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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연 Jan 04. 2019

[인터뷰] #5. 배우 최현선 (2)

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보디가드> 최현선 / 출처 CJ E&M


Q. 2019년이면 어느덧 데뷔 14년 차인데
선배님들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죠. 14년 차지만 아직 신인배우에요. 제가 데뷔 7년 차 때 <이석준의 이야기쇼>에 신인 여배우로 출연했는데, 음악 감독님도 리허설할 때 ‘네가 무슨 신인이야?’ 하셨어요. ‘아무도 모르면 신인인 거예요!’ 그랬었죠. (웃음) 그러고 나서 <나는 뮤지컬 배우입니다> 코너 결산 투표가 진행됐는데 제가 1등을 한 거예요. 정말 기대도 안 해서 깜짝 놀랐어요. 막연히 남배우분들 중 한 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변 분들께서도 너무 놀라고 좋아하고 기뻐해 주시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니까 되게 의미 있었네요. 다시 한 번 너무 감사해요.

Q. 공연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많이 하셨다고요

웹 프로필 상 공연계 데뷔는 2006년 <넌센스>라고 나와있는데 2003년부터 일종의 어린이 뮤지컬을 했어요. 그림책을 영사기로 쏴서 공연 형식으로 연기하며 읽어주는 거였죠. 그런 일 자체를 좋아했어요. 옛날엔 목소리도 더 젊었고요. (웃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그런 노래들. 지금도 간간이 하는데 2009년부터 14년까지는 정말 활발하게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녹음하는 작업도 저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죠. 평상시 무대에서 하지 않는, 낼 수 없는 다양한 톤의 목소리를 내는 게 너무 재밌고 저한테도 공부가 되니까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마이크만 쥐여주면 울음을 그치던 아이였어요. 어느 가수에게 빠지면 모창도 하고 테이프에 제 노래를 녹음해 듣는 것도 진짜 좋아했었어요. 녹음들도 어린이 뮤지컬도, 그때 당시에는 한 치 앞을 모르고 그저 재밌어서 소소한 일거리로 했던 것들인데 제 조카들이 ‘이게 고모야?’ 이러면서 제가 노래했던 것들을 듣는 게 되게 신기하고 기분이 묘해요. 꽤 많이 했어요. 롯데월드 가면 많이 나오고, 에버랜드 가도 나오고. 혹시 ‘캐리’ 아세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라는 시리즈가 있어요. 난리예요. (뿌듯) 
웃긴 얘기지만, 아직 실제 오디션장에서 요구받은 적은 없는데, 오디션 원서 특기란에 항상 ‘성대모사’라고 써요. 일반적으로 노래, 춤 이런 거 쓰잖아요. 저는 특기로 성대모사를 적는데 아무도 한 번도 안 시켜줬어요. 이제는 오디션 서류를 어디에 내는 경우가 사라지니까, 성대모사 기회가 점점 없어져요. 지금은 막상 하라고 그러면 못할 것 같은데. (웃음) 그런 걸 너무 좋아해요.

Q.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 혹은 나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하게 생각할 것 같아요. 노래일 것 같고요. 예전에 이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내 노래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내 노래 안에서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땐 배우를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제가 가장 순수해지고 사심 없이 정말 잡다한 생각 없는 그 순간이 노래하는 순간인 것 같아요.  그 순간만큼은 정말 진실이고, 진심이고. 진정성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음… 그냥 노래라고 해주세요. (큰 웃음) 옛날보다는 노래 외에도 제가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이나 이미지랄까요, ‘이건 최현선이 하면 딱이겠다’ 이런 것들이 조금씩 생겨난 것 같긴 해요. 
지금 생각하면 옛날엔 팝적인 작품도 정말 없고 클래식 작품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작품들을 어떻게 내가 다 했나 싶어요. 마음속으로는 한편에는 갈증이 있었죠.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뮤지컬 배우들의 뮤지컬 발성’에 대한 편견이 정말 싫었어요. ‘도대체 뮤지컬 배우 발성은 뭐지? 모두가 다 다르게 노래를 하는데 뮤지컬스러운 발성의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거지?’ 고민을 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전혀 아닌데 어렸을 때는 저런 인식들을 제가 좀 깨고 싶었어요. 요새는 팝적인 작품도 많아졌죠.

Q. 무대에서 크게 긴장하지 않는 편인 것 같은데

저도 공연을 찾아와주신 관객분들이 모두 마음을 열고 보시리라 믿고 그저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엄청 긴장하는 배우들도 많은데 저는 정말 안 떠는 배우에 속해요. 긴장을 많이 안 하고 편하게 서는 편인데, 축복이죠. 오히려 결혼식 축가가 제일 떨리는 것 같아요. 공연은 내가 못하면 나만 욕먹는데, 축가는… 제의가 들어오긴 하는데 진짜 친한 사람들 지인들 아니고서는 잘 안 하거든요. 근데 그분들한테 하면 진짜 떨려요. 막 울컥할 때도 있어서 ‘어머 주책이야,’ 이럴 때 있고요. 그래서 진짜 열심히 연습해요. 익히 아는 가사인데도 노래 부르기 직전까지 연습해요.

