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Q.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잘 쉬고 잘 놀고 있어요. 소개받은 ‘미드’(미국 드라마)나 책이나 영화도 많이 보고 있고, 이렇게 팡이와 외출도 자주 하고요. 신랑 공연 첫공이 얼마 안 남아서 내조하면서 주부로 지내고 있어요. 이 시간들이 좋더라고요. 요새 드라마 <SKY 캐슬>이 그렇게 재밌다는데 한 번 시작해봐야겠어요. (웃음)
Q. 재밌게 보신 창작 뮤지컬이 있으시다면
며칠 전 <마리 퀴리>를 보고 왔어요. <레드북>도 그렇고 이런 작품들 보는 거 너무 재미있어요!
창작 뮤지컬 중에 진짜 좋은 작품이 많은데 여러 이유로 못 올라오는 작품도 많잖아요. 저는 <날아라, 박씨!>가 그 당시 정말 흔치 않았던 여성 주연극이고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꼭 다시 올라오면 좋을 것 같아요.
<공동경비구역 JSA>도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요. <안녕, 유에프오>도 진짜 좋았는데. <어쩌면 해피엔딩>도 한 번밖에 못 봤지만 너무 좋았어요. 잘 만든 창작 뮤지컬, 너무 좋아요. 창작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특별한데, 너무 복불복이죠. (웃음) 같이 했는데 잘 되면 진짜 기쁘고, 근데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겠죠?
요즘 기대되는 창작 작품은 <호프>에요. 제가 초창기 쇼케이스 때 참여했거든요. 일단 제가 했던 역할을 차지연 선배님과 김선영 선배님이 하시더라고요. ‘어머 세상에! 내가 했던 배역을!’ (웃음) 대본이 진짜 좋았거든요. 힐링 되는 작품인데 어떻게 바뀌었을지 너무 궁금해요.
Q. 언급하신 작품 중에 여성 주연의 작품이 많네요
<베르나르다 알바>도 자리가 없어서 못 봤는데, 좋았다면서요. 너무 멋졌다고. 아니, 여자들끼리 그렇게 모여서 하면 재미없을 수가 없어요. 우란문화재단에서 <나무 위에 고래>를 공연했을 때 남자 배우가 있긴 했지만 여배우가 네 명이었는데, 남자보다 여자가 많으니까 정말 다르더라고요. 여자들이 모이면 좋을 수밖에 없어요. <베르나르다 알바>도 분명히 좋았을 거예요. ‘<작은 아씨들> 이런 거 하면 진짜 재밌겠다,’ 이런 얘기도 많이 했어요. 이제는 점점 그런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고요.
Q.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좋은 건 진짜 왜 이렇게 항상 짧을까요? 봄이랑 가을 벚꽃 이런 거 말이에요. [짧아서 더 좋은 걸 수도요.] 그런가 봐요.
저는 여행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전 돈 없이도 늘 행복하게 살아서 돈 많은 사람을 부러워할 이유가 진짜 없는데 딱 하나 있다면 여행이에요. 저희 엄마도 돈 얘기 안 하시는데, 돈이 있으면 세계여행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을 하셔요.
가까운 곳으로 여행 다녀온 적은 있는데 처음 유럽 여행 간 게 신혼여행이었거든요. 유럽 여행 너무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스위스는 ‘대박’이었어요. 또 가고 싶네요. 물론 여행도 취향을 타겠지만, 대자연파라면 거긴 꼭 가야 해요. 사진에 다 안 담겨요. 스위스 가서 둘이서 진짜 험한 말을 많이 했어요. ‘미쳤다 진짜, 아우씨 말도 안 돼, 저거 다 가짜로 심어놓은 거야, 누가 블라인드 내려놨네. 저거 가까이 가서 보면 가짜야. 멀리서 봐서 그래. 저기 보이는 백조, 다 인형이야.’ [마치 ‘트루먼 쇼’처럼!] 맞아요, 그런 얘기를 진짜 많이 했어요. (웃음) 유럽 여행 다녀오고 나니 부모님도 스위스에 꼭 모시고 가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저는 앞으로 여행 다닐 기회가 더 있지만 어른들은 건강하실 때 다니실 수 있잖아요. 제가 잘 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가 부모님 여행 보내드리는 거예요. 작품 하나 하고, 쉴 때 딱 여행 다녀와서 충전하고 또 작품 하는 것, 너무 좋을 것 같아요.
