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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거진 연 Feb 08. 2019

[인터뷰] #9. 배우 김아영 (1)

PROJECT #1 - 여성 공연인 릴레이 인터뷰

최근 많은 이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여성 주연의 창작 초연 뮤지컬 작품이 있었는데요, 바로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보름 남짓 공연되었던 뮤지컬 <마리 퀴리>입니다. 우리 모두가 익히 아는 과학자지만, 퀴리 ‘부인’이 아닌 ‘마리’ 퀴리에 방점을 찍고자 한 이 작품에서 배우 김아영은 마리 퀴리와 또 다른 축을 이루는 라듐 시계 공장 직공들의 작업반장 ‘조쉬’ 역을 맡았습니다. 믿음직스럽고 씩씩하지만 또 여리고 섬세한 내면을 지닌 조쉬와 닮은 배우 김아영을 만나 <마리 퀴리>와 조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수많은 작품에서 끼 넘치고 매력적인 감초 역할을 멋지게 해낸 그녀인 만큼, 그녀가 아끼는 작품 및 캐릭터, 그리고 연극/뮤지컬 무대 외의 활동들에 대해서도 여쭤보았는데요, 2부에서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보는 것도,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것도 너무 사랑하는 ‘연뮤덕’이자 ‘배우’ 김아영이 경험하고 고민해온 공연계의 이모저모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이전에 SNS 게시글을 통해 소신을 밝혀 몇 차례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생각들도 정리해보았습니다.

김아영 배우를 위해 맞춤 선물로 준비한 <원피스>의 ‘초파’ 한정판 인형들을 너무나 기쁘게 반겨주셨답니다. (흐뭇) 수많은 훌륭한 창작 뮤지컬들과 매력적인 여성 배역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할 그날까지, 즐겁게 공연하시고 행복하게 ‘덕질’하시길 바랄게요!




배우 김아영 / 제공 오리진 엔터테인먼트

Q. 얼마 전 공연을 마쳤는데, 요즘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제가 (공연 외에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근래에 오디션이 별로 없어서 제자들도 힘들어하던 차에 갑자기 공고가 몇 개 떠서 공연 끝나자마자 다음날부터 매일 오디션 준비용 레슨을 했어요. 어찌 됐든 공연은 끝났으니 정신적으로는 여유가 좀 생겼는데, 육체적으로는 레슨을 하느라 오히려 조금 더 바빴어요. 저도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고요.
어릴 때는 아직 너무 어려서 못했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몇몇 작품과 역할들에 오디션이 열려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저도 이제 약간 나이가 애매하더라고요. 아예 나이 많은 역할을 하기엔 아직 젊고, 젊은 역할을 하기에는 나이가 있고. 그래서 오디션엔 안 되더라도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이런 배우가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고요. ‘저도 이제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이런 걸 보여 드리러 가는 거죠.(웃음) 저는 오디션 보는 걸 좋아해요. 오랜만에 오디션 준비하니까 막 에너지가, 생기가 돌더라고요. 그래서 재미있게 연습하고 있고, 아이들 레슨도 하고,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Q. 데뷔하신 지 어언 15년, 따뜻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부산에서 공연을 좀 하다가 서울에서 2004년에 데뷔했으니까 이제 햇수로 15년 되었네요. 
제가 공연을 볼 때는 다양하게 보는 걸 좋아하는데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있어서는 따뜻한, 인간적인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해요. 더 어릴 때에는 꿈꾸는 배우의 느낌으로, 내가 공연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만질 수 있는 게 행복해서 그런 작품들을 많이 했어요. 여전히 그런 마음은 변함없지만, 과거에는 그런 생각으로 100% 꽉 차 있었다면 지금은 공연을 쭉 하다 보니까 배우로서의 욕심들도 생겨서 아직 안 해본 장르,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이나 연기, 그런 것들에 대한 욕심이 있어요. 
<마리 퀴리> 같은 경우에도 ‘조쉬’ 역할 자체의 분량은 많지 않더라도 그렇게 감정적인 서사가 정확하게 있는 류의 공연을 최근에 많이 못했거든요. 제 이미지도 그렇다 보니 그동안 밖으로 에너지를 발산하고 끼를 보여드리면서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공연과 역할들을 많이 해왔는데요, 이런 감정의 서사가 있는 역할이 매력 있게 느껴져서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쇼케이스 때부터 참여하게 되었어요.

