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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직캣 Sep 11. 2019

초콜릿 공방의 성공 공식

(feat. 초콜릿 하트의 BTS(Behind the Scene))

어린 드래곤 '어벤추린'은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가 수북이 쌓인 동굴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책과 공부보다 탐험을 좋아하는 어벤추린은 집안에서도 말썽꾸러기다. 사냥에 참여하고 싶고, 세상을 탐구하고 싶지만 비닐이 물러서 위험하다며 어른들은 어벤추린을 동굴 밖으로 내보내 주지 않는다. 어벤추린은 잠든 어른을 뒤로하고 동굴에서 탈출한다. 순수한 의도로 출가한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기 위한 오기로 가출한다. 사냥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우수꽝스러운 노래를 부르는 먹이를 만난다. 할아버지가 말한 '사냥감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인간'이다. 인정의 욕구가 발동한다. 어벤추린은 인간보다 물리적으로 더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산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생명체일지는 모르지만, 그뿐이다. 꾀가 많은 인간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인간이 만들고 있던 핫초콜릿에 영혼을 빼앗긴다. 감미롭고, 달콤하고, 이국적인 향에 매료된다. 하지만 그 인간은 요리 마법사였고,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 어벤추린은 연약한 여자아이로 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연약한 어린 여자아이로 만든 '핫초콜릿'을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열정을 지속하는 힘, '긍정의 자기 대화'
(feat. 어벤추린의 내면 속 탐험)


<초콜릿 하트 드래곤>의 주인공 이름은 어벤추린이다. 3남매 중 막내로 등장하는 어벤추린은 탐험에 목말라있다. 세상에서 인정받는 '시트린 언니'와 활자 중독에 걸린 학구파 '재스퍼 오빠'와 '어벤추린'. 언니와 오빠 때문에 약간의 열등감은 있지만, 그에 반해 자존감은 하늘을 찌른다. '어벤추린(Aventurine)'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떠 오른 단어는 어드벤쳐(Adventure)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모험을 좋아하는 반항적인 드래곤으로 그려진 설정은 꽤나 흥미로웠다. 만약 어벤추린이 첫째였다면 이 정도 몰입감으로 책을 읽어 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막내에게는 '도전DNA'가 심어져 있다. 다른 형제에게 '도전DNA'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다른 형제들 보다 '도전DNA'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막내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8,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24개의 연구에서 동생들은 맏이보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쿠버 다이빙, 활강 스키, 스키 점프, 자동차 레이싱,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이 스포츠들의 공통점은 부상당할 확률이 높고 과격하다는 점이다. 반면 야구, 골프, 테니스, 육상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포츠다. 동생이 맏이보다 과격한 스포츠의 운동선수가 될 확률은 1.5배 높았다. 역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Frank Sulloway)와 심리학자 츠바이겐하프트(Richard Zweigenhart)의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그들은 야구선수를 대상으로 누가 더 많이 '도루'를 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야구의 기본 법칙은 '치고 달리기'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치고, 주자가 달린다. 1루 베이스, 2루 베이스,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으로 돌아오면 1득점 하는 스포츠가 야구다. 주자가 상대편이 가지고 있는 공에 몸이 닿으면 아웃된다. 만약 타자가 공을 치지도 않았는데 달린다면 비교적 아웃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도루'는 우리 편이 공을 치지 않아도 다음 베이스로 달리는 행위를 뜻한다. 무작정 도루를 하다 보면 이를 저지하려고 투수나 포수가 던진 공에 맞을 수도 있다. 어지간한 도전 정신없이는 '도루'는 꿈도 꿀 수 없다. 이 연구 결과 나중에 태어난 형제가 맏이보다 적어도 도루를 시도할 확률이 10배 이상 높았다. 이에 상응하여 투수가 던진 공에 맞을 확률은 5배나 높았다. 이 결과는 동생이 맏이보다 위험을 무릎 서는 성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1) 이런 연구결과의 시사점은 동생이 맏이보다 반항적이고, 도전적이며, 변화를 선호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어벤추린이 언니와 오빠보다 모험을 갈구하는 모습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벤추린 부모는 이미 드래곤계에 인정받는 딸 시트린을 양육한 경험이 있다. 시트린은 엄청나게 으리으리하고 특별한 궁전에 살고 있다. 그녀가 쓴 서사시는 뭇 드래곤들의 감탄을 자아냈고, 누구든 그녀를 여왕처럼 숭배했다.2) 재스퍼는 인간의 책을 탐구하고, 손톱에 잉크를 묻혀 글을 쓰는 학자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쯤 되면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시트린과 재스퍼는 그들의 규칙을 만들어 권위를 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벤추린은 그런 위엄에 주눅이 들지 않고 이런 행동에 반항했을 것이다. 이런 규칙은 부모의 가치관이 맏이에게 대물림 되고, 아이들의 언어로 순화된다. 또한 부모의 훈육방식이 아이의 성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부모는 첫째를 키울 당시 모든 것이 새롭다. 임신, 출산, 양육, 그 모든 게 쉬울 리 없다. 실전 양육에서 오는 압박감과 불확실성에 당황하기 때문에 아이를 좀 더 엄격하게 양육할 확률이 크다. 하지만 둘째를 키울 때는 대부분 겪은 문제이기 때문에 관용을 베풀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두려움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막내는 맏이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끼며 위험한 일에 도전해볼 기획도 많아진다.3)


