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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 Nov 13. 2023

ALL WAYS 응원해, ALWAYS 당신 곁에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1>

                                                                                                                                         

실용서 읽기도 바쁜데 무슨 힐링 소설이야 하던 때, 봐선 안 될 걸 봐버렸다. 바로 혜화 연극 <불편한 편의점>. 극 시작부터 끝까지 객석에서 씨익 웃는 입모양으로 웃고 울었는데, 공연장을 나설 땐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던 몸을 풀고 크게 햇빛 샤워라도 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공연의 원작이 따로 있다 하니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바로,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현재 1~2권이 출판된 상태이고 이미 서점에 들를 때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에서 자주 보던 표지의 책이었다. 2021년부터 전 서점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예스24 올해의 책, 동아일보 올해의 책,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도서, 알라딘 올해의 책, 밀리의 서재 올해의 책, 서울대학교 도서관 대출 순위 2위, 대만 성품서점 번역소설 1위, 대만 금석당서점 '가장 영향력 있는 책' 10권, 예스24 선물하기 베스트셀러 1위 등 다양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2023년 4월에는 뮤직드라마 <불편한 편의점> 개막으로 절찬 상영 중이란 타이틀까지 붙었다. 실로 이 책을 접한 이들이 어마어마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이제서야 읽다니! 굳이 베스트셀러에 연연할 필요 있나, 내게 필요한 책을 고르면 되지... 하던 내 말 버릇을 고칠 때가 된 것이었다. 그렇데 찾아본 <<불편한 편의점>> 1~2권. 


나만 볼 수 없어 이 훈훈한 기운을 독서토론모임 멤버들과 함께 하고 싶어, 발제 도서로 골랐다. 모임에서는 <<불편한 편의점 1>>만 보고 모이는 걸로.


Q.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 1>>, 어떻게 봤나요?


내가 읽었던 책의 따스한 기운을 퍼뜨리겠다며 시작한 발제인데, 역시는 역시!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이미 이 책을 오래전에 접한 분들도 있었다. 모임에서는 1권만 읽겠다고 했는데 후다닥 2권까지 완독하고 오신 분들도 있었고 말이다. 사실 모임 속 작가분들도 있어 그분들도 대중의 평과 비슷하게 이 책을 좋게 평가하실까 꽤 궁금했는데 그 속 이야기를 아래 일부 풀어본다.


은2 _ 이런 제목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류이다. 책을 고를 때 후루룩 읽히는 걸 고르는 편인데 그러했다. 또 굵직한 에피소드 별 줄거리 보다 그 이야기 속의 디테일들이 꽤 좋았다.


 _ 후루룩 읽을 책을 불편하게 보고 왔지만... (도서관 예약 시 일반 책과 큰글씨 책이 있었는데 큰글씨 책으로 잘못 빌려 자신과 맞지 않게 자간 행간이 큰 글자들을 읽어내느라 힘들었다 한다) 너무 재밌게 읽었다. 친숙한 편의점이란 소재에 꼭 있었던 일인 것만 같아 몰입해서 봤다. 시트콤으로 나오면 좋겠다.


 _ 원작보다 나은 문화콘텐츠는 찾기 힘들 듯하다. 그런데 이 책은 공연도 책도 모두 재밌게 봤다. 참, 독고 캐릭터는 볼 수 있다면 꼭 공연으로 접해보는 걸 추천해 본다. 책의 선한 기운이 진해,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_ 최근 책을 많이 못 읽고 있었는데, 내게 완독의 기쁨을 알려준 책이었다. 나 역시 뮤지컬로 해당 작품을 알고 있었다. 취저는 아니나, 인물들이 실생활에 가까이 있는 게 좋았다. 또 취준생 때 아르바이트했던 동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 남다른 맘으로 읽을 수 있었다.


 _ 책의 인기를 상당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특히 캐릭터를 잘 그린 듯했다. 최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캐릭터 빙의해서 봤는데, 이 책도 캐릭터에 몰입해 같이 체험하듯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던 게 좋았다.


 _ 오래전에 읽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었다. 혼자였다면 안 봤을 수도 있는데 이 모임이라 함께 다시 살펴볼 수 있었다. 앞서 취향은 맞지 않다 했으나, 왜 많은 사람들이 읽었는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그런데 아쉬운 건... 심야식당과 비교를 해보자면, 심야식당은 작품 속 캐릭터가 일반인이 아닌 특수 분야에 일하는 이들의 에피소드와 그에 걸맞은 요리를 셰프가 내주는데, <<불편한 편의점>> 속 캐릭터들은 우리가 흔히 들었던 혹은 접했던 인물들이라 대중에 맞춰 안전한 캐릭터들만 그린 거 같았다는 점이다.


 _ 오래전 <<연적>>을 보고 작가의 책에 기대를 안 했는데 <<불편한 편의점>>은 써도 너무 잘 썼다. 개인적으로 베스트셀러 책들은 안 읽는 편인데 소설은 궁금해서 보게 된다. 이 책과 아울러 그런 위치에 있는 책들을 살펴보면, 뭐든 선점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이후에 나오는 비슷한 작품들은 보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아직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Q. 책 속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뭔가요?


은2 _ 책을 오래전에 읽었더니 지금은 책 속 '참참참' 조합만 생각난다. 책을 읽을 때 가장 의아했던 건 '뭔 노숙자가 편의점이야?'라는 건데, <산해진미 도시락>에서 노숙자와 편의점 점주가 연결된 이야기에서 그 뜻밖의 조합을 이해할 수 있었다.


