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마냥 꼽혀있는 유튜브

내 유튜브 시청 패턴.

by MagicalPeppersLonely

요새, 아니 꽤나 오래전부터, 어쩌면 이전에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는 시점 부터 나는 감각에 빈 공간이 없었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청각 또는 시각에 빈 공간이 없었다, 라고 하는게 정확 하겠다.


그 빈 공간들을 꼼꼼히 메운 매체는 유튜브다. 길을 걸을 때건, 집에서 가만히 누워 있을 때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볼 때건, 샤워를 할 때건, 아침에 출근을 준비할 때건,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눈을 감고 누워 있을 때건, 운동을 할 때건, 귀에 또는 눈에 유튜브가 꼽혀있다. 마치 링거 마냥 내 신경계에 24시간 꼽혀서 빠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가 이 링거를 빼지 않고 있는 거긴 하지만 난 인간의 자유의지를 그렇게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로 꼽혀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때에도 듣는 건지 안 듣는 건지, 알아듣고는 있는 건지 애매한 상태로 내 귀에는 유튜브 영상이 들어오고 있다.


사람의 감각은 절대적인 세기에 민감하기 보다는 세기의 변화에 민감하다. 시각, 후각, 청각, 감각, 미각, 촉각 모두 무언가 변화 했을 때 우리의 신경계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유튜브가 존재하지 않던 어렸을 때 내가 들었던 음악, 보았던 영상은 일상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날이 선 느낌의 경험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 하지만 요즘 듣는 음악과 보는 영상들은 뭉툭 하기 그지가 없다. (물론 내가 그냥 늙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훈련소에서의 기억이 떠오른다. 미각을 철저히 급식에 담가두고 있다가 처음 외부 음식을 (바닐라맛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었을 때 벅차 오르던 느낌. 청각이 새소리와 군가만 듣다가 처음 외부 음악을 들었을 때 어질어질하게 다가오던 자극성. 그런게 언젠가부터 인생에 매우 부족 해졌다.


날이 선 감각을 다시금 가지고 하루를 살아 보고 싶다. 사실 그게 유튜브 때문인지, 내 나이 때문인지, 내 정신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알지 못한다. 사실 감정이라는 것도 언젠가부터는 가슴 속 격납고에 갇혀져 있는 것 처럼 무언가 어떤 감정을 강하게 느껴야 하는 상황이라고 머리가 생각해도 격납고 밖으로 뻗어나오질 못한다. 가끔씩 두터운 벽 사이로 아직 내가 존재하고 있다고 온기가 살짝 느껴질 뿐이다.


어려져야 하는 걸까, 고생을 해야 하는 걸까, 날 강제로 무감각의 상태에 절여 놓았다가 나와야 하는 걸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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