Q. <마리 퀴리> 트라이아웃 공연을 마친 소감
저도 관객으로서 좋은 공연을 많이 보고 싶으니까, 좋은 공연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책임도 있어요. 그래서 <마리 퀴리> 같은 경우는 여러 부분에서 아쉬워요. 좋은 주제와 소재를 조금 더 완성도 있게 만들지 못한 게. 제 의견이지만, 배우들은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계속 디벨롭하려고 노력했는데 사실 감정적으로 깊어지고 리듬을 계속 타고 있는 것 말고는 무대 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
특히 연습 때 엄청 싸웠는데 – 이렇게 말하면 또 우리 대표님이 싫어하시겠지만 (웃음) – 싸웠다는 게 ‘이-렇게’ 싸웠다는 게 아니라 서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달라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어요.
힘들었어요. 그래도 너무 감사한 게 배우들은 다 한 마음이었어요. 누구 하나 다른 생각 가진 사람 없이 우리끼리는 너무 명확하게 하나만 바라보고 가고 있어서 공연을 무사히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이 안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쪽과 나눠졌다면 힘들었을 텐데,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웃음)

Q. <마리 퀴리>의 소재가 지닌 매력도에 비해 무대에 구현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많으실 것 같은데
작가님의 초고도 되게 좋았고, 퀴리와 ‘라듐 걸스’의 소재를 각각 활용할 생각을 했다는 것도 작가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고요. 작가님이 퀴리를 정말 애정 해서 공부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저희에게도 정말 많은 얘기를 해주셨고요.
오히려 공연을 하는 동안에 조금 편해지고 난 뒤 지나가면서 듣다 보니 너무 좋은 대사들이 많았어요. 퀴리가 선입견에 대해서 울부짖는 장면이라든지, ‘우리는 구원자가 아니라 발견자야’라는 대사라든지. 마리 퀴리라는 사람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혹은 그 사람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지점에 대한 소스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잘 표현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참 속상한 부분이 많아요. 배우들은 이 공연이 올라가는 것 자체에 대한 의의를 크게 뒀어요.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Q. <마리 퀴리>가 재공연 될 때 보다 더 보완, 수정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마지막까지도 해결이 안 된 부분이지만, 라듐 걸스가 <마리 퀴리>라는 제목이 붙은 하나의 사건이 되려면 인물 마리 퀴리의 서사도 커지고, 더불어서 직공 라인의 이야기도 함께 커졌다가 그 두 축이 크게 맞부딪히고 해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리 퀴리라는 실존 인물이, 과학자로서 실험에 몰두하고 또 여성이지만 당시에 주목할만한 성과를 얻어낸 과정에 대한 묘사도 중요하지만, 그녀가 발견한 라듐이라는 물질로 인해 제기된 윤리적인 문제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고뇌하는 부분에 대해 묘사하고자 한다면 라듐을 직접 만지고 다뤘던 직공들이 더 살아 숨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두 쪽 다 명확하게 설명되지 못한 부분이 가장 아쉬운 것 같아요.

Q. 조쉬를 비롯한 직공들의 서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조쉬는, 프레스콜 때도 말씀드렸지만 아멜리아와 폴과 마찬가지로 실존 인물이 아니라서 제 자신을 많이 투영해서 인물 빌드업을 한 것 같아요. 작업 반장으로서 리더십과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되, 속으로는 짝사랑하는 남자아이를 생각하며 설레어하는 소녀 같은 면모도 있는 어린 친구예요. 저랑 나이 차이가 실제로는 꽤 있지만 (웃음)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친구도 떠올려 보고, 그 시절 순수했던 마음들을 떠올려 보려고 노력하며 연기했어요.
가족을 향한 책임감이 있고 직공들 사이에서도 맏언니, 누나 같은 역할을 하는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안에 갖고 있는 소녀로서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요. 실존했던 라듐 걸스 중에도 이런 인물이 있을 거라 상상하며 연습할 때 많이 아팠어요.
저희 직공들의 드라마가 원래 더 길게 있었어요. 삭제된 부분이 많아요. 원래는 ‘안느’와 ‘아멜리에’의 듀엣곡도 있었어요. ‘우리가 캐릭터로서 존재하려면 노래 속에서만 대사 하는 게 아니라, 그전에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있어야 한다. 대단한 의미를 가진 말이 아니어도 일단 캐릭터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 속에 사람이 있었다는 게 보여야 한다.’라고 부탁드렸었어요.