Q. 특히 제주도를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 제주도 진짜, 정말 좋아해요. 옛날부터 좋아했는데 어디 해외여행을 가봐도 제주도가 제일 좋더라고요. 말도 잘 통하고. (웃음) 제주도 여행을 가면 관광은 아예 안 하고 그냥 해안 도로 따라서 가다가 멈추고 싶은 곳에서 멈추고, 머물고 싶은 동네에 머물러요. 숙소도 당일에 잡을 때도 있고, 정말 힐링이죠.
제가 예전에 혼자 제주도에 갔었거든요. 그때 진짜 제주도를 만끽한 것 같아요. 원래 혼자 여행 못하는 스타일이라, 처음 제주도 도착했을 때 혼자 밥을 못 먹어서 차 안에서 롯데리아 햄버거 포장해서 먹었거든요. 이틀은 괜히 왔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마지막 날은 혼자 스파게티 먹으러 다니고. 혼자 울면서 한라산 등반하고.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웃음)) 그때 이후로 제주도 더 좋아진 것 같네요. (웃음)
하여튼 제주도 좋아해요. 해외는 좀 부담스러운데, 제주도는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잖아요. 자동차 렌트비도, 숙소도 요새는 워낙 싸서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거든요. 제주도 자주 가고 싶은데 결혼하고 나서는 확실히 아무래도 자주 못 가게 되네요. 이번에 <태일> 팀도 제주도 갔잖아요, 제주 도민인 기둥이도 있었는데 맛집이나 카페 이런 걸 제가 훨씬 더 많이 알더라고요. (웃음)
Q. 커피도 좋아하시나 봐요
커피, 완전 진짜 좋아해요. 5000원 쓰는 거잖아요, 물론 모이면 큰돈이지만 내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루에 5000원 투자한다고 생각해요. 요새 시간이 많잖아요. 집안일 싹 다 해놓고 팡이랑 카페에 가요. 저는 용돈 받아쓰는데 저한테 카페는 정말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에요. 팡이랑 함께 와서 책 보거나 핸드폰 보고 그러면서 쉬어요.
저희 엄마 아빠도 커피를 엄청 좋아하시거든요. ‘1일 1카페’ 가시는 것 같아요. 저희 아빠가 55년생이신데도 전화해서 뭐 하시냐고 여쭤보면 ‘카페에서 책 보고 있어’ 이러신단 말이에요. 커피 맛에 되게 까다로우시고 맛있는 카페 알고 계시고. 강릉에 있는 좋아하는 커피집에 커피 드시러 훌쩍 가시기도 해요. 너무 대단하고 귀여우세요. 부모님도 돈은 없으신데 그런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사시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Q. 로또에 당첨된다면
진짜 로또 당첨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여기 바로 앞에 로또 파는 곳 있거든요. 요새는 깜빡해서 많이 못 샀는데, 로또를 열심히 사는 편이에요. 저는 잘 안 샀는데 신랑이 로또를 사는 걸 진짜 좋아하거든요. 딱 5000원만 사요. 거의 금요일에 사는데 살 때마다 매번 확신에 차서 ‘내일 진짜 된다,’ 이래요. 당연히 한 번도 된 적 없죠. (웃음) 5만 원 한 번 된 적 있어요. 참 재밌는 게, 금요일에 로또를 사면 하루치 행복을 사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진짜 쓸 데 없는 시간인데 농담이 아니라 저희는 진짜 진지하게 로또 당첨금으로 뭘 할지 얘기해요. (웃음) 진짜, 돈이 뭘까요? 옛날에는 진짜 돈이 생기면 옷 사고 차 살 거라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 것보다도 내 공간을, 카페 같은 걸 하나 갖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팡이 데리고 출근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부모님 모시고 여행 다니고 싶어요.
