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ggie chae Oct 07. 2024

[James Cain]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는 단순한 범죄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묘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야. 읽다 보면 가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순간들은 마치 현실처럼 가슴을 찌르는 듯해. 주인공 프랭크와 코라의 관계는 정말 폭발적이야. 딱 만나는 순간부터 “이건 뭔가 큰일 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거 있지? 그 예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돼.




프랭크는 식당에서 우연히 코라를 만나는데, 그때 그녀의 남편이 "여보, 손님에게 음료 좀 주게나!"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어. 남편은 너무 평범하고, 그녀는 그 평범함에 질려있는 게 느껴지더라고. 코라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살다가 끝나버릴 순 없어. 난 더 원해, 더!" 이런 마음에 사로잡혀서 결국 프랭크랑 손잡고 남편을 없애려는 거지. 말 그대로 "우리 둘만 있으면 돼"라고 하는 그 위험한 사랑에 빠진 거야.


근데 문제는, 이들의 계획이 그리 깔끔하게 흘러가지 않다는 거지. 아무리 치밀하게 계획했어도, 사건 이후에 찾아오는 죄책감이 너무 리얼하게 묘사돼. "우린 다 끝났어. 이제 절대 돌아갈 수 없어, " 이런 코라의 마음이 대사 없이도 느껴지더라. 프랭크도 점점 코라를 의심하게 되는데, 그 불안감이 진짜 생생해. 그들이 처음에 가졌던 뜨거운 욕망이, 결국 서로를 잠식해 가는 게 너무 인상 깊었어. 이들이 "난 믿을 수 없어, 너도 나도" 하면서도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그 복잡한 심리가 한 번 더 무너뜨리는 거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한테 남은 가장 큰 울림은, 인간이 갖는 욕망과 그에 따른 결과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었어. 우리가 무엇을 갈망하고, 그 갈망을 이루기 위해 무슨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가잖아? 프랭크와 코라의 선택은 그들을 파멸로 이끌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오는 심리적 묘사는 너무 현실적이야. "내가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아는 순간의 무력감 있지. 그런 순간들 속에서 결국 우리도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건 아닐까? 그저 무언가를 열망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해서 우리가 다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제목에 나오는 '벨을 두 번 울린다'는 문장이 단순한 알림이 아니라, 두 번의 경고처럼 다가오더라. 마치 한 번의 기회는 이미 손에서 놓친 채, 두 번째 울림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벨이 다시 울릴 때는 이미 늦었다는 걸, 그리고 그 벨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우리의 선택이 운명처럼 굳어져 간다는 불안감이 스며들었어. 나 역시 인생에서 그런 벨소리를 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아.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고 지나쳤을 때, 그 이후에 찾아온 건 늘 깊은 후회뿐이었지. 인생의 갈림길에서 울리는 경고음, 그 소리를 놓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우리는 늘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다시 말하자면, 두 번 울린 벨이 감정의 경고음이기도 했다는 거야. 프랭크와 코라는 그 울림을 듣지 못하고, 그들의 욕망에 자신을 내맡겼지. 그 욕망은 처음엔 너무나 강렬하고 뜨겁게 타올라서,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그 감정에 휘말리는 순간부터 모든 게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욕망이라는 건 이렇게 눈앞의 현실을 잊게 만들어. 그 감정은 강력하고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에 휘둘리기 시작하면 자신을 잃게 되더라고. 소설 속에서 그려진 프랭크와 코라의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줬어. 감정이 우리를 어떻게 휘어잡고, 그것을 제어하지 못할 때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말이야.


감정을 다스리는 게 단순히 나 자신을 통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나의 인생 전반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거야. 감정은 마치 우리가 삶을 이끌어가는 핸들 같은 역할을 하지. 잠깐 손을 놓으면 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어가고, 그걸 다시 바로잡는 건 쉽지 않지. 프랭크와 코라는 그 핸들을 놓치고 말았고, 결국 그들의 삶은 치명적인 비극으로 치달았어. 이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처럼 느껴졌어.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범죄와 욕망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내게 있어 감정을 다스리고 균형을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준, 삶의 본질적인 문제로 다가왔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그 속에서 중심을 잡는 일이, 그 어떤 선택보다 중요한 이유를 깊이 새기게 만든 작품이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