Q. 직공 캐릭터들의 생명력을 더하기 위해 만들어낸 장면들이 있다면
직공들이 실험쥐로 나오는 장면도, 원래 쥐 의상도 있었어요. 쥐 옷을 입고 쥐로 등장해서 쥐로 퇴장하라고 했어요. 직공으로서 중의적인 의미가 없었고요. 마찬가지로, 기자를 할 때도 기자로만 나오라고 했어요. 그냥 기자로 등장해서 질문 한 마디씩 하고 바로 퇴장하는 노선으로 정해주셨는데 저희가 ‘이 장면에서 직공으로 존재하게 해 달라’고  설득했어요.
원래는 저희가 마리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장면도 없었어요. 쥐로, 기자로 장면의 배경 도구로 쓰이는 게 싫다는 게 아니었고, 저희 대사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비중을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었어요. 이 직공이라는 캐릭터를, 앙상블이 아닌 멀티가 아닌 이름이 다 주어진 배역인 만큼 이 사람들도 서사를 가진 캐릭터로서 존재의 이유를 가지기를 바랐어요.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라는 노래가 그렇게 직설적인 가사로 쓰기에는 너무 큰 덩어리거든요. ‘부검해봐 그때 가서 싹싹 빌 걸.’ 이런 가사가 반복되잖아요. 정말 큰 무게를 가진 노래를 해야 하는데 앞에 서사가 너무 약하니까 갑자기 그냥 등장해서 그 노래만 세게 부르는 게 저희도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가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이 스토리를, 감정의 라인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았고요. 그래서 저희에게 서사가 더 필요하다고 끝까지 부탁드렸죠.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장면과 기자들이 모자 벗으면서 질문을 던지는 장면에서 직공들의 시선을 담은 중의적인 연출이 좋다고 해주시고 사랑해주신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했어요. <마리 퀴리>를 통해서 많은 경험을 했어요.

Q. <마리 퀴리>를 공연하며 느낀 점 혹은 얻은 것
<마리 퀴리>의 배우들이 너무 좋았고 팀워크도 정말 끈끈했어요. 그래서 저에겐 좋은 기억이고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관객분들께서 또 조쉬를 예상보다 더 많이 좋아해 주셨어요. 다행히 관객분들이 아멜리에는 아멜리에대로 폴은 폴대로 인지를 하고 봐주셔서 그게 너무 감동이었고요.
막공 날 제가 공연을 마치고 나가는데 관객 몇 분은 제 얼굴을 보자마자 우시는 거예요. 조쉬 서사가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그게 너무 감동적이더라고요. 너무 짧은 순간인데 거기서 온전한 스토리를 상상하신 거죠. 어떤 분은 그림도 그려주셨는데, 그 그림을 보자마자 울었어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주신 거지?’ 하고요. 저야 그 역할을 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서브텍스트를 상상하고 만들어내서 하지만, 배우들에게 그런 건 진짜 감동이거든요. 나 혼자 서브를 이만큼을 가지고 있던 걸 눈치 채주고 알아채 주실 때! 그럴 때 진짜 관객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살아있는 느낌. 그럴 때 진심으로 너무 고마워요. 너무 감동적이에요.


배우 김아영 / 제공 오리진 엔터테인먼트

Q. 김아영이 사랑하는 창작 뮤지컬에 대해
<레드북>의 한정석 & 이선영 콤비를 너무 사랑합니다. 만날 때마다 붙들고 ‘사랑합니다! 훌륭해!’ 맨날 그래요. 진짜 너무너무 사랑하거든요. 이선영 작곡가가 곡을 잘 쓰는 건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는데 처음에 <레드북>을 보면서  ‘야한 여자’랑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이런 노래들을 듣고 ‘와, 어떻게 저런 말을 가사로 쓰지?’ 싶었어요. 내용은 굉장히 대중적이고 편안한 내용이지만, 그 노래와 가사 하나하나가 있었기에 … <레드북>이 작품성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 덕도 있지만 창작진들의 능력도 중요한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레드북>을 너무 사랑해주시는 걸 보면, 그런 서사를 잘 만들기만 한다면 충분히 온 애정을 주신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훌륭한 창작자들이 많고, 그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며 잘 됐으면 좋겠어요. 한정석 & 이선영이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계를 흔들고, 최근에 <블랙풀> 할 때 만났던 두 분, 김한나 작가와 이유정 작곡가, 그리고 <줄리 앤 폴> 김드리 작곡가도요. 그런 사람들이 막 시너지를 발휘하고 <레드북> 같은 작품들이 마구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레드북>이랑 <어쩌면 해피엔딩>이 갓 나왔을 때 오래간만에 공연을 펑펑 울면서 봤는데 정말 우리나라 뮤지컬이 밝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둘 다 너무 훌륭한 창작 뮤지컬이고, 너무 좋았어서 희망이 있다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창작 뮤지컬은 아니지만 최근 <빌리 엘리어트>도 <마틸다>도 너무 좋았어요. 간만에 공연을 보면서 ‘아, 내가 이래서 뮤지컬을 사랑하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하면서 힘이 생기더라고요.

