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퍼즐

아는 사람B

by 일향지

민정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경찰은 민정의 학창 시절 친구에게 민정에 대해 수소문하고 다녔으나 민정과 연락이 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민정의 핸드폰에서도 현지와 우철의 번호 이외에는 특이할만한 번호가 발견되지 않았다. 지역신문에는 우철의 사망 소식만 부음 기사 수준의 단신으로 처리됐다.

민정은 내 꿈에 이틀에 한 번 꼴로 등장했다. 꿈속에서는 기분 나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받기 싫지만 저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순 없어서 받는다. 전화기 너머의 소리는 더욱 아찔하다. 민정은 “이 언니가 그동안 해결할 게 많았어”라고 웃어댄다. 나는 화를 내야 하나, 모른 척 전화를 끊어야 하나, 받아줘야 하나를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민정이 나오는 꿈은 그렇게 악몽처럼 되풀이됐다.

밤만 되면 내게 전화를 해오던 봉일은 어느 날부터 종적을 감췄다. 그의 핸드폰 번호는 수신이 되지 않았고, 그가 일하던 건물엔 피부과가 아닌 비뇨기과 간판이 걸려있었다. 영업을 빙자해 봉일에 대해 물었지만 아무도 그를 알지 못했다.

처음엔 그와의 단절이 개운했다. 그와의 통화 내내 불쾌함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나는 가해자의 지인이라는 이유로, 피해자의 지인인 봉일에게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다. 봉일이 민정에 대한 원망을 내비치거나 민정의 행방에 대해 조심스레 캐물으려 할 때면 가슴이 먹먹해왔다. 봉일은 그럴 때마다 이내 내게 사과했지만 마음이 썩 편한 것은 아니었다.

민정에 대한 혼란이 봉일에 대한 궁금함으로 채워질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나오는데 봉일이 다가왔다.

“여기 찾느라 애 좀 썼다 아입니까.”

그는 이제까지의 안부도 묻지 않은 채 대뜸 나를 집까지 태워주겠노라 했다.

“내사 다 잊어 버릴라 했는데, 안 잊히는 사람도 있대요.”

그는 얼굴이 벌게진 채 웃었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기가 무색하게 그는 꽤 질서 정연한 모습이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는 기존의 그와 달랐다. 나는 인사도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봉일의 팔목에는 시계가 보였다. 오래전 민정이 남자 친구에게 준다고 한 시계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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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물었다. “시계 멋지네요.”

봉일은 인상을 구기더니, 차가 정지해있는 틈을 타 시계를 풀었다.

“생각해보니 내 인턴 때 글마가 준깁니더. 아침마다 하는 게 습관이 돼가”

나는 차마 그 시계의 출처에 대한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 봉일과 나눈 대화에서도 민정이 우철과 파혼하고, 어떻게 다시 만나 그 건물에서 같이 일하게 됐는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지금으로선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우철과 민정의 퍼즐을 맞출 순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퍼즐이 안 맞춰지자 싫증난 어린애처럼, 곧 퍼즐들을 내던지고, 징징댔다.

“두 분 오랜 친구 아니었어요?”

그는 대답 대신 한숨을 길게 쉬었다. 나는 이내 미안해졌다.

“끝끝내 안 섞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물이랑 기름처럼.”

어떻게든 봉일을 위로하고 싶어 내뱉은 말이지만, 나는 어느덧 나와 민정의 다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연애사는 짝사랑으로 점철된 반면, 민정의 연애사는 파혼으로 마무리됐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치면 내 사랑은 1회도 끝난 적이 없었지만, 민정의 사랑은 16회까지 간 셈이다. 비극적 결말을 맺은 민정과 달리, 내 사랑은 해피엔딩일지 비극일지조차 모른다. 나는 체온이 37.5도를 향해가는 걸 느꼈다.

봉일이 물었다.

“민정 씨랑 친했어요?”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주저하다 응답을 원하는 그의 시선에 쫓겨 말하고 말았다.

“그냥 아는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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