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여기서 항상성은 생물학에서 차용한 개념으로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어버리기라도 하는 날엔 생산성이 곤두박질칠 테니까
자기 관리도 일종의 꾸준한 성과를 보장받기 위한 투자다
그래서 비생산적 하루, 허투루 쓴 시간에 대해 우리는 초조해하고 한숨 쉰다
그런데 물에 뜨려고 발버둥 칠수록 물에 되려 잠긴다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읽게 된 톨스토이 선생님의 작품 앞에 내 집중력은 방황하고 있었다
주인과 하인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20페이지 남짓 읽었는데 죄송하지만 너무 재미없어서 미처 읽지 못하고 덮어버렸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묘사에 길들여진 내가 완전한 패배를 선언하는 순간이었다
하인이 주인이 탈 말을 준비하는 모습을 묘사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부분을 할애한 걸까
20페이지를 읽도록 아직 마차 타고 출발도 안 해서 나는 결국 이들의 행선지에 관심을 끄기로 했다
집중을 하려 할수록 더 집중력이 분산되었다
자극에 길들여진 뇌를 탓할 수도 있었지만 책 읽기에서도 여유를 갖지 못하고 내용전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금방 흥미를 잃는 식으로 한 땀 한 땀의 묘사를 자본주의 논리로 쳐나버리는 내 자신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게임의 말이 아니기에 항상 효용과 생산성의 가치만을 우선시할 수 없다
흐트러진 나의 계획과 별거 없는 시시한 날 들이
우리 일상의 변주요 결국은 누구와도 다른 음을 만들어 낼 거다
이제는 늘어지는?! 묘사와 배경설명에도 친절한 태도를 견지해야겠다
물에 뜨려고 하면 가라앉는다
힘 좀 빼야 물에 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