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불현듯 떠오를 때

가끔 이유 없이 불현듯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곤 한다.

by MagicalPeppersLonely

가끔 우울해지고 의기소침해지는 날에 마음이 힘을 잃었을 때 무엇이 지금 나의 이런 상태를 만드는가에 대해 침대에 누워 가만히 생각하다보면 이유 없이 불현듯 과거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것들 중에는 막상 그때는 그렇게 상처인지 몰랐던 것들이 많다. 요즘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에게는 자신에게 너무 큰 데미지를 줄 것 같은 외부사건이 생기면 자기를 본능적으로 보호하고자 그걸 아무것도 아닌 양 취급하고 몸 안 어딘가에 꼬깃꼬깃 접어서 넣어둔다는 생각이 든다. 수 년이 지나 혹은 십수 년이 지나서 몸 어딘가에 풀리지 않는 나를 봐달라고 움찔대는 것 같은 느낌에 그곳을 찾아 조금씩 풀어내다 보면 그게 어디서 생겨났는지 불현듯 기억속에서 떠오르곤 한다는 거다. 과거의 기억을 이런 식으로 저장해버리는 방식은 내가 선택한 방식이 아니다. 내 몸이 나도 모르게 선택한거다.


어떤 감정에 휩싸이거나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이나 말을 하거나 이성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착각되는 판단을 할 때 몸 안에 쌓인 이 기억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제서야 아 수년 전에, 십수년 전에 어떤 사람의 그 말이, 행동이 나에게 큰 상처가 됬었구나! 라는걸 깨닫는다. 전혀 대수롭지 않거나 다 해결해버린 줄 알았던 그런 일들이 말이다. 어찌보면 지금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말과 행동들이 이 몸 속의 응어리에 따라 결정되어 버렸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은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왜 그때 이런 감정과 고통을 바로 느끼게 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는지. 왜 인간의 시스템이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말이다. 더 억울한 이유는 나이를 어느정도 먹어버린 이제서는 그 응어리들을 꺼내어서 조금씩 펼쳐놓아보아도(너무 꼬깃꼬깃해서 다 펼쳐지지도 않지만) 이미 내 일부가 되어 버린 아이들이라 쉬이 사라지지도 바뀌지도 않는 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먹은 어르신분들과 했던 대화들 중 내 관점에서 이해가 되지 않던 감정과 논리들이 어디서 출발되었는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 그 사람들의 몸 속에는 얼마나 더 많은 응어리가 돌덩이처럼 몸 안에 들어서 있었을까? 사람이 죽어가는 방향 외에 다른 방향을 선택할 수가 없듯이 몸 안에 응어리를 더 쌓는 방향외에 이걸 덜어내면서 나이를 먹어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응어리가 나라는건 조금 억울하지만 알겠다. 앞으로도 꽤 긴 시간을 (어쩌면 이제는 평생을)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상처였다는 걸 그 당시에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내가 밉다. 그 때 이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 알았다면 그 때 조금은 풀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이렇게 견고한 내 일부가 되지는 않지 않았을까.


아니면 그 때 응어리를 풀려고 하면 감당이 안 되니까 내가 그걸 열어볼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까지 무의식이 나를 조종하다가 이제는 흘깃 봐도 괜찮을 것 같다 라고 이제서야 열어보라고 시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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