재스퍼 오빠에게도, 어머니에게도, 내가 내 앞가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보여 줄 것이다. 그러면 어른들이 나를 숨겨 둘 명분도 없어질 것이다. 희열이 북받쳐 올랐다. 나는 양 날개를 옆구리에 단단히 붙이고서 바깥세상과 자유를 향해 돌진했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 p.13


어벤추린이 재스퍼에게 장난을 치고, 철 없이 굴지만 엄마는 약간의 훈계를 끝으로 잠이 든다. 만약 시트린이 어벤추린과 같은 행동을 보였다면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을까? 날 수도 없고, 비늘도 덜 자란 어린 시트린이 밖으로 나간다고 떼를 썼더라면 장황하게 2~3시간 동안 연설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 시트린을 훌륭하게 키우고, 시트린이 만든 규율 속에서 지식을 탐구하는 재스퍼를 키운 경험이 어벤추린의 태도를 포용한 것이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를 꼽으라면, '나는 드래곤이다.'라는 대사다. 자신이 조그맣고 처량하게 느껴져도, 가녀렸고 삐악삐악 거리는 목소리를 가졌을 때도, 괴로움에 빠져 허우적댈 때도, 남은 돈이 5마르크 밖에 없을 때에도, 그레타의 시장바구니를 던질 때도 어벤추린은 자신이 드래곤임을 곱씹었다. 어벤추린은 한 마디로 자존감이 강한 어린 드래곤이다. 자존감은 남들이 뭐라 할지라도, '자신을 믿는 믿음'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다. 어린 소녀로 변했지만 내면은 강한 드래곤이라고 믿고 있다. 어벤추린은 왜 이토록 자존감이 강할까?


어벤추린의 성장 모습을 보면 그 해답이 숨겨져있다. 어벤추린이 같이 지내는 사람은 할아버지, 엄마, 투르말린 이모, 에메로드 이모, 그리고 재스퍼 오빠였다. 여섯 식구가 동굴에서 살았다. 어벤추린은 아직 날 수 없어 동굴에 갇혀있는 신세다. 인간으로 보면 어벤추린은 미취학 아동이다. 심리학자 수전 하터(Susan Harter)는 자존감 다차원 모델을 개발했다. 성장기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평가를 한다. 평가하는 항목은 '학업 유능성(공부를 잘한다)', '사회적 승인(선생님이 멋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신체적 외양(얼굴이 예쁘다)', '운동 유능성(운동을 잘한다)', '행동적 품성(친구를 잘 도와준다)'이다.4) 다섯 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이는 자존감의 척도가 된다. 연구 결과 나이가 어릴수록 전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다. 주변 사람의 평가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해야 하는데, 어린아이에게 객관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칭찬 위주의 주관적 평가를 한다. 이는 자존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이 된다. 