Q. 공연 관람도 많이 하시던데

요새는 좀 많이 못 다니는 것 같은데 공연을 찾아서 보는 편이에요. 배우들 친분에 의한 게 팔 할 정도 되는 것 같고, 작품이 궁금해서 가는 것도 있어요. 친한 배우들이 하는 공연을 챙겨보는 편이고. [친한 배우들도 많으신 편인 것 같아요.] 그런가요? 그런가?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고… 그러네요. 맞아요. ‘친하다’는 기준의 배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모임들도 조금씩 있고. (성격이) 최악은 아니다 싶어요. (웃음)

Q. 공연계에서 함께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면

저랑 정말 감정적으로 친하고 정서가 비슷한 친구들을 언급하실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있어요. (문)태유와는 2008년 <마이 페어 레이디> 때 만났는데 이 친구의 진지함이 너무 재밌었고 고민과 아픔이 정말 공감 됐어요. 동갑내기 친구로 친하게 지내면서, ‘우리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정말 열심히 해서 오랫동안 하고 버텨서 또 만나자’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2015년부터 그 친구도 잘 풀리고 저도 첫 주연을 할 때에서 누나랑 동생 배역으로 만난 거예요. 당시 많은 인터뷰에서 친한 배우로 정말 자주 언급했던 것 같아요. 너무 신기하고 감격스러웠어요. 늘 정말 응원했었어요. 지금은 더 잘 됐잖아요. 지금 바쁘게 일하는 것도 참 대단하고 멋져요. 
각별한 사이의 음악감독 분들도 계신데, 스텝과 배우는 사적으로 잘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일하는 측면에서도 저를 인정해주면 좋잖아요. 이 사람이 쓰는 음악과 생각하는 감성들이 제 취향과 맞아떨어질 때, 정말 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곡을 써서 들려주기도 하고, 서로 듣고 이야기하면서 피드백하는 사이에요. 너무 편한데 멋있어요. 
꼭 배우나 친분이 있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같이 해왔던 사람들이 같이 지금까지 남아있고 같이 열심히 활동하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대단하고 정말 그동안 잘 해냈다 생각하는데, 점점 그게 귀한 것 같아요. 저도 그런 걸 보면서 컸어요. 선배들 보면, 저에게는 너무 높으신 연출이고 음악감독분들인데 그분들에겐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일해왔던 친구이자 동료라서 사이좋게 지내는 게 신기했어요. 이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저에게도 그런 연대감, 유대감이 생긴 거죠.

Q. 최근 창작 뮤지컬 넘버들을 다룬 뮤지컬 갈라 콘서트 <UNSUNG>에도 참여하셨는데

저희 배우들이 참여했던 창작 뮤지컬 위주로 준비했어요. 저도 몇몇 창작 뮤지컬들에 참여했지만 그중 알려진 게 <해를 품은 달>인데 ‘장씨’의 구음, 주문, 죽음, 이런 걸 할 수 없어서요. (웃음) 고르고 고르다가 ‘우리네 얘기다, 다 같이 할래’ 해서 를 했어요. 어딘가에서 한 번은 부르지 않을까 싶었는데, 언성에서 기회가 됐네요. 너무 못했는데… (웃음) 그런데 진짜 재밌었어요. 아직도 귀에 맴돌아요. <봄밤>은, 김소월 시인의 시를 엮었으니 가사들이 얼마나 주옥같겠어요.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음악을 곱씹어 보고 연습하다 보니 이 곡이 너무 좋은 거예요. 거기에 제가 노래했다는 게 지분의 1%는 있겠죠. (웃음) 
(이)해준이와 (강)지혜는 처음 만났는데, 배우들도 다 너무 좋았어요. 그들도 다 창작 작품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많고요. 그중에 제가 창작 뮤지컬을 제일 적게 한 것 같아요. 초연작은 꽤 했는데 창작은 정말 많이 안 했네요. 가끔 제안도 해주시고 저도 정말 응하고 싶은데 잘 성사되지 않더라고요. 다양하게 많이 해보고 싶어요. 작은 (소극장) 작품들도, 창작 작품들도. 요즘 업계가 좀 힘들긴 하지만 언성 작품들도 다 잘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보디가드> 분장 중 사진이에요."


Q. 여배우 콘서트는 어떨까요
여자들끼리 우리 막 모여서 콘서트나 공연하자는 얘기 진짜 많이 하거든요. 각자의 목소리가가 개성 있지만, 모여 노래하면 다양한 소리가 들어와서 너무 재밌어요. 그리고 함께 무대를 꾸미는 게 각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고요. 회사 관계자분들께 여배우 콘서트를 제안해본 적도 있어요. 생각이 없지는 않으신 것 같은데,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여배우 세 분이 공연한 ‘코딱지 콘서트’ 소식을 듣고 되게 부럽더라고요. 나이 들면서 용기가 없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어렸을 때에는 패기가 있었죠. ‘하면 되지! 못할 게 뭐 있어’ 이랬는데 지금은 기획도, 홍보도… 그렇게 추진한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여배우 콘서트, 하면 진짜 좋겠네요.

