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하는 대화가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을 통해 저자와 하는 대화나 영화를 통해 감독과 하는 대화 혹은 생각을 통해 나 스스로와 하는 대화보다 말이다. 확실한 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그렇게 느껴진 다는 게 문제다.
여기서 공허하다는 말의 의미는 대화의 유의미한 정보량이 없다는 말이다. 내가 대화에 집중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예의를 차리려고 하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대화가 끝나고 나면 영양가 없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은 듯이 속만 더부룩 하고 뒷맛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대화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말이다.
내가 문제일까 다른 사람들이 문제일까? 뭐 언제나 그렇듯 문제라는 건 존재하지 않고 사실만이 존재하겠지.
사실 하나는 나이들수록 진행되는 개인의 삶의 파편화이다. 친한 친구, 친한 직장동료들 조차 어렸을 때에 비하면 각자의 파편화된 개인의 삶을 가지고 있으니 서로간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대화를 하려면 공허한 대화를 할 수 밖에. 그런 관점에서는 이 공허한 대화를 우리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긍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가끔 보면 이 공허한 대화를 진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물론 나는 그들이 겉으로만 열심인지 진심인지 알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내가 공허하다고 느끼는 대화의 주제는 그놈의 부동산과 주식 이야기다. 뭐 안 중요하고 재미 없다는 건 아닌데 만나는 사람마다 모든 카페에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 매일 듣다보면 정신이 나갈 것 같단 말이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해서 진심으로 열성인 것 처럼 보이는 얼굴과 눈빛과 몸짓을 보면 더더욱 정신이 나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