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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쓸 SSSSL Sep 18. 2020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이 만든 가게, 알맹상점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껍데기는 가라”는 구호를 당차게 외치는 무포장가게가 있다. 껍데기는 배제하고 알맹이만 판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알맹상점’. 금자, 래교, 은, 3인의 공동대표가 이끄는 제로웨이스트숍은 올해 6월 단독 매장으로 오픈했지만 전국적으로 영향력이 강하다. 알맹상점에는 늘 그 활동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알맹상점의 명확한 구호와 파급력 있는 캠페인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2018년, 서울의 SSM(대형 슈퍼마켓)에서 ‘플라스틱 어택’으로 시작해, 동네인 망원시장에서 플라스틱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동시에 상인들을 틈틈이 찾아 공유 장바구니를 권하고, 살균한 유리 용기를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설득해 온 이들. 상인들의 냉담한 반응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는 이들의 집념과 실행력은 많은 제로웨이스터들에게 그 자체만으로 ‘용기’를 주는 존재다.

우리는 ‘무포장가게 쓸’을 준비하는 동안, 알맹상점을 찾아 그들의 제로웨이스트 활동 이야기와 활동가에서 무포장가게를 직접 운영하게 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들이 처음 ‘용기’를 냈을 때



알맹상점은 제로웨이스트 활동으로 시작해 아예 숍까지 차린 케이스예요. 그래서 처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처음에는 대형마트 어택을 했다가 시장에서 고정적으로 활동했어요. 왜 시장 안으로 들어왔나요?
일회용품 비닐 사용에 대한 규제가 생겼는데도 시장은 해당사항이 안 되더라고요. 규제 대상을 규모로 정하기 때문에 시장들은 비닐봉지를 쓰게 돼 있어서 이 제도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렇게 봉지 없이도 장바구니랑 용기를 들고 장을 보면 쓰레기가 많이 줄 수 있는데 해보지도 않고 편리함만 추구하는 것에 대해 설득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검은 비닐봉지는 재활용이 안 되잖아요. 
사실 다른 나라들처럼 비닐봉지를 언제부터 생산하지 않는다고 국가에서 선언해버리고 제도화 하면 저희가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움직임이 미비하기 때문에 시장이라도 제가 볼 수 있는 장이라도 그렇게 쓰레기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떨까 해서 그것들을 알리게 된 거죠. 

맨 처음 시장 상인들한테 플라스틱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그래서 처음에는 ‘음..?’ 이런 느낌?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었죠. 옛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잖아요. “요즘에 그렇게 안 해”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래, 문제가 되지. 근데 바쁜 걸 어떡해” 이런 입장이 강했죠. 설득하는 과정에서 거북이 코에 빨대가 껴있거나 죽은 새 몸 안에 플라스틱이 잔뜩 들어 있는 사진을 보여드렸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에게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들이 더 많았어요. 먹고 살기가 빠듯하다 보니 동물이나 생태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지긴 어렵잖아요.
심지어는 저희를 잡상인처럼 느꼈는지 “너네는 왜 우리한테 와서 자꾸 비닐을 줄이라고 하고, 장바구니를 걸으라고 하냐”며 싫어하는 분들도 있었죠.

2년 넘게 꾸준히 그 활동을 했는데, 이제는 상인들의 반응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받아들여 주는 분도 있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많이 달라졌다고 체감하진 않아요. 망원시장 안에는 약 120개 정도의 가게가 있는데, 공감하시는 분은 그 중의 삼 분의 일이 안 되는 정도예요. 