Q.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배역이 있다면
뮤지컬 얘기를 길게 많이 했는데요. (웃음)
사실 애착이 가는 작품과 배역을 꼽으라면 연극 <톡톡>의 ‘마리’가 먼저 떠올라요. 많은 관객분들이 저라는 배우를 사랑해 주시고 알아봐 주시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고, 제가 주로 밝고 유쾌하고 강한 인물들을 많이 연기했는데, 마리도 마찬가지로 밝고 유쾌하지만 아주 큰 아픔을 간직한 순수한 캐릭터예요. <톡톡>은 코미디 극인데 마리의 내면을 들여다봤을 땐 아픔이 컸어요. 그 큰 아픔을 안고 그녀가 가진 매력과 사랑스러운 면모와 상황으로 웃음을 드린다는 것이 연습 때부터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개인적으로도 마리에 대한 연민과 사랑의 마음이 더 커졌어요. <톡톡>이라는 작품 자체가 마리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고 서로 끌어안고 가는 따뜻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궁극적으로는 처음 말씀드렸던 제가 공연을 하는 이유와 만나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어요. 매번 제가 맡은 배역에 대해 최선을 다해 공감하고 사랑하며 표현해내려 노력하는데, 마리는 큰 노력 없이도 충분히 사랑할 수 있는 너무나 매력 있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였어요. 공연 내내 그녀가 행복해지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했던 작품인 거 같아요.

Q. <김아영의 사심 콘서트>도 몇 차례 진행하셨는데
지금은 내려놨어요. 시작 자체는 한 3-4년 됐으니 꽤 오래됐죠. 재능 기부를 하고 싶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보니 누군가 기부 콘서트를 제의해주셨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고, 제 지인들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그동안 함께했어요.
사실, 저는 배우로서 캐릭터로서 서는 것 말고 제 자신으로 무대에 서는 걸 좀 힘들어해요. 사람들이 배우들은 그걸 당연히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성격상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누군가한테 보여주는 걸 너무 괴로워하는 스타일이라 혼자 기획을 어마 무시하게 했었어요. 출연 배우들을 연습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제가 혼자 끌고 가는 건 너무 버겁고, 노래나 토크 흐름을 다 짜고 기획해야 되는데 제 아이디어가 무한히 많진 않아서 더 힘들었어요. 제가 창작자로서 뭘 하는 것보단, 어떤 역할에 던져 넣어지면 내 걸 가지고 복닥거리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웃음) 그 정도면 얻은 게 많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편해졌지만 제가 오로지 즐거워서 했던 건 아니니까 이제는 좀 내려놓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어요. <사심 콘서트>가 다른 콘서트처럼 일정하게 열리는 게 아니라서 일단은 무기한 쉬고 있어요. 어쨌든 재밌었고, 관객분들의 소중한 발걸음으로 감사하게도 기부 금액도 거의 천만 원 정도 되었어요. <사심 콘서트>를 하면서 더 친해진 관계들도 있고요.

Q. 일반 연극/뮤지컬과는 다른 포맷의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도전’이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공연은 내가 내 역할에 몰입해서 하면 되는데, 토크콘서트의 MC를 본다는 건 상황의 흐름을 보면서 즉흥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내야 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정말 악몽을 꾸고 시름시름 앓는 거예요. 좋은 일을 하려고 시작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괴로워할 때 저희 아빠가 해주신 진짜 좋은 말씀이 있었어요. 아빠가 ‘사람은 기본적으로 누군가의 능수능란함을 기대하기보다는 겸손함을 기대한다. 능수능란함은 특별한 몇몇 사람이 할 수 있는 거지만, 겸손함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겸손함을 갖추면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거다’라고 얘기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믿고 지금도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공연이 엄청 편해졌어요. 처음에는 제가 MC니까 나서서 웃기고 진행해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관객분들은 제가 제 말을 줄이고 게스트들의 얘기를 더 많이, 가만히 들을 때 더 좋아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2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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