근데 매주 누군가는 로또에 당첨되고 있는 거잖아요? 그리고 심지어 한 주에 당첨자가 열 명 나올 때도 있잖아요. 우리나라가 크지만 또 작은데 누군가 되고 있는 거면 저희도 언젠가 될 것만 같아요!!! 주변에 된 사람 하나도 없는데. 있어도 말 안 하겠죠? 제가 3년 안에 카페를 그럴싸하게 하고 있으면 로또 됐다고 생각하고 계세요. (웃음)
Q. 최근 재밌는 일이 있었다면
<태일>에서 ‘엄마’ 역을 좋게 봐주셨는지, 공연을 보신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 분께 연락을 받았어요. 주인공의 엄마 역을 제안하셨는데 초반에 아주 잠깐 등장하지만 임팩트 있게 나오는 중요한 역할이에요. 큰 역할이면 아예 안 했을 텐데, 다행히(?) 큰 역할이 아니었어요. 저는 매체에 관심이 전혀 없거든요. 뮤지컬 관련이면 몰라도 TV에 나오는 것도 부끄럽고 관심이 워낙 없어서 문을 두드려본 적도 없어요. 요즘 주변에 아는 배우들이 막 나오면 너무 신기하고 그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지만, 저는 보는 걸로 만족해요. 제작사 사정으로 촬영은 결국 못했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죠. (웃음)
Q. 드라마나 영화 출연에 대해 생각은
제가 자신 없어서 그렇지 분명 매력 있고 다들 왜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 것 같아요. 매체를 많이 하는 친구들도 무대를 그리워하는 게, 매체는 아무래도 순서와 대사 상관없이 찍으니 연기가 끊길 수밖에 없잖아요. 근데 공연은 흐름을 가져가서 완벽하게 그 인물로 할 수가 있잖아요. 상대적으로 영화는 준비도 좀 더 잘 되어있고 확실히 드라마보다 흐름을 안 끊고 가져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1987> 시사회에 갔을 때가 생각나네요. 진짜 짧게 나오잖아요, 숨죽이며 보다가 신랑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둘이 ‘하악!’ 이랬어요. (웃음)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고요. TV와 영화는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아는 사람들이 나오면 진짜 ‘핵소름’이예요. (웃음) 멋진 것 같아요.
Q. 새해 첫 인터뷰니까, 새해 목표가 있다면
새해 목표… 예전엔 뭔가 정말 거창했는데 정말 소소해져요. 다른 얘기지만, 전 옛날에 꽃도 별로 안 좋아하고 자연도 별로 관심 없었는데, 왜 어머님들이 등산 다니시고 꽃 구경 다니시는지 진짜 너무너무 잘 알 것 같아요. 풀떼기 하나 봐도 너무너무 기분 좋단 말이에요. (웃음)
올해는 나이도 이제 많은데 (웃음) 조금 더 성숙하고, 의미 있고 따뜻한 한 해가 되어야겠다 싶어요. 인간관계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뭐든 좀 진지하게 하게 될 것 같아요. 여전히 ‘좋은 게 좋은 거지’ 이런 성향인 건 맞는데, <태일>을 하고 난 후 전반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있어요.
저 ‘시함뮤(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 했었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너무 정치색을 띠는 거 아니냐고 해요. 그런데 저는 정말 젊은 사람 치고 정치에 관심 없거든요. 예전에는 아예 없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뉴스도 보고 탄핵 시국 때 많이 보고 듣고 더 알게 되면서 정치적인 관심이 좀 생겼어요.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어느 정도는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함뮤’ 때는 정말 온 국민이 하나가 된 거였잖아요. 정말 기쁘게 했었어요. 이번에 노회찬 재단 출범식에 15분짜리 짧은 뮤지컬을 하거든요, 옛날엔 그분이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이 분 소식 듣고 정말 안타까웠어요. 이전 같았으면 다른 작업을 하고 싶었을 텐데, 이제는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요. 결혼하면 효녀 된다더니 요새는 맨날 엄마가 보고 싶어서 전화해요. 엄마랑 여행도 가고 싶고요.
Q. 앞으로의 배우 한보라는
제가 올해 서른여섯이 된 건데 나이가 적지 않단 말이에요. 예전에는 제 자신을 돌아보지는 않고, 막연하게 이미 잘 될 시기를 놓쳤고 늦었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막막했어요. 어리고 잘하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데, ‘이렇게 나이가 많아서 어떡하지?’ 이랬거든요.
그런데 요새 정말 멋지게 활동하는 선배 언니들 너무 많으니까요. 보면서 진짜 힘을 많이 얻어요. 제가 (이)지숙이랑 친한데, 지숙이 공연은 지방까지 따라가서 다 볼 정도로 제가 진짜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날아라, 박씨!>할 때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던 제 또래 친구인데, 아이까지 낳고 멋지게 활동하는 모습 보면 대단하고 시너지도 많이 얻고요!
좋은 작품을 만난 만큼, 앞으로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2019년, 벌써 1월도 삼분의 일이 흘러갔습니다. 더욱 의미 있는 새해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한보라 배우의 바람처럼, 매거진 [연]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나아가고자 합니다. 지금의 이 작업 하나하나와 여러 고민들이 앞으로도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소소하지만 조만간 SNS 채널을 통해 작은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직 SNS 계정을 팔로하고 있지 않으신 분들은, 트위터 및 인스타그램 @magazineyeon을 찾아주세요. 이벤트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음 인터뷰도 열심히 정리하여 여러분께 잘 전해드리는 거니까요.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