언제까지고 이 산에 틀어박혀서 아무 데도 못 가고,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는 없...

<초콜릿 하트 드래곤>, p.7


자신을 믿는 힘이 강해지면 세상에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어린 소녀가 '나는 드레곤이다'를 연신 마음 속에 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 대사야말로 '긍정의 자기대화(Positive Self-Talk)'다. 미국 해군 소속의 특수부대 네이비씰은 수많은 훈련생이 포기하는 부대로 유명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씰(SEAL)은 해상, 공중, 지상(SEa, Air and Land) 어디서나 활동할 수 있는 전천후 육해공 특수부대다. 네이비씰 264기수의 중도 포기율은 94%였다. 256명의 훈련생 중 단 16명 밖에 남지 않았다. 기초훈련 중 버즈(BUD/S)라고 불리는 지옥훈련은 110시간 동안 잠을 안 재우고, 몇 시간이나 통나무를 이고 있어야 한다. 물속에서 호흡조절기를 홱 잡아 빼고, 에어 호수를 묶는다. 훈련생은 어떻게든 숨을 쉬겠다고 발버둥 친다. 이런 훈련을 통과한 6%와 탈락자와 다른 점은 '긍정의 자기 대화'였다. 우리 머릿속에는 1분에 300에서 1,000개의 단어가 오가는 자기 대화를 펼친다. 마라톤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계속되는 자기 싸움에서 '난 할 수 있어', '두렵지 않아'와 같은 긍정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반면 '에라 모르겠다', '이제 그만하고 싶다'와 같은 부정적인 대화도 있다. 네이비씰은 '긍정의 자기 대화'를 가르쳤고, 훈련 통과율이 10%나 올랐다. '긍정의 자기 대화'는 정신력을 강하게 만들고 끝까지 지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5)


화덕 위의 뜨거운 돌판에 카카오 반죽을 치대느라 몇 시간 동안 무거운 무쇠 밀대를 밀고 당기고 또 밀고 당기면서 온 힘을 쏟아붓다 보면, 손에 쥐가 나기도 했고 등의 긴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듯 아파 오기도 했다.

비명을 지를 테면 지르라지. 내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내 앞의 뜨거운 카카오 반죽뿐이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 p.127


어벤추린의 사명은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기'다. 단 한순간에 초콜릿과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요리 마법사가 만든 핫초콜릿은 어벤추린 인생에 가장 위대한 음식이었다. 그 맛을 떠올리기만 해도 식욕이 솟구쳐 올랐다. 일생의 열정을 다 받쳐 하고 싶은 사명을 찾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모튼 한센(Morton Hansen) 교수는 '열정'과 '사명감'을 구분했다. 열정은 일에 대해 느끼는 흥분 또는 열의다. 사명감은 타인에게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 하는 일이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느낌을 뜻한다.6) 쉽게 말해서 사명감은 '일을 하면서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외에도 우리 사회 또는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느낌'이다. 이런 사명감은 어베츄린 처럼 어느 순간, 어떤 계기를 통해 깨닫는다. 프랜시스 퍼킨스(Frances Perkins)는 트라이앵글 의류 공장 화재 사건을 직접 목격하면서 노동자의 권익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의학자를 꿈꿨던 루쉰은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기 위해 의술 대신 글로써 사람들을 치료하기로 결정했다.7) 이런 사명감의 밑바탕은 '높은 수준의 내적 동기'다. 그리고 내적 동기의 원천은 즐거움이다. 즐거움은 가장 강력한 동기인 이유는 일 자체가 보상이기 때문이다. 이 동기는 일을 하는 그 자체에서 발현되기 때문에 높은 성과를 이끄는데 막강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다.8) 어벤추린은 나가서 노는 시간이 아깝다고 할 만큼 초콜릿 만드는 일에 푹 빠졌다. 꿈에서조차 초콜릿에 관련된 일을 했다. 


