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매거진 연 Jan 04. 2019

[인터뷰] #5. 배우 최현선 (1)

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며칠 전, 어느 뮤지컬 콘서트에서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열창했던 배우가 있습니다. 정말 추웠던 어느 겨울 오후, 다섯 번째 인터뷰이로 배우 최현선을 만났습니다. 그녀가 무대에서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 무대 바깥에서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분명 그녀에게 귀중한 경험이었으리라 생각했던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와 <보디가드>의 ‘니키 마론’, 그 외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준 크고 작은 배역들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어느덧 데뷔 14년 차에 단단한 내공과 어마어마한 가창력을 지닌 그녀지만, 아직도 신인 배우라며 웃었습니다. 최현선 배우는 앞으로 소극장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과 배역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는데요, 그녀의 열정과 재능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리라 믿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찬찬히 글을 정리하며 그녀의 행복의 비결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일에도 감사해하며 매사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는 그녀에게 새해에 더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좋은 작품으로 ‘열일’해주시고, 꼭 다녀오고 싶으시다던 곳으로의 여행에도 성공하시길 바랄게요!




<드림걸즈> 최현선 / 출처 오디뮤지컬컴퍼니

Q. 지난 가을 <록키 호러쇼>를 마치고, 휴식기는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체력을 비축하는 것보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한창 열심히 하다가 쉬면서 마음을 다잡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인가 싶어요. 정말 많은 요인들이 있기에 누군가는 이 휴식기를 못 견뎌할 수 있는데 저는 어떻게든 극복하고, 괜찮으려 하고, 잘 해결해나가려고 생각해서 쉽게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해가 가면 갈수록, 제 ‘멘탈’(정신력)이 진짜 단단하다는 생각을 해요.

Q. 요즘 최대 관심사가 있다면

사실 여성으로서, 배우로서, 현재 최대 관심사가 특별히 공연은 아니에요. 요새 여행 혹은 외국에서 잠깐 살아보는 것에 대한 생각이 늘 있어요. 잠시 다 잊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거요. 작년에 결혼식 마치고 여행을 다녀왔고 이번 결혼기념일에도 3주 동안 뉴질랜드를 다녀왔거든요.
지금까지 쭉 공연하면서 이거(공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무대에 있는 게, 노래하는 게 너무 좋았고 행복했어요. 또 배우이기에 내가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행복했죠. 가정이 생기고 나서 무대에 서는 것 외에도 내가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데 여행을 갔더니 느끼는 것도 많고 제가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저는 여행을 많이 안 다녀봤는데 지금 남편과 연애하면서부터 조금씩 멀리 가기 시작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열심히 벌어서 여행 가서 마음껏 쉬는 게 이렇게 좋다는 걸 왜 이렇게 늦게 알았을까 싶어요. 이제 앞으로 일 년에 한 번씩 어딘가는 꼭 가려고요. 여건이 안 되면 가까운 데라도 꼭 다녀오자고 했어요. 내년에도 좋은 작품이 들어오면 열심히 하고 또 여행을 가고 싶어요.

