들어준다. 나에게는 아이돌 덕질에 눈을 뜨게 된 순간부터 행운이 졸졸 따라다녔다.
첫 행운의 시작은 티아라 친필 싸인 앨범이다. 나는 2010년에 처음으로 소녀시대 덕질을 시작하면서 인터넷 활동을 활발히 했고, 블로그나 카페에 매일 꾸준하게 들어가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소식을 계속 확인했다. 그러면서 소녀시대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돌의 노래나 무대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고, 티아라도 그중 한 아이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티아라 리패키지 앨범 [Breaking Heart] 발매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응모하였다. 지금으로 치면 네이버 뮤직에서 진행하는 발매 기념 친필 싸인 앨범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큰 기대 없이 응모하고 쿨하게 바로 잊어버렸는데, 아뿔싸! 갑자기 당첨이 됐다는 네이버 쪽지가 날아왔다. 나는 당첨이 되고도 황당했다. 그래도 티아라는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이었고, 나같이 아무 생각 없이 응모한 사람이 많았을 텐데 아무 생각 없던 내가 막상 당첨이 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올라가며 나의 아이돌 덕질은 끊겼고, 행운의 여신은 다시 멀리 떠나가며 그대로 나의 행운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교에 올라오자 나의 덕후 DNA가 다시 꿈틀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15년 9월 나의 본격적인 레드벨벳 덕질이 시작되기 전에 다시 스멀스멀 올라온 덕후 DNA는 나를 트와이스 데뷔 서바이벌 방송 ‘SIXTEEN‘을 보게 만들었다. ’SIXTEEN‘을 열심히 보면서 제휴 음악 어플인 ’MILK'를 통해 투표도 열심히 하고 이벤트도 열심히 응모하며 트와이스가 데뷔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공로상의 의미일까, 나는 결국 트와이스가 데뷔하고 'MILK'에서 진행한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이벤트에 당첨돼서 트와이스가 데뷔한 첫 데뷔 앨범 ‘THE STORY BEGINS' 정연의 친필 사인을 받았고, 지금도 내 책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행운의 여신은 나의 본진인 레드벨벳까지 친히 따라와 주셨다. 2015년 9월에 레드벨벳에 입덕한 나는 2016년에 군대에 갈 처지에 생겼고, 군대에 가기 전 꼭 레드벨벳 팬사인회를 가겠다고 다짐했다. 군대에 가기 한 달 전 기회는 찾아왔다. 2016년 3월 레드벨벳의 2번째 미니앨범 ‘The Velvet'이 발매됐고, 나는 레드벨벳의 팬이 되고 처음으로 앨범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런데 군인이 되기 전 나는 모든 돈을 탕진하여 입에 풀칠을 겨우 하는 상태였고, 물량으로 승부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앨범을 구매하는 방법을 생각해냈고, 간절한 마음으로 2장을 구매하였다. 1장이 아니라 2장인 이유는 당첨확률이 2배가 되기 때문이다.(WOW!) 3장을 사면 당첨확률이 1.5배, 4장을 사면 1.3배밖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나는 과학적으로 2장을 간절한 마음으로 구매하였다.(물론 말도 안 되는 계산법이다.) 하지만 이 계산법에 행운의 여신도 감복한 것일까, 나에게 군대에 가기 전 레드벨벳과의 꿈같은 시간을 선물해주었다.
자비로운 행운의 여신은 레드벨벳뿐만 아니라 잠깐 관심을 가지던 아이즈원에게도 찾아왔다. 나는 G마켓에서 평소처럼 아이쇼핑을 하던 와중 아이즈원 기프트카드를 사면 여러 가지 굿즈와 팬미팅 응모권을 준다는 엄청난 소식을 접했다. 이것은 팬아사(팬이 아니어도 사야해!)의 마음을 불러일으켰고, 응모권과 상관없이 굿즈만으로 나는 만족했었다. 그런데 행운의 여신은 만족해하는 모습이 부족해 보였는지 팬이 아니면 절대 될 리가 없는 팬미팅 당첨까지 시켜주었다. 거기서도 모자라 현장에서 진행한 무작위 자리 뽑기에서도 1층(2층도 있는데!) 앞에서 5번째 줄이라는 파격적인 자리를 내게 선물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아이즈원의 매력과 팬미팅만의 묘미를 동시에 느끼고 왔으며, 지금도 마음에 아이즈원의 자리를 남겨두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행운은 아직까지도 내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내가 이렇게 운이 좋은 이유는, 내 생각에는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과 내가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바로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비록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가까이서 못 보고, 그들의 모든 순간에 함께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들과 같은 시간을 살며 그들의 노래와 무대로 큰 힘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큰 행운이 아닐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동시에 어디에나 있구나 우린 앞만 보고 살도록 배웠으니까 주위에 남아있던 행복을 놓쳐 빛나지 못하는 거야” <김하온, 이병재 - 바코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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