"일하기도 아까운 시간을 쓸데없이 흘려보내려니 너무, 너무 짜증이 날뿐이라고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 p.134


하지만 어벤추린이 이토록 '자존감'이 높고, 긍정의 자기 대화를 통해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사명감'을 찾았다고 한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사명감을 발휘할 기회마저 없었을 것이다. 요리 마법사를 산속에서 우연히 만나 사명감을 찾게 되었다. 그레타를 산에서 우연히 만나 드라헨부르크로 가게 되었다. 실케를 옷 가게 앞에서 우연히 만나 약간의 종잣돈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두 번째 초콜릿 공방에서 허탕을 쳐서 우연히 세 번째 공방을 찾게 되었다. 때마침 <초콜릿 하트> 공방의 도제가 농땡이를 피우다가 쫓겨났다. 우연히 도제 자리가 공석이 돼서 어벤추린이 <초콜릿 하트>의 도제가 될 수 있었다.



<초콜릿 하트>의 성공 공식
(feat. 성공의 척도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초콜릿 하트>는 마리나와 호르스트가 운영하는 초콜릿 공방이다. 호르스트는 공방의 매니저다. 마리나는 초콜릿을 만드는 장인이다. 여러 가지 우연이 겹쳐 어벤추린은 마리나의 도제가 되었고, 사명을 발휘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한도 끝도 없는 카카오 씨앗을 볶았고, 씨앗의 얇고 파삭 거리는 겉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하나하나 꺼냈다. 온 힘을 다해 씨앗을 빻고 또 빻았다. 씨앗이 미숫가루처럼 부드러워질 때까지 쉬지 않고 다졌다. 어벤추린이 초콜릿을 만드는 기초과정을 보면,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다. 실력 있는 초콜릿 장인의 레시피를 따라 이토록 정성 들여 만든 초콜릿의 맛은 어떨까? 어벤추린의 표현을 빌리자면, '초콜릿은 혀에 닿은 첫 맛에 머리가 한 바퀴 빙 돌았다. 그다음으로 느껴진 맛은 몸속에서 황금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또 튀어 오르는 것 같은 환희의 맛'이라고 묘사했다. 이토록 맛있는 초콜릿이 왜 1지구가 아닌 3지구에 있었을까? 1지구는 귀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고, 3지구는 벼락부자 상인과 은행가들이 모여사는 공간이다. 드라헨부르크에는 3개의 초콜릿 공방이 있다. 그중 최고의 초콜릿 공방이라고 불리는 <초콜릿 컵>과 <메켈호프>는 1지구에 있다. 예약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조차 없는, 소위 말해서 장사가 잘 되는 곳이다. 만약 초콜릿 맛 만으로 평가를 한다면 <초콜릿 하트>가 드라헨부르크의 최고 초콜릿 공방이라고 손 꼽혀야 하지 않았을까?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어벤추린이 모험한 12일간의 이야기다. 그리고 6주 후의 이야기는 에필로그 형태로 짧게 등장한다. 추측건대 <초콜릿 하트> 6주 후 모습은 손님들로 꽉 찬 홀, 예약하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들, 두 블럭은 족히 서 있는 줄, 밀려드는 사람에 치우치지 않고 초콜릿의 퀄리티를 유지하려는 마리나, 항상 이런 장면을 꿈 꿔온 호르스트, 핫초콜릿과 초콜릿 푸딩을 서빙하는 직원들, 오늘은 어떤 캐치프레이즈로 매출을 올릴지 고민하는 실케, 금빛 눈을 번뜩이며 최고의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에 빛 나는 어벤추린.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6주 전에 허름하고 폐업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초콜릿 하트>가 이런 경이로운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하루는 <초콜릿 하트>에 두 명의 공주와 국왕 폐하가 왔다. '지금 당장' 핫초콜릿 석 잔을 주문했고 호르스트는 긴장해서 주방에 들어왔다. 핫초콜릿이 왕족의 맘에 들기만 하면, 파산 위기인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그들의 파급효과는 상당히 강할 것이다. 모든 미디어에서 <초콜릿 하트>를 칭송할 것이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호르스트는 마리나에게 핫초콜릿 석 잔을 '당장'만들 것을 요구했다. 마리나는 호르스트 요구를 무시한 채 그들의 순서가 되면 만들겠다고 했다. 호르스트와 마리나는 언쟁을 벌였고, 급기야 마리나는 자리를 떠났다. 마리나는 단순히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라서 순서를 지킨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마리나는 드라헨부르크에 오기 전 빌렌에서 초콜릿 장인으로 여생을 보냈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자란 마리나는 초콜릿에 미쳐 '최고의 초콜릿 장인'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빌렌으로 갔다. 그 도시에서 최연소 초콜릿 장인이 되었고, 자신의 실력에 자만했다. 결국 왕족들과 조정 신료들이 모인 전국 대회에서 음모에 빠졌다. 누군가 마리나의 우유를 상한 우유로 바꿔치기했고 모든 이들에게 망신을 당했다. 이 사건이 고스란히 신문에 실렸고, 악성 소문이 마리나를 힘들게 했다. 하루아침에 공방은 망했고, 쥐구멍에 숨고 싶었을 것이다. 때 마침 호르스트를 만났고, 둘은 빌렌을 떠나 드라헨부르크에 새로운 초콜릿 공방을 열었다. 아마도 왕족이 <초콜릿 하트>를 방문했을 때 트라우마가 폭발해 불안한 심리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한 마리나는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주방을 떠났다. 이 일을 계기로 어벤추린도 <초콜릿 하트>를 떠나 영혼 없는 상태로 나흘을 보냈다. 이 나흘 동안 실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초콜릿 하트>에 찾아와 핀잔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호르스트도 이에 가세해서 잔소리를 쏟아부었을 것이다. 결국 실케는 어벤추린을 수소문하고, 마리나와 어벤추린을 만나게 했다. 마리나는 흔들림 없이 어벤추린을 마주했다.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마리나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거 같았다. 여기서 보여준 마리나의 모습은 '극한의 오너십'이다.