Q. 최현선에게 행복은 무엇인지

막연하지만 요새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하는 생각 정말 많이 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노력해야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찾아왔으면 좋겠지만 노력을 해야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그게 또 스트레스가 될 수 있고 그걸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도 고민해요.
행복의 기준은 주관적이죠. 정말 소소할 수 있고요. 지금 이렇게, 처음 뵙지만 저를 생각해주시고 만나서 얘기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자리도 저는 행복하고, 이 사람과 얘기를 하는데 뭔가 통했을 때 행복하고 신기하죠. 커피도 너무 좋아해서 커피 마시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다 행복한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큰일에 대해서는 담담하고 작고 사소한 일에 마음이 쓰이는 편이라 살면서 그렇게 크게 불행한 일이 없었던 것 같아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것도 지나고 나니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결혼하고 나니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미리 알면 삶이 재미없겠죠? 느끼는 게 있어야 삶이 의미가 있고 재미도 있겠죠. 물론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잖아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싶은 이 일을 연달아 할 수 있었던 건 주변에서 저를 인정해줬기에 때문이에요. 제가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주변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면 오래가기 힘들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며 산다는 것. 그건 21세기에 정말 큰일이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Q. 금속 공예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배우로서의 예민함을 해소하기 위해, 혹은 공연을 쉴 때는 다른 방법을 통해 성취감을 느껴서 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지지 않고 행복하게끔 다른 여러 취미 생활을 해요. 액세서리를 좋아하는데 매장에서 사려고 하면 취향에 백 퍼센트 딱 맞는 게 없었어요. 남편과 연애할 때 제가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는 자기 친척 동생이 하는 공방에 함께 만들러 가보자고 했는데 너무 재밌어서 나중엔 혼자 가서 작업을 했어요. 생각이 많을 때 하면 너무 좋아요. 손톱 갈듯 줄질을 하는데 머릿속으로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다치지 않게 각을 맞춰 갈아낼 때 힘도 많이 들어요. 그런데 그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진짜 크고 각이 딱 떨어졌을 때 너무 좋아요. 만들어서 완성된 걸 내가 봤을 때, 그리고 받을 사람을 생각하며 누군가를 위해서 만들어서 선물하는 것도 성취감이 커요. 크기와 종류는 다르겠지만 무대에서의 성취감과 비슷한 것 같아요.

Q. <드림걸즈>의 ‘에피 화이트’도 각별한 캐릭터인 것 같은데

<드림걸즈>는 정말 저의 운명 같은 작품이었어요. 워낙 많이 한 이야기지만, 그야말로 ‘드림걸’이었기에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고 너무 감사한 상황이었죠.
저를 아시는 주변 분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고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또 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께서 첫 주연이니 너무 오버페이스 하지 말라고 우려의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요. 그런데 저는 그게 에피 역이든 뭐든 욕심내지 않고 주어진 몫을 다하는 데에 최선을 다하려 했어요. 누구보다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냈으면 오히려 제가 힘들었을 텐데, 이 배역을 제가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이렇게 기회를 주심에 대해 감사했어요. 너무 재밌었고, 하루도 빠짐없이 행복했어요.


<더 뮤지컬> 촬영 중 최현선 / © 더뮤지컬


Q. <보디가드> ‘니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최현선의 ‘레이첼’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사실 저는 니키에 더 큰 매력을 느꼈어요. 왜 니키가 그렇게 욕심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니키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듣고 너무 좋아하던 곡들을 거의 다 불렀고, 사연도 있고 아픔도 지닌 사람이라는 게 제게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쇼케이스 때도, 인터뷰할 때도, 공연하면서도 그런(니키가 아닌 레이첼로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물론 만약 레이첼 역이 제게 주어졌다면 또 열심히 노력해서 했을 테고, 분명 욕심낼 법도 한 배역이지만 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주연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배역으로 시작해서 앙상블을 거쳤고 주연도 하는 등 다양하게 해와서 그런 게 없어요. 정말 진심으로 주어진 거 오는 거에 대해 되게 감사하게 생각하고 행복하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조금이라도 욕심이 나서 ‘내가 저걸 할 수 있는데 왜 이걸?’ 이런 생각이 들 때는, ‘이걸 진짜 끝장나게 잘 해서 나 아니면 누구도 생각 안 나게 해버리자,’ 하는 편이에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제게 주어진 것에 그 에너지를 다 쏟고 그 몫 이상을 하고 싶어 하죠.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는 레이첼을 하기엔 나이가 들어서 못하겠네요. (웃음)

