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오브제, 경험 그리고 브랜딩 디자인

인쇄 시장, 축소 속에서도 살아남는 오프라인 UX 인쇄물

by Defin

디지털 시대, 종이의 입지는 좁아지는 듯 보였습니다. 정보는 화면 속에서 빛나고, 소통은 손 안의 작은 기기로 이루어지니까요. 자연스레 인쇄 시장은 '저무는 해'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인쇄는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가치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책은 단순히 지식을 담는 그릇이 아닙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어 공간을 채우고, 취향을 드러내는 매개체가 됩니다. 묵직한 질감의 아트북, 섬세한 디자인의 엽서 한 장은 디지털 화면이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선물하죠.


그러나 분명 인쇄 시장은 과거의 영광에 비해 축소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정보 습득의 주요 도구가 디지털로 이동하면서, 전통적인 인쇄물의 필요성은 줄어들었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쇄 시장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지식 습득을 넘어선 '오브제'로서의 가치

인쇄물의 대표주자는 바로 '책'이죠. 책은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전달 매체가 아닙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의 책 표지, 한정판 매거진 굿즈, 특별한 질감의 인쇄물은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고 공간을 꾸미는 '오브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이는 디지털 콘텐츠가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며, 소유욕을 자극합니다.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선 '경험' 디자인

인쇄물의 역할은 기능적인 것을 넘어 감성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전단지나 광고에서 실용적인 정보보다는 브랜드의 감성, 이야기,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발견합니다. 고급스러운 패키지는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매거진의 감각적인 비주얼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킵니다. 인쇄는 더 이상 딱딱한 정보 전달 도구가 아닌,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감정적인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감성과 경험을 전달하는 매개체

전단지나 광고와 같은 직접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브랜드의 감성, 철학,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담아내는 인쇄물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매거진, 아트북, 엽서, 패키지 등은 시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며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하는 오프라인 UX 를 전개하는데에 있어서 특화되어있죠.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확장, 그리고 인쇄의 새로운 역할

흥미로운 변화는 온라인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공간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프라인 브랜드는 기존 상점 외에도 브랜드 경험을 위한 별개의 오프라인 공간을 열고있어요. 팝업 스토어, 쇼룸, 플래그십 스토어 등 다양한 형태로 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브랜드 경험(BX, Brand Experience)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BX는 오프라인 UX 관점에서 풀어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쇄'입니다.

디지털 세상에 익숙한 온라인 브랜드들에게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운 도전입니다. 어떻게 하면 온라인에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오프라인에서도 일관성 있게 전달하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을까요? 바로 이 지점에서 인쇄 디자인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문제는 '브랜딩 디자인' 역량을 갖춘 인쇄 디자이너의 부족입니다. 오프라인에 취약한 디자이너들은 내부에 있고, 무엇보다 오프라인에 강한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이러한 시류를 읽고 브랜딩 맥락에서 디자인하고 기획까지 하는 디자이너는 희귀해지는 현상들을 발생하고 있어요. 단순히 예쁘게 만드는 것은 브랜딩 디자인이 아니기 때문이죠.


더 이상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라는 공간에 영역을 한정하지 않고, 온라인 브랜드들은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UX 콘텐츠를 운영하는데, 인하우스든 에이전시든 인쇄 디자이너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욱이 브랜드 맥락을 읽는 브랜딩 디자인을 전개하는 디자이너는 드뭅니다.


새로운 기회의 장, 브랜딩 인쇄 디자인

결국 인쇄 시장은 축소되는 듯 보이지만, '오브제', '경험', 그리고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읽고 브랜딩 맥락에서 디자인과 기획을 할 수 있는 인쇄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거에요.


만약 당신이 인쇄 디자이너라면, 혹은 브랜딩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라면, 이제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온라인은 물론이고 단순히 인쇄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맥락을 이해하고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디자인하는 '브랜딩 디자이너'로서 인쇄물 작업을 전개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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