'극한의 오너십'은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실패하게 되더라도 남 탓을 하지 않고,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리더십이다. 모든 조직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책임은 오너에게 있으므로 리더는 남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환경을 비난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본인에게 돌리는 것은 엄청난 결의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최고의 리더는 상황을 분석하고, 건설적인 비판에 귀 기울였는지, 세세한 부분까지 개선책을 모색했는지 등을 확인하며 반성한다. 반면 최악의 리더는 비난받기 싫어서 남 탓을 한다. 이는 조직원의 반발을 부르고 내분이 일어나고 파탄에 이른다.9) 마리나는 과거의 자신과, 발목을 잡고 있는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섰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어벤추린에게 사과를 하며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애초에 그런 상황이 된 건 누구 잘못이지? 답을 도저히 모르겠다면 내가 알려 주지. 나, 그리고 호르스트.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었어. 그 상황에서 우리는 공방에 없었어. 위층에서 서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느라 바빴으니까.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가 필요한 순간이었는데도!

<초콜릿 하트 드래곤>, p.237


마리나는 드라헨부르크에서 자신이 가장 맛있는 초콜릿을 만든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홀 상황은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다. <초콜릿 하트>는 맛있는 핫초콜릿을 제공할 수 있어도, 사람을 끌어모으지는 못했다. 특히 시장은 틈틈이 기회를 노려 <초콜릿 하트>를 망하게 하려는 꼼수를 썼다. 일전 시장 취임식에서, 시장의 요청을 거절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국왕 다음으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시장은 무언의 압박을 했고, 이제는 다른 상인들도 <초콜릿 하트>에 찾아오지 않는다. 


