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포지타노 해변

팀 퍼스널메이커스 4기 디렉팅데이 후기

현석님의 꿈꾸는 그 여유의 끝엔
무엇이 그려져 있나요?

이 질문이 좋았습니다. 칭찬이나 조언보다, 조용히 방향을 바꿔주는 질문이었거든요.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여유가 어떤 냄새와 온도와 소리인지 말하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시스템을 ‘효율’로 설명했지만, 사실 제가 원하는 건 효율이 아니라 ‘주도권’이었습니다. 내 시간을 내가 결정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래서 어떤 장면이냐”고 물으면, 답이 막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일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여유의 끝. 노트북을 덮고도 불안하지 않은 모습. ‘지금 쉬어도 된다’는 감각이 몸에 남아 있는 장면. 오전엔 깊게 몰입하고, 오후엔 산책을 하는 모습. 그 사이에 시스템이 알아서 일을 굴리는 장면. ‘비워진 시간’이 아닌 ‘다시 꿈꾸는 시간.’ 책상 위에 흩어진 아이디어들을 정리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고, 그 세계관을 템플릿과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확장하는 과정. 누군가가 제 시스템으로 시간을 되찾고, 그 되찾은 시간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돕는 흐름. 일이 삶을 밀어올리는 삶.




저는 생각이 복잡해지는 만남을 좋아해요. 깔끔하게 정리되는 자리보다, 오히려 질문이 늘어나는 자리. 답을 받고 돌아오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뭔가 계속 여운이 남는 그런 시간이요. 이번 디렉팅이 그랬어요. 디렉팅 전에 브랜드 로드맵을 제출했어요. 꽤 길었어요. 나름 정리가 됐다고 생각했고, 질문도 두 개 준비해 갔어요. 근데 '오늘도 햅히은 디렉터님'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으셨어요. 대신 제가 쓴 글 전체를 읽고, 제가 묻지 않은 걸 먼저 꺼내셨어요. 제가 정말 막혀있던 부분이었어요. 질문으로 만들지 못했던 고민. 어쩌면 스스로도 정확히 몰랐던 것. 그걸 짚어주셨어요. 제 글을 읽고, 제가 막힌 부분을 치열하게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질문을 던져주셨어요.


저는 ‘노션다움’이라는 유튜브를 4년 넘게 했어요. 구독자 25,589명. 누적 조회수 72만 회, 시청 시간 5만 시간. 숫자만 보면 나름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제 채널엔 노션 기능 소개나 업데이트 정리 같은 영상이 없어요.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대신 제가 어떻게 노션을 쓰는지,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그 과정에서 뭘 느꼈는지를 담았어요. 기능이 아니라 제 이야기를 한 거예요. 그 이야기에 공감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영상의 댓글에는 "템플릿 감사합니다", "따라하니까 됐어요", "다음 영상도 기대할게요." 이런 내용이 많아요. 고마운 댓글들이에요. 근데 어딘가 허전했어요.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는 말은 거의 없었거든요.


제 이야기는 늘 노션의 그늘에 가려졌습니다. 제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줘도 ‘노션의 기능’으로만 소비되었어요. 정작 저는 "노션을 잘 알려주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거죠. 나라는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할 무대에서, 제가 든 ‘도구’가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4년간 쌓인 이미지는 그거였어요. 이제는 노션 설명 잘하는 사람 말고, 나라는 사람 자체로 기억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팀퍼스널메이커스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찐팬 만드는 브랜딩. 그게 필요했어요.