Q. 2019년, 새해 공연 계획은

원래 그런 걱정 별로 없는데 내년 초중반기까지 작품이 정말 별로 없어서… 뭐라도 하겠죠.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요. 새 작품 들어갈 때 누구한테 막 알리고 그런 건 정말 못해요. 제 팬분들도, ‘SNS 하시면서 왜 차기작 들어갈 때 예고가 없냐’ 하시는데 ‘저 뭐 합니다 응원해주세요’ 그런 걸 정말 못하겠어요. 프로필 사진이 너무 잘 나온 것 같다, 이런 경우엔 좀 올려요. (웃음) 차기작 뭐냐고 자꾸 물으시는데 진짜 없어요. 또 무슨 공연을 하게 되겠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요.

Q. 공연 외에 다른 계획이 있다면

만드는 걸 좋아해서 금속 공예뿐만 아니라 가죽 공예를, 취미생활에서 조금 더 발전시켜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어딘가에서는 성취감을 느껴야 해서요. 조금 크게 생각하자면 외국어 공부를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 부끄러운데, 내년에 봉사활동도 하려고 하고 있어요.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서 발달 장애인과 함께 뮤지컬을 준비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했었어요. 저 혼자만 배우였고, 몸은 크지만 정신적으로는 각자 가지고 있는 발달 정도가 다른 친구들이었죠. 아무래도 그 친구들은 흥미나 목표를 가지기 힘들 수 있는데, 아무리 부모님들이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많이 해도 잘 안되던 게 뮤지컬에 흥미를 느끼는 친구들이 너무 많이 치유가 되고, 공연을 하는 꿈을 가지게 된 거예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머리를 띵, 맞은 것 같았죠. 사실 패럴림픽은 일반 올림픽에 비해 규모도 작고, 방송 중계도 그렇고 지분이 적잖아요. 그중에서도 작게 공연했던 건데, 그 친구들은 올림픽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감동받고 좋아하더라고요. 
봉사 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하고 나면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큰 보람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기회가 되면 봉사 활동에 많이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정말 감사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많이 했어요. 저는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키우던 강아지가 몇 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고 저와 남편 둘 다 일하다 보니 그 아이를 외롭지 않게, 온전하게 행복하게 키울 자신이 아직은 없어요. 요새 자꾸 생각이 나서, 친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봉사를 가려고 날짜를 맞춰보고 있어요. 꾸준히 가고 싶어요. 그중에 또 좋은 인연이 생길 수도 있고요.

Q. 10년 뒤쯤, 공연계에서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은지

공연계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긴 한데 그렇게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아요. 제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지금 생각으로는 무대를 꾸준히 할 것 같고, 하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때 선배들을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느꼈지만, 나이가 더 들어보니 지금 저렇게 중심 잡아주고 버텨주고 계신 게 너무 감사한 거예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친다기보다도 나이가 들어서도 내 자리에서 적절히 내 몫을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관리를 잘해서 지금까지 잘 해내고 버티고 있는 좋은 배우, 멋진 선배로 남고 싶죠.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냥 그렇게 연명하는 배우이고 싶진 않아요.

Q. 인터뷰를 마치며

12월에 계속 쭉 달리다가 오랜만에 쉬는 날이어서 ‘오늘 놀아야지’ 했는데, 막상 그렇게 마음먹고 눈을 뜨니까 또 아침부터 심심한 거예요. 그런데 연락받고 만나서 저한테도 하루가 너무 알차고 재밌었어요. 재밌게, 행복하게 하는 게 최고죠. 다 같이 모아놓고 인터뷰해도 진짜 너무 재밌겠다. 마치 인터뷰가 아닌 것처럼, 너무 재밌고 편하네요. 여배우들에 관해서 인터뷰해주신 것에 대해 전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그중에 제가 있다는 게 감사하고요. 
[배우 최현선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진짜 열심히 할게요, 저. 흥나죠. 벌써 힘 생기고요. 많이 좋아해 주시는 걸 느껴요. 분명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욕하셔도 상관없어요. 그런 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노래를 못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사람마다 기준은 다를 테니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들릴 수 있구나 싶어요. 그리고 배우가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이 드러나잖아요. 어떤 것이든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대충 하거나 자만하면 관객들이 분명 아시는 것 같아요. 그게 인기나 애정으로 잠깐 숨겨질 수는 있지만, 결국 티가 난다고 생각해요. 빨리 좋은 작품으로 뵙고 싶어요.



매거진 [연]의 첫 걸음을 뗀 2018년이었습니다. 배우부터 프로듀서와 연출가까지 다섯 분을 모시고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았는데요, 다가오는 새해에도 알찬 인터뷰를 전해드리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보겠습니다.
인터뷰 참여를 희망하시는 여성 공연인께서는 연락주세요. [연]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인터뷰 내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이나, 글에 대한 감상은 SNS를 통해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앞으로의 이야기에도 꾸준한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 2019년, 건강과 행복 가득한 한 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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