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 여자와 엄마가 (서로를 보지 않고) 나란히 앉아있다.
여자 수술 날짜 잡았어.
엄마 수술 안한다니까! 인생 말년 추하게 있다 가기 싫다. 추한 여자는 여자가 아니야. 빨리 죽어야지. 나 같은 짐덩어리 데리고 살면 너 시집도 못가.
여자 참나... (슬쩍 웃는) 언제부터 날 그렇게 생각해줬어?
엄마 ...
여자 나한테 짐 되기 싫으면, 엄마부터 건강해져!
엄마 이미 이 몸이 짐 덩어리다. (슬프게) 이제 움직일 힘도 없고...
여자 (놀리듯) 그 여자 옷 붙잡을 때 보니 힘이 장사더만...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더니 그 여자를 그 꼴로 만들어 놓고..(웃는)
잠시 어색한 침묵 후
엄마 (조심스러운) 너... 아직도 내가 나밖에 모르는 줄 아냐?
여자 (씨익 웃으며 엄마 보는) 그렇지 않으면, 제발 내가 하란대로 해!
여자, 가방에서 분첩을 꺼내 엄마의 얼굴에 파우더를 곱게 칠해준다. 엄마,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나온다.
엄마 웬일이래. 화장을 다 해주고! 이것아! 니나 잘 하고 살아!
여자 움직이지 말고 눈 감아봐! (아이라이너를 발라주며) 나 이혼했어. 이제 새 출발할거야.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할 거고!
엄마가 눈을 번쩍 뜬다. 여자, 엄마에게 눈 감으라는 듯이 눈을 감아보인다.
여자 그런데, 병든 엄마가 내 옆에 딱 붙어 있는 게 걸리네. 수술하고, 몸 회복해서 아저씨랑 새 인생 살아. 나 재혼할 땐 결혼식장에서 엄마 옆에 누가 있어야 그럴듯하지 않겠어?
여자가 엄마에게 옷을 입히고, 집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차에서 내리는 아저씨. 여자와 함께 있는 엄마를 보고 웃는다. 여자가 들고 있는 짐 가방을 아저씨가 트렁크에 싣는다. 여자를 보는 엄마의 애틋한 눈빛. 그 위로.
엄마(E) 나도 너가 미웠다. 내 발을 묶은 니가 미웠어.
여자 (엄마 어깨 쓰다듬는) 엄마, 가! 가도 돼! (눈물을 닦는)
아저씨 그래요. 갑시다! (엄마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엄마의 수척해진 몸을 잡고 차에 태우는 아저씨
여자 (관객에게) 엄마는 더 이상 능소화 같지 않아요. 화려하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죠.
베란다의 시든 능소화에게 가서 꽃잎을 만지는 여자
여자 능소화는 시들었지만, (관객을 보는) 엄마는 피어났습니다. 평생의 순정을 바친 한 남자 앞에서...(미소 짓는)
엄마와 아저씨가 차를 타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