Q. 감정 소모가 큰 캐릭터인데 원캐스트로 힘들지 않았는지

옛날 생각하면, 그때만 해도 전부 다 원캐스트였잖아요. 요즘은 여러 사정에 의해 멀티캐스팅을 해서 ‘제가 원캐 할게요’ 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 많아요. <보디가드> 초연의 경우는 사실 처음에는 더블을 했으면 했던 마음도 있었어요. 너무나 감사하게 외국 크리에이티브 스텝들이 저여야만 한다고 했대요. 너무 감사하고 기분은 좋았지만 원캐스트에 대한 걱정을 엄청 했죠. 제가 못 할 거라는 생각보다도, 아무리 관리를 잘 해도 분명히 체력적으로도 소모될 거고 처음과 똑같은 마음, 공연을 보여드리기 어려울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 한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다고 원캐를 할 수 있는 게 아닌 요즘인데, 제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 믿음이 정말 감사했어요. 생각보다 회차가 좀 많긴 했지만, 오히려 <보디가드>를 하며 원캐스트여서 다행이고 감사했어요.

Q. 2015, 16년도에 바삐 일하시다가 일 년을 쉬셨는데.

2015-16년은 정말 바빴죠. 좀 쉬고 싶었는데 <보디가드> 끝나고 또 결혼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가 결혼하고 호주 여행도 다녀왔어요.
쉬면서 큰 작품은 하지 않았지만 소소하게 콘서트도 있었고 리딩 공연도 있었어요. 그런 작업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서로 부담 때문인지 타이밍이 안 맞았는지 소극장 작품을 할 기회가 많이 없어요. 리딩 공연의 경우 창작 작품이고 첫 걸음이다 보니 참여하는 게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경험도 너무 재미있어요. 저는 성격상 일이 너무 많으면 힘들더라고요. 꾸준히 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인정하는 게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Q. 욕심나는 배역이 있다면

옛날에 가장 좋아하는 배우나 존경하는 배우,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매번 당황했죠. ‘없는데요…’ (웃음) 이제는 하고 싶은 게 좀 생겼지만 예전엔 정말 더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공연하는 게 재밌었거든요.
크고 화려한 배역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배역에 대한 욕심이 끝없이 있어요. 그런 배역이 저에게 만족감을 크게 주면 누군가가 ‘그러기엔 너무 작지 않아?’ 해도 개의치 않아요. 저도 알아요. 제가 캐릭터성이 강한 배우다 보니 작품 선택을 할 때 원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것도, 지금의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어요. 원하는 것만 할 수 없지만 그래서 더더욱 제 몫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배역으로 <고스트>의 ‘오다메’를 꼽으셨는데
뮤지컬 <고스트>의 ‘오다메’는 진짜 해보고 싶었어요. 초연 때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했어요. 정말 잘하고 싶었고 욕심냈던 것 같아요.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에게 최현선이라는 배우를 어필해야겠다, ‘나의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오리라’ 이런 생각으로 준비해 갔어요.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을 보고 나니 떨어져도 후회가 없고 너무 후련한 거예요. 마치 공연을 마친 것처럼 제가 느끼는 만족도가, 성취감이 너무 컸어요. 열심히 준비한 과정과 최종 오디션까지 갔단 결과가, 스스로에게 토닥토닥해줬죠. 오디션을 보고 난 후 합격해서가 아니라 정말 잘했다는 연락을 그렇게 많이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그것도 너무 감사했어요. 그때는 그랬지만 <고스트> 재연이 왔을 때 도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기회가 되면… 요새는 자신감이 점점 없어져서요. TV만 봐도, 젊은 배우들, 잘하는 사람들, 재능 있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Q. 비전형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보고 싶은 욕심은 있어요. <록키 호러쇼>의 ‘마젠타’ 같은.

아, 마젠타! 너무 힘들었는데 하기 너무 잘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었어요. 오랜만에 무대에서 너무 신나게 공연했는데 하고 싶은 걸 더 했어야 하나, 아쉬움이 남아요. 항상 아쉬운 것 같아요. 정말 파격적인 의상에 깜짝 놀랐죠. 엄청난 의상이라 정말 충격받았었는데 입다 보니까 저한테 아주 착 달라붙더라고요. (웃음) 그 옷이 되게 잘 어울린다는 얘기도 꽤 많이 들었어요. 마젠타 역을 제안하실 줄은 전혀 몰랐고, 저도 제가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다음에 제의가 또 와도 너무 재밌어서 다시 할 것 같아요.

