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네가 보내 준 네 곡에 관하여

by 마법수달

네가 보내 준 5곡 잘 들어봤어. 그중 두 노래는 몇 번씩 돌려 들어도 안 질리더라. 네가 곡을 만들 때 옆에서 듣던 음이라 익숙한 건지, 아니면 그 노래들이 딱 아빠 취향이었을까?


예전에 SH콩쿨 때 전체 대상을 받았던 네 연주 영상이 유튜브에 있는 거 알지? 그 조회수 중에 150회 정도는 아빠가 올렸을 거야. 같은 곡을 연주한 유명 연주자들의 영상도 많지만, 신기하게도 아빠는 아들 버전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 피아노를 칠 때 손이 작으면 여러모로 불리한다는데, 아직 덜 컸던 그 손으로 어떻게 심사위원에게 극찬을 받을 만큼 통통 튀고 변화무쌍한 멜로디를 만들어냈을까? 그때도 지금도 참 감탄했었어.


그때 연주에서 느껴졌던 네 내면의 자유로움이, 지금 네가 만드는 곡들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아. 장르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노력, 미완성이라도 전달하고 싶은 주된 멜로디가 반복되며 귓가에 머물고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하네.


특히 ‘The light of hope from dirty mind'란 제목을 보고 엄마랑 머리를 맞대고 한참 고민 했단다. '희망의 빛'을 간절히 바라는 걸까? 아니면 네 마음속의 어떤 어두움을 느끼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특별한 의도 없이 느낌이 어울리는 단어를 붙인 걸까 하고 말이지.


아직 작업 중인 곡들이라 남에게 보여줄 필요는 없겠지만, 노래마다 이야기를 한 줄씩 달아주면 어떨까? 가사가 있는 노래는 노랫말로 멜로디의 이유를 말하지만, 연주곡처럼 멜로디만을 쓴다면 네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살짝 귀띔해 주는 것만으로도 듣는 이에게 큰 울림을 주거든.


예를 들어 'Door Open (Avoider) 라면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시련들을 탄막 게임의 비행기처럼 아슬아슬하게 피해 가는 모습을 담았다고 설명해 주는 거지.


아빠는 'door open'과 'exit'를 들으면서, 네가 어떤 감정과 생각으로 이 악보를 그려나갔을지 상상하곤 해. 이건 너의 아빠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즐거움이란다. 그러니 앞으로도 네 곡을 ‘구독’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댓글’을 달아줄 청자가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아빠에게 들려주면 좋겠어.


애플뮤직을 쓰신다면 꼭 애플뮤직 클래식앱을 써보세요!

어제 아빠가 보여준 애플뮤직 클래식 앱의 청취가이드 기억하지? 특정 시간에 어떤 악기가 등장하고 어떤 감정으로 변주되는지 설명해 주는 것 말이야.


너의 곡에도 이런 가이드를 덧붙일 수 있게 고민하며 만들다 보면, 너의 음악 세계가 훨씬 더 선명해질 거야.


최근에 아빠가 읽으려고 '왜 내 귀에는 클래식이 안 들릴까?'라는 책을 샀어. 서재 책상 위에 둘 테니 관심 생기면 한 번 읽어보렴. 네 곡에 멋진 이야기를 입히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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