마리나가 빌렌에서 드라헨부르크로 온 지는 5년 정도 되었을 것이다. <초콜릿 컵>에 방문하던 한 남자의 말에 따르면, "초콜릿 컵은 확실히 세 초콜릿 공방 중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정통적인 곳"이라고 했다. <메켈호프> 매니저가 한 말에 다르면, "5년 전 빌렌 출신의 초콜릿 장인이 처음 드라헨부르크에 와서 공방을 차렸을 때부터 모두가 선망해 온 일자리"라고 했다. 빌렌에서 드레헨브루크로 넘어온 초콜릿 장인이 과연 누구일까? 만약 마리나가 그런 모욕과 실패를 안고 자기와 같은 지역 출신이 있는 곳에 왔을까? 그랬다면 이미 '썩은 우유'에 대한 소문은 드라헨부르크에 퍼질 대로 퍼졌을 것이다. 유추하기로는 마리나가 처음 드레헨브루크 1지구로 와서 <초콜릿 컵>을 만들고, 어떤 이유에선가 호르스트와 3지구로 이동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가장 오래된 초콜릿 공방은 3지구에 있는 <초콜릿 하트>인데, 유명세 때문에 <초콜릿 컵>을 가장 오래된 곳으로 착각하는 건 아닐까?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게 못 되니까.


5년이란 시간 동안 다른 공방은 매출이 안정적이고 성과가 높은 반면, 유독 <초콜릿 하트>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교수는 '성공은 개인적 현상이 아닌 집단적 현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신의 성과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하는 집단적 척도'라고 했다.10) 여기서 마리나가 초콜릿을 잘 만드는 것은 성과다. 하지만 이 성과는 정확히 측정하기 힘들다. 이는 와인 경진대회를 통해 예를 들 수 있다. 최고의 와인을 가리기 위한 와인 경진대회를 측정하는 정확한 판단의 근거는 없다. 바라바시 교수는 와인 경진대회를 4년간 연속 실험했다. 감정사는 품질이 엉망인 와인은 쉽게 감별했지만, 훌륭한 와인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었다. 감정사가 똑같은 와인에 일관성 있는 점수를 준 비율은 18%밖에 되지 않았다. 상을 탄 와인은 모두 훌륭하다. 훌륭하다는 이유 때문에 대회의 수상은 운이 결정한다.11) 마니라의 초콜릿이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이는 순전히 주관적인 평가다.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을 판단하기 위한 근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과를 낸다면, 굳이 성격이 괴팍한 마니라의 초콜릿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꼿꼿한 마리나의 성품도 한몫하겠지만,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초콜릿 하트>는 연결망이 끊어진 상태다. 아무리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퍼트릴 수 없었다. 이미 시장 눈 밖에 난 <초콜릿 하트>를 찾는 손님도 줄었다. 실케의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공주와 국왕 폐하가 <초콜릿 하트>에 방문했다.12) 공주와 국왕 폐하의 방문은 반격의 카드였다. 이 카드마저 마리나가 찢으면서 <초콜릿 하트>는 곤두박질치는 듯했다. 드라헨부르크의 세 곳의 초콜릿 공방은 초콜릿 맛으로 우위를 정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콜릿과 같이 질을 가늠할 척도가 존재하지 않고 내재적인 가치를 측정할 객관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구조에서 가치는 연결망이 만든다.13) 연결망이 중요한 이유는 누군가 만들어낸 성과에 대해 집단이 보이는 반응을 널리 전파하기 때문이다. 이 이유 때문에 호르스트는 국왕 폐하의 방문을 중요시 여겼을 것이다. 호르스트는 상부층을 <초콜릿 하트>로 끌어오는 방법의 일환으로 그들에게 손을 뻗으려 했다. 