Q. 노래 잘하는 배우라는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오히려 연기적인 측면이 더 궁금했어요.

저는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좋아해요. 춤은 많이 보여드린 적은 없지만 제가 너무 좋아하거든요. 안무 선생님들이 안 시켜주셔서 그렇지. (웃음) 앙상블 하면서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런데 노래, 연기, 춤 셋 다 전문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세 가지 중에 연기는 좀 어려운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게 캐릭터를 구축하는 편이에요. 편하게 접근하죠. 이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상상해요.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 속 캐릭터의 색깔이 확실한 편이었어서 그 안에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어요. 예를 들면 <보디가드> 니키의 경우, 그 뒤에 가려진 삶은 좀 숨기면서 그녀의 아픔을 그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했고요. 아니면 아예 나이도 어떤 것도 가늠하지 못하는 추상적인, 상징적인 캐릭터였어요. <해를 품은 달> ‘장씨’를 통해 관객분들뿐만 아니라 다른 스태프분들도 저라는 배우를 많이 알게 되셨는데, 그것도 너무나도 추상적인 인물이어서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했어요. 노래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노래 위주의 작품들이 많이 들어오는데 사실 조금 더 연기의 비중이 있는 걸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커요. <베어 더 뮤지컬>의 경우 노래가 많지만 ‘수녀’나 ‘피터 엄마’가 연기적으로도 되게 깊이가 있어야 하잖아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게 노래 하나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다른 여러 요소들도 적당히 버무려지고, 운도 따랐겠죠. 기회가 되면 창작 작품이나 소극장 작품들을 더 많이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쉽지가 않네요.

Q. 그렇다면 즉흥은 어떠신가요

즉흥이요?! <오첨뮤> 요?! (큰 웃음) 초연과 재연 때 한 번씩 봤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하셨던 역대 선배님들 – (소)정화, (박)은미, (이)영미 언니, 그리고 연출님까지 너무 친한 분들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있겠지만, 응원하면서 보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재밌잖아요, 즉흥. 정제되어 있지 않고 배우들의 당황스러움을 그대로 얘기하는 그 자체가 너무 재밌더라고요. 또 이런 요소들을 이해해주는 분들이 오셔서 관람하시는데 관객 입장으로 봤을 땐 잘 안 풀리는 날이라고 해도 재밌었거든요.
즉흥극을 하고 나면 분명 배우로서 엄청 성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만 제게 주어지면 할 수 있을까란 의심을 많이 해요. 저에게도 엉뚱하고 독특한 구석이 있고 개그적인 요소를 좋아해서 평상시 대화를 할 때 재밌게 끌어나갈 순 있지만, 무대에서는 워낙 사연 있는 캐릭터들을 많이 해서요. 즉흥극을 하면서 재미도 같이 가져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암담한 거예요. (웃음) 주위에서는 저보고 즉흥극을 잘 할 거라고 입을 모아 말씀하시는데 음… 제 성격에 안 맞을 것 같진 않아요. 순발력도 엄청 좋아질 것 같고. 그거 하고 나면 못할 게 뭐가 있겠어 싶겠죠. 하면 재밌을 것 같지만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초재연의 경우 타이밍상 다른 작품들 때문에 고사하게 되었는데 만약 감사하게도 또 세 번째 제의가 들어온다면… 그때 다른 게 없고 이걸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거절할 수 없고 도전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 번째 기회가 오면 이건 그냥 ‘고(Go)’다. 아, 괜히 이런 이야기했다가 연락 오는 거 아닌가? (웃음)



2부에 이어집니다.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 #4. 연출가 김민정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