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처럼 인생을 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쉽지가 않구만..

by MagicalPeppersLonely

나이가 조금 들고 언젠가 부터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생각이기도 하고 나에 대한 바램이기도 하다.


"인생을 MMORPG처럼 살지 말고 영화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는 체험형 게임으로 살자." 라는 생각이다.


나이가 들어서 이런 바램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삶이라는게 너무나도 허무하고 비교하기 어려우며 짧디 짧은데 내 어떤 면들은 MMORPG처럼 인생을 살아 왔기 때문이다. MMORPG처럼 인생을 산다는 말은 이런 이야기다. 내 스탯(능력)과 저 사람의 스탯은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다. 내 레벨과 저 사람의 레벨도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다. 내 재산과 저사람의 재산도 숫자로 비교가 가능하다. MMORPG의 세계는 많은 것이 숫자로 표현되어서 내가 저사람보다, 저사람이 나보다 높은지 낮은지, 잘 키운 캐릭인지 혹은 망캐인지 명확하게 비교가 된다. 너와 나를 비교할 때 그 기준이 명확하다. 그리고 그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더 높은 스탯과 레벨, 많은 재산(게임머니)을 얻기 위해 사냥을 하고 레이드를 돌고 공략집을 완파한다.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시간과 노력으로 더 많은 렙업을 할 수 있는지,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지가 바이블과 같은 지식이다.


영화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는 체험형 게임은 1인칭 게임이다. 나 혼자 태초마을(시작점)에서 시작해 악당을 만나고 누구에게 도움을 주고 받기도 하며, 멋있는 풍경을 감상하기도, 내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얼마나 그 컨텐츠를 향유하는가, 감각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 속 어떤 장면과 이야기에서 혹은 힘들게 퀘스트를 깼을 때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처음으로 탈 것을 타고 걸어서는 건널 수 없던 강을 건널 때 느껴지던 촉촉한 감각. 어떻게 하면 게임 속에 숨겨진 쓸데 없는 것 같기도 한 컨텐츠들을 다 경험해 볼 수 있는지와 같은게 공략집에 나와 있다.


그래서 내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인식하게 되는 인생은 MMORPG가 아니라 체험형 1인칭 게임이다. 난 내일 죽을 수도 있고, 병에 걸릴 수도 있고, 탈모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스탯과 나의 스탯을 비교하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인생이라는 것에는 스탯으로 비교를 하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차원이 들어있다. 이건 비교가능한 숫자가 아니라 그냥 존재함으로서 인식될 수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수많은 차원 중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지금 이 순간에만 비교가 가능한 몇 개의 스탯을 가지고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은 참으로 무의미한 짓이다. 그래서 난 인생을 영화같은 스토리로 진행되는 체험형 게임으로 살자라고 생각했다. 이 인생에서 남는 것은 순간순간을 얼마나 감각하며 살아가는가 밖에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나의 스토리는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이리저리 진행이 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은 너무나도 짧다. 이 게임에 대한 감상평은 완벽하게 내가 정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비교 가능한 소식들을 들을 때면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 멀었다. 생각을 확신해도 마음은 그에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아니 요즘은 자주, 아무도 날 알지 못하는 세상에 갑자기 툭 떨어져서 인생을 살아가고 싶은 느낌이 든다. 그런 환경이라면 진심으로 인생을 성취가 아니라 그저 경험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찰나인데, 쓸데없는 고민만 많다. 이러나 저러나 미래에는 또 지금을 후회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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