노션 튜토리얼의 최강자가 찐팬을 만드는 과정
그 과정에 함께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햅히은님이 지금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어요. 순간 멈칫했어요. 최강자. 튜토리얼은 잘 만들어요. 그 타이틀 안에 갇혀 있었던 거예요. 그 다음 햅해히은님이 한 가지 개념을 알려주셨어요. 콘텐츠는 바뀌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라고. 저는 그동안 콘텐츠가 "바뀐다"고 생각했거든요. 튜토리얼 하다가 브이로그 하고, 또 다른 거 하고. 그런 식으로요.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커밍쏜님의 성장 과정을 예로 들어주셨어요. 처음엔 하나의 정체성으로 시작해요. 대기업을 퇴사 후 유튜브를 하는 사람. 거기서 다룰 수 있는 소재들을 풀어내요. 그 다음 레이어가 쌓여요. 인터뷰라는 포맷을 가져오는데, 아무나 모시는 게 아니에요. 자기가 말하는 가치와 맞는 사람들만 모셔요. 퇴사 후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죠. 세 번째 레이어에서는 본인의 현실적인 삶을 공개해요. 수익, 습관, 일상. 말로만 하던 것들을 실제로 보여주는 거죠. 그리고 마지막 레이어에서는 첫 번째 레이어 때 말했던 꿈을 실현시키고,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방식을 공유해요. 실제로 커밍쏜님은 초기 영상에서 "포지타노 해변에서 노트북 열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몇 년 후, 진짜 그 해변에서 레몬챌로를 한 잔 하며, 노트북을 열고 있는 장면을 영상에 담았어요. 과거의 선언과 현재의 실현을 교차시킨 거죠. 구독자는 그 장면을 보면서 커밍쏜님의 꿈에 동참하게 되는 거예요.


이전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걸 얹는 거예요. 그래서 시청자가 보기에 그 사람이 점점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한 가지 면만 보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면이 드러나요.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있는 입체적인 사람처럼.저는 4년 동안 첫 번째 층만 쌓고 있었어요. 노션 잘 쓰는 사람. 그 한 면만......


그리고 햅히은님이 저를 위해 따로 준비해오신 게 있었어요. 커밍쏜님의 영상을 타임라인별로 분석한 자료였어요. 몇 초에 어떤 장면이 나오고, 어떤 말을 하고, 화면이 어떻게 전환되는지. 초 단위로. 저도 모르게 물었어요.



“이거 원래 하시는 건가요?”


아니래요. 저를 위해 만드신 거래요. 어젯밤 새벽 4시까지. 저 정도 자료를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가늠이 안 되더라고요.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그것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요목조목 뜯어봤야 하잖아요. 그걸 조원 한 명을 위해 밤새 만드신 거예요. 제 상황을 보고, 제가 막힌 지점을 찾고, 거기에 맞는 자료를 직접 만들어 오신 거예요. 처방전 없이 약 목록만 주는 게 아니라, 진단하고 처방하는 것처럼...... 그 차이가 컸어요.


디렉팅 데이가 끝나고 며칠간 생각을 정리했어요. 꿈의 해상도를 높여야 해요. 시스템으로 찾은 여유가 뭔지, 그게 어떤 장면인지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해요. 아직 선명하진 않아요. 근데 이제 그 질문을 붙잡고 있어요. 그리고 레이어를 쌓아야 해요. 지금은 튜토리얼만 있어요. 그 위에 브이로그를 얹으려고요. 시스템 덕분에 생긴 시간에 제가 뭘 하는지 보여주는 거예요.


그 다음엔 시스템으로 해방된 사람들 인터뷰. 노다의 방주 도반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그렇게 층층이 쌓이다 보면, 입체적으로 보이겠죠. 브이로그 촬영도 시작해야 합니다. 막막했거든요. 뭘 찍어야 할지, 어떻게 편집해야 할지. 튜토리얼은 4년을 했는데, 서사형 콘텐츠는 하루도 제대로 완성해본 적이 없었어요. 근데 디렉터님이 공유해주신 분석 방법을 보니까 길이 보였어요. 잘 만든 브이로그를 뜯어보고, 구조를 이해하고, 제 방식으로 재해석하면 되는 거였어요.


4년간 혼자 고민하면서 못 풀었던 게, 한 시간 만에 방향이 잡힌 기분이었어요. 물론 아직 답을 다 찾은 건 아니에요. 꿈꾸는 여유의 끝에 뭐가 그려져 있는지, 그건 계속 찾아봐야 해요. 어쩌면 팀 퍼스널메이커스 여정 자체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지도 몰라요. 브이로그를 만들고, 도반들의 해방 순간을 목격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선명해지겠죠. 아, 이 장면이었구나. 이래서 이 일을 하는 거였구나.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레이어를 하나씩 쌓아가려고 해요. 튜토리얼 최강자라는 타이틀 위에, 사람을 해방시키는 사람이라는 레이어를. 그 여정을 기록하면서, 저도 조금씩 선명해지겠죠. 저만의 포지타노 해변을 찾을 수 있겠죠.


조원 한 명 한 명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 피드백을 설계하신 분. 일반론이 아니라 지금 이 사람한테 필요한 것을 짚어주신 분. 이런 분이 디렉터라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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