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걸 덮어버리는 기억이란

좋은걸까 나쁜걸까

by MagicalPeppersLonely

가방을 매지 않으면 꽤 멀리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은 선선한 밤을 걷다보면 가끔 "예쁘다" 라는 생각이 드는 풍경들을 마주친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에 가로등이 비추는 동네의 한적한 놀이터가 그러하다. 걷다가 거기에 잠시 머물러 높은 해상도로 풍경을 관찰하다 보면 이런 비슷한 풍경에서 옛날에 있었던 일들이 높은 해상도로 눈 앞에 떠오른다.


그냥 문장으로, 소리로, 냄새로 기억이 나면 좀 덜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존재하는 현실의 눈 앞에 겹쳐서 또렷한 이미지로 떠오른다. 그리고 그게 점점 선명해지다가 결국은 지금 눈 앞에 풍경이 예뻐서 행복한 기분보다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림으로 인해 행복한 기분이 더 커지는 순간이 와버린다. 이럴 때면 좋아해야 하는걸까, 싫어해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들곤 한다.


좋은 점은 지금 이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행복한 기분을 느끼니까 좋다. 싫은 점은 이 기억보다 더 행복한 현실이 있을 순 없을까?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으면 어떡할까 하는 두려움이다.


좋은 곳에 와서도 좋은 곳에 있어서 행복한 것보다 여기가 옛날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해줘서 더 행복하다는 느낌은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행복하면서도 슬프고 눈 앞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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