적어도 서른 곳 정도는 내 일로 받아들였다는 건데, 그것도 놀랍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변화한 이야기가 좀 궁금해요.
우리가 꾸준히 찾아가서 설득한 것들이 먹히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저희가 딸이나 아들뻘 나이잖아요. 그런 저희가 계속 찾아가서 살갑게 대하고 먹을 것도 사 들고 가니까 나중에는 그렇게 싫어하시진 않으시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날은 “장바구니도 가지고 와봐라” 하면서 장바구니도 대여해 주고, 캠페인도 한 번씩 동참해 주시죠. 
저희가 오픈하고 난 뒤에도 플라스틱 캠페인을 서너 번 정도 했었거든요. 그 사이에 상인회 대표가 바뀌었어요. 이번에 좀 바뀌신 분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은 분이더라고요. 요즘은 “계속 알맹이랑 같이하고 싶다”고 먼저 말씀을 주세요. 그래서 좀 올해 하반기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우리가 사장이 된 이유



‘제로웨이스트’ 하면 너무나도 깔끔하고 어딜가나 비슷비슷한 물건들을 진열한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저희는 그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저희는 한국에서의 제로웨이스트샵이라면 구수하고,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길 원했어요.



활동가에서 사장님이 됐어요. 해보니까 어때요?
우선 돈과 얽히고 싶진 않은데(웃음),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돈과 너무 상충된다 생각을 해요. 사실 실행단계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돈이에요. 세 명이 모였어도 우리가 부자도 아니고 월세를 충당하기도 어려우니까, 이 부분이 제일 어렵거든요. 일 년 정도는 여기를 계속 운영을 하는건데 목표는 근데 이것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할지가 문제인거죠.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지는 않았나요?
사실 시에서 하는 것들을 저희가 한 두번 받아 봤는데 실행하기 위해서 자료나 정리, 회계... 이런 부분이 들어가야 되는데 그런 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하나도 책정이 안되어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과연 지속가능한가 싶은 거에요. 그래서 저희도 원래는 시나 뭐 이런 국가에서 지원받는 그런 것들을 계속 하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그리고 이 상점에도 올인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력이 많이 들어서 올해 하반기까지는 그냥 저희가 그냥 상점에만 집중을 하려고 해요.

시장 옆 리필가게가 알맹으로 커졌어요. 찾는 손님들 반응은 어때요?
너무 신기하고 좋아하시죠. 저희의 처음 타겟은 주부였어요. 막상 차려보니 여기 고깃집이 되게 많거든요. 대기를 하면서도 한 번씩 올라와서 한 번 보세요. 그런데 그래 이런 것도 있네 하면서 또 심심지않게 사진도 올리시고 이러시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여기가 갑자기 힙한 곳이 되어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의 비중이 확실히 늘었어요. 초반에는 망원시장에서부터 저희 활동을 아셨던 분들이 찾아왔다면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인스타 한 번 보고 왔다. 용기 들고 왔다. 이런 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많지만 알맹처럼 리필숍까지 운영하는 곳은 흔치 않죠.
저희는 망원시장에서부터 ‘에코티크’라는 세제를 벌크로 구입해 소분 판매하고 있었어요. 계속 해왔던 곳이라 신뢰관계가 생겼고, 나머지 곳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지금은 직접 배송해주는 업체도 있지만 처음에는 벌크 제품을 요청하면 “100kg 이상이어야 납품할 수 있다”며 거절을 많이 당했죠. 지금은 저희가 하는 것들이 기사를 통해 많이 소개되면서 손을 먼저 내밀어주고 문의해주는 업체도 많이 생겼어요. 감사해요. 


