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부터 아들과 10분 동안 무엇이든 말해요

by 마법수달

릴 때부터 7년간 피아노를 배우고 지금도 계속 작곡 공부를 하는 아들은 고민하던 예술중학교를 고민하다가 인문계를 선택한 중학교 1학년의 한창 사춘기의 남학생이다.


남들만큼 시키고 싶은 부모의 바람으로 아들의 주중에는 학원 일정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주말에 또 재즈피아노와 드럼, 그리고 축구를 배운다. 최근 들어 숙제가 너무 많고 주중이 너무 바쁘다고 힘들다고 우리에게 종종 하소연했다.


특히 학원에 다니던 초반에는 잘 따라가는 것 같더니 요즘은 숙제를 제대로 해오지 않아서 학원으로부터 집에서 지도가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본인도 종종 지친 모습을 자주 보이고 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서 공부하면 안 되겠냐라고 물어왔다. 그때마다 "중학생이 되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거야."라고 설득했지만, 점점 지치는 기색이 보이는 것은 또 어쩔 수 없었다.


남들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며 조바심 내던 아내도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자기주도 학습'을 배우면 자녀가 학원에 다니지 않고도 알아서 공부할 수 있다는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추천받았다고 나에게 알려줬다.


때마침 교육청과 회사에서 지원하는 학부모 대상 '자기주도 학습 강좌'가 있어서 참석해서 들어볼 수 있었다. 요약하면 초등 때부터 혼자서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이 들여져야 하고 이를 통한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자기주도 학습이 가능하다고 했다. 글 잘 읽고 말 잘하는 아이라면 두발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처음에만 잘 밀어준다면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어렵지 않게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본인이 실천하신 걸 강의하신 정말 원더우먼이셨음


아내에게 들었던 내용을 이야기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그래서 그걸 우리가 해야 한다고?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아냐? 부모가 결국 다 해야 한다는 이야기네?"였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하나 싶어서 도서관에서 아들이 고른 책 한 권을 빌려와서 아들에게 던져주면서 1주일 안에 다 읽고 느낀 점을 쓰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독서 권유의 결말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책상 위 어딘가에 놓인 채 펼쳐지지 않은 책을 보면서 이렇게는 안 되겠다 생각했다.


고르기는 했지만 읽는다고는 안 했다


그래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약간 생뚱맞은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그래, 오늘부터 아들과 매일 10분씩 이야기하자!


당장 "너 지금부터 독서해!" 이렇게 강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독서 대신 공부한 내용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내용들을 묻고 대답하다 보면 10분 정도는 어떻게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핵심은 매일이다. 매일 이야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아들과 독서나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이야기도 진지하게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 빌드업을 해야 한다, 서사를 쌓아야 한다, 아들과 다시 친해져야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 첫날이다.




나 : 똑똑똑, 아들님.


아들 : 뉘에ㅔㅔㅔㅔㅔ


나 : 아들님, 잠깐만. 오늘부터 아빠랑 딱 매일 딱 10분만 이야기해 보자. 10분이면 많이 길지는 않잖아?


아들 : ........


나 : 좀 뜬금없기는 한데 아빠가 너 궁금한 거 대답해 주고 아빠도 너한테 궁금한 거 물어보고 그러고 싶어 져서 10분만 서로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거든?


아들 : ........


나 : 에이 그러지 말고 아무것이나 이야기해도 된다고. 숙제 물어봐도 되고 공부하다 모르는 거 물어도 되고 게임 이야기해도 되고 친구이야기해도 된다니깐?


아들 : .... 네에에에에에ㅔㅔㅔㅔㅔ. 10분만 하면 되죠?




10분 이야기를 1주일간 하면 용돈을 주거나 게임을 사준다고 이야기할지 고민했다. 핸드폰이 오래돼서 고민인데 새 걸로 사준다고 할까도 고민했다.


그리고 그만뒀다.


책을 읽으면 용돈을 준다, 성적이 오르면 선물을 준다 이러면 책 읽는 기쁨, 성적이 오르고 책이 재미있어지는 벅차오름을 온전히 느낄 수가 없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도 어떻게든 긍정의 답을 받았으니, 이제부터는 나에게 달렸다.


무엇이든 말하라니 무엇이든 물어볼까 걱정이다


바로 아이폰 미리 알림에 '아들과 10분간 무엇이든 말해요'를 매일 알람을 걸어뒀다. 일단 작심 3일만 어떻게든 넘겨보자. 편하게 이야기해 보려 한다. 잔소리나 가르침 말고 아들의 머릿속의 생각과 마음속의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정리해보고자 한다.


물론 말하다 보면 결국 잔소리나 가르침이 되어 아들이 고개를 돌릴 수도 있고, 내가 틀린 것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겁도 난다. 그래도 말이지 일단 해보기는 하자.


나만 지치지 않고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가다 보면 스스로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동기를 줄 수 있는 힌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