우연한 사건과 어벤추린의 단호한 결의로 친히 국왕 폐하가 <초콜릿 하트>를 후원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마리나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성과를 완벽하게 선보일 수 있는 쇼케이스 같은 행사를 했다. 그것도 드래곤, 국왕 폐하, 공주님, 귀족 앞에서 말이다. 트라우마를 벗어던진 마리나의 초콜릿은 최고의 맛이었다. 드래곤이 단숨에 핫초콜릿을 비우고, 초콜릿 디저트를 몽땅 먹어치웠다. 첫째 공주는 초콜릿 캐러멜을 세계 연속으로 먹으며 눈썹을 점점 더 높이 치켜세웠고, 핫초콜릿을 한 모금 음미하는 소피아 공주의 얼굴에서 황홀경에 가까운 행복감이 보였다. 할아버지 드래곤은 마지막 그릇까지 뚝딱 비웠다. 눈엣가시 시장도 유리잔 바닥에 찌꺼기까지 스푼으로 싹싹 긁어 먹었다.14) 이 광경을 봤던 전투 마법사, 병사, 신료들과 귀족들은 <초콜릿 하트>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그들을 통해서 어떤 소문이 퍼져 나갔을까? 수많은 연결선을 거느린 <초콜릿 하트>의 전용 허브가 만들어졌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이제부터 제가 친히 <초콜릿 하트>를 후원할 겁니다. 그러면 다른 공방들은 절대로 넘보지 못할 영예를 얻는 거지요! <초콜릿 하트>는 머잖아 이 도시에서 최고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최고로 번창한 초콜릿 공방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 p.325


성공의 법칙을 체감적으로 알고 있는 뼈 속까지 사업가 호르스트, 트라우마로 내면을 확장하고 극한의 오너십을 지닌 마리나, 일에 대한 집념과 천재적인 마케팅 감각의 소유자 실케, 충만한 자존감과 맛있는 초콜릿을 만드는 일을 사명으로 가지고 있는 어벤추린. <초콜릿 하트>를 지켜내고 성공으로 이끈 주역들이다. 개인과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목적과 사명감이 뚜렷하고, 가야 할 길을 알기 때문에 중간에 길을 잃지 않고 곧바로 달려갈 수 있다. 이렇게 성공은 개인이 아닌 집단이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초콜릿 하트>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끝으로 사명감을 지니고 이 세상을 사는 드래곤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빕니다.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 '씽큐베이션 2기'에서 함께 한 책 ※

[순간의 힘]

1. 특별한 보통날을 만드는 마법의 힘

[냉정한 이타주의자]

2. 이런 시빌.... 워 같은 경우가 있나

[평균의 종말]

3. 끊어야 하는 것은 담배만이 아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4. 편안함에 이르기 위해, 지금 가야 할 길

[아주 작은 습관의 힘]

5. 꾸준함을 지속하는 비결

[성공의 공식 포뮬러]

6. 조별 과제 할 때 독박 쓰지 않는 비법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7. 선량함에는 반드시 '가시'가 있어야 한다

[당신은 뇌를 고칠 수 있다]

8. 하마터면 나를 죽일 뻔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9. 대표님, 제발 이 책을 씹어 먹어주세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

10. 초콜릿 공방의 성공공식

[오리지널스]

11. 독창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는 핵심 비법


※ 참고문헌 ※

  1) 고영성, <부모공부>, 스마트북스, 2016, p.101

  2) 스테파니 버지스, <초콜릿 하트 드래곤>, 베리타스, 2019, p.8

  3) 고영성, <부모공부>, 스마트북스, 2016, p.104

  4) 고영성, <부모공부>, 스마트북스, 2016, p.192

  5) 에릭 바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갤리온, 2018, p.86

  6) 칩 히스, 댄 히스, <순간의 힘>, 2018, p.241

  7) 완웨이강, <지(智)는 어떻게 삶을 이끄는가>, 애플북스, 2019

  8)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생각지도, 2016, p.36

  9) 조코 윌링크, 레이프 바빈,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메이븐, 2019, p.61

  10)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포뮬러>, 한국경제신문사, 2019, p.47

  11)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포뮬러>, 한국경제신문사, 2019, p.120

  12) 이신, <공방의 터닝포인트가 된 마케팅 비법>, 콘셉터이신, 2019(https://blog.naver.com/someday666/221642367518)

  13)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포뮬러>, 한국경제신문사, 2019, p.101

  14) 스테파니 버지스, <초콜릿 하트 드래곤>, 베리타스, 2019,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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