힘들죠. (웃음) 이 통 하나 닦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렇다고 저희가 세척해서 그 통에 리필을 해서 받는 개념은 아니고, 저희가 쓰던 걸 보내주는 거라 기분좋게 받으시라고 최소한의 세척만 하는 거예요. 거기에서는 따로 세척하시는 곳에 보내서 세척과정 살균과정을 통해서 다시 리필을 해서 저희한테 주는 방식이거든요. 또 관리가 어렵기도 해요. 왜냐면 박스를 다시 구해다가 박싱하는 작업을 또 해야되고, 택배 오기 전까지 그 큰 걸 또 쌓아놔야 하죠. 그래서 가끔씩 저희한테 통 들고 가져다 주시는 업체도 있어요.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알맹도 그 자격증이 있다고 들었는데 자격증이 필요한 업무인가요?
정말 조심스러운 발언이지만, 사실 모르겠어요. 저는 식품쪽에서 일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위생사 자격증과 영양사 자격증이 있는데 기본은 동일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위생 표시사항, 유통기한을 준수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판매하는 곳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화장품이 화학제품이라 잘못되었을 때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식품도 판매하고 있는데 관리하고 판매하는데 어떤 고충이 있나 궁금해요.
차나 커피, 소금 이런 것들을 판매하고 싶은데 법적인 제약이 있어서 좀 어려워요. 그래서 일단 법을 위반하지 않는 것들로만 팝업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식품소분에 대한 것들을 정리해서 소분법을 따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알맹이 생각하는 소분법의 방향은 어떤 건가요?
독일이나 유럽 같은데에서도 흔히 소분을 해서 판매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위생적이지 않다라든가 이런 개념은 없거든요. 대부분 호감이을 갖고 있어서 너무나도 많이 확산되어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것들을 확산시키기가 너무 어렵구나 느껴요. 그냥 유럽에 기준으로 정도로만 풀어주면 그래도 이런 곳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알맹은 다른 곳 보다 판매하는 품목이 많아요. 총 몇가지고 품목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저희가 판매하는 품목만 500가지가 넘어요. 일단 비닐 없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고, 안되면 다른 업체를 찾아서 연락하죠. 사실 저희도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에요. 품목이 많으니 관리도 어려워요. 비닐은 안 쓰니 보관문제에서도 불편한 점이 많은데 업체를 설득하고, 고맙다는 장문의 문자를 받고 그러다 보니 유통단계에서 저희한테 비닐이 올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생산라인에서 비닐 없이 우리한테 바로 올 수 있는 품목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고르고 있어요.

포장뿐 아니라 친환경 제품 위주로 많이 가지고 오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요.
일차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거고. 그 다음에는 일회용 보다는 다회용을 위주로 골라요. 이를테면 면봉을 나무로 쓰더라도 나무들이 계속 베어지고 있으니까 플라스틱 재질이라도 다회용으로 고르게 되었고요. 실리콘 그릇도 뚜껑이 플라스틱이거든요. 우리가 플라스틱 없이 살 수는 있을까 싶지만 그런데 그것들에 대한 대안적인 것들을 판매를 하면 일회용품 보다는 다회용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서 생기는 노동이 엄청날 텐데요.
사실 업체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에요. 그래서 사실 비닐봉지로 한무더기 싸서 보내주신 걸 반품을 하는 경우가 요즘 정말 많아요. 저희 사비랑 노동력을 들여 반품을 하면서도 계속 하고 있어요. 우리가 그냥 뜯어서 써도 상관은 없는건데, 애초 지향하는 목적이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편이죠.

한국사회에서 이런 것들을 거절하고 반품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어떤 업체한테는 장문의 문자가 오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다. 이렇게 우리도 업체에다 문의를 했고... 이런 활동을 하는거에 대해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런 얘기들을 종종 하세요. 그 업체는 우리랑 거래를 못하게 되지만 그래도 한 번이라도 느끼셨으면 다음에 제품 만들 때는 고민해보지 않을까라요?그것만으로 우리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러면 우리가 비닐 없이 납품을 해줄게” 하는 업체들도 생기는데, 우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도 그런 요청을 받았겠죠? 그래서 이런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그런 판매하는 사람들한테 요청을 하고 우리가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비닐을 없이 하는거에 대한 파손이라든지 이런 흠집이라든지 이런것을 감안하겠다 감수하겠다 하면서 받아내는 것들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많이해요.

이렇게 상점은 거절과 반품을 반복하고, 또 소비자는 굳이 에코백과 용기를 들고 무포장가게에 찾아 오는 이런 소비 생활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국가에서는 혁신을 원해요. 근데 그 혁신이 어찌보면 정말 별 것 없거든요. 그 혁신이 사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을 변화시키는 거에 있어서 깨트리는 건데 그걸 어떻게든 실현해 나가는 것, 그거라고 생각해요. 



© 매거진 <쓸> | 공식 인스타그램
유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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