 _ <산해진미 도시락>. 책 속 독고와 편의점 점주의 만남도 의미 있기도 하고, 관련해, 내게도 특별한 일이 있었다. 지인이 이 책을 읽고 난 뒤 "네 시나리오가 생각난다"라고 했던 일이었다. 노숙자를 소재로 했고 그의 본래 업이 트렌디한 산업 분야로 설정해 썼던 건데, 그때를 생각하면, 책 속 독고의 실체가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여러모로 독고도 내 일도 살필 수 있어 좋았다.


 _ 교사였던 점주가 본분에 충실한 부분이 좋았다. 저런 사람이 교육하는 세상은 참 선하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좋았던 에피소드는 (<<불편한 편의점 2>>에 나온) <소울 스낵>. 가물치와 자갈치에 대한 일은 물론, 지금 취준생에게 큰 응원을 보내는 것 같아서 좋았다.


 _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은 '이게 이렇게 된다고?!!', 너무 비현실적인 부분이 거부감 들었는데... 이 에피소드는 무난하고 평범한 캐릭터를 잘 살린 것 같아 좋았다. 전체적으로 착하고 노력하는 자들이 보상받는 듯한 전개들이 흐뭇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못 산다고요!!)


 _ 역시 <제이에스 오브 제이에스>. 편의점 직원인 시현의 발상과 멘트에 매번 빵빵 터졌었다. 그리고 독고의 말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서 히트를 쳤던 일도 또 퇴사 시 점주와 나눈 대화까지도 너무 좋았다. 


 _ 책을 읽은 후 독고란 캐릭터와 작가에 대한 에피소드 빼고 나머지는 다 휘발됐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너무 뻔하지도 않고 너무 작위적이지도 않아서인 듯하다. 독고가 없었다면 이 책은 꽤 심심했을 텐데 또 독고의 영향력이 너무 컸다면 넘 작위적이었을 것이다. 그 적정선을 작가가 잘 맞춘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_ <원 플러스 원>. 작가가 지독한 컨셉충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좋았다. 1+1으로 묶인 에피소드에 로아커와 초코우유로 부족해서 쌍둥이라니. 일부러 심어둔 소재를 갖고서 사람 관계는 또 한없이 마음 넓게 연결했다. 인위적인 듯하면서도 재밌던, 불편하면서도 좋았던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어 모두 _ 작가가 착해도 너무 착해!!


Q. 최애 편의점 아이템이 있다면, 뭔가요?


 _ 젤리블리 샤인머스켓과 리치.

(우아하고 특별한 간식으로 딱이에요)

 _ 젤리블리 리치. 핫식스.

 _ 바리스타 라떼 2+1.

 _ 네 캔에 만원. 까르보 불닭볶음면.

(관극 하기 전에 한 캔 먹어줘야 해요)


 _ 편의점 김밥. 

(등산 시 꿀팁! 찬 생수 옆에는 일반 김밥 말고 꼭 편의점 김밥이어야 맛있는 밥의 온도를 잡을 수 있다고!)

 _ 내가 먹는 건 없고, 조카 때문에 들릴 때가 많다. 그럴 때 주로 불닭볶음면 그리고 치즈 있는 소시지. 

("차라리 그 돈으로 밥을 먹어!")

은2 _ 편의점을 자주 가는 편. 주로 먹는 조합으로는, 라면 1 + 삼각김밥 1 + 우유 또는 매콤한맛1 + 담백한맛 1 + 닭가슴살 소시지.



Q. 불편하지만 괜찮아 - , 우리끼리 책 속 독고가 되어 가짜 편의점 상담을 해봐요!

(독서토론모임에 참여한 멤버들은 토론 전 메모지 1장씩 나눠 받았다. 그리고 그 종이에 각자의 고민을 실명 비공개로 적어 상담 박스에 담았다. 이후 멤버들은 상담 박스에서 각자 손에 잡히는 쪽지를 꺼내서 갖고 있다가, 1명씩 돌아가면서 쪽지에 적힌 고민을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주고 그 고민 해소를 위해 접하면 좋을 듯한 편의점 추첨 아이템을 1가지씩 추가로 말해보기로 했다.)


이 질문은 독서토론모임에 함께 한 이들끼리 나누고 간직하는 걸로 했다. :)

고민을 가장 잘 해결한 이를 뽑아 <<불편한 편의점>>을 읽은 기념으로 편의점 접기 관련 책을 선물하려 했으나, 이야기 나누다 보니 마지막 상담가의 말만 기억에 남아, 그분에게 선물을 몰아준 것으로 정리했다.

(아무튼, 모두 거리낌 없이 적극적으로 이야기 나눠 주셔 감사합니다!)


Q. 내가 밑줄 친 곳


P.116 _

성실함과 친절함의 바탕은 체력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며 딸리는 체력은 성실함과 친절함을 무능력과 비굴함으로 변화시켰다.


P.140 _

"밥 딜런의 외할머니가 어린 밥 딜런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행복은 뭔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네가 만나는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기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고."


P.156 _ 은2, 정

상처를 돌아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혹은 욕망이 그 사람의 원동력이 되고 캐릭터가 된다. 캐릭터를 보여주려면 캐릭터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가느냐를 보여주면 된다.


P.163 _

어떤 글쓰기는 타이핑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이 오랜 시간 궁리하고 고민해왔다면, 그것에 대해 툭 건드리기만 해도 튀어나올 만큼 생각의 덩어리를 키웠다면, 이제 할 일은 타자수가 되어 열심히 자판을 누르는 게 작가의 남은 본분이다. 생각의 속도를 손가락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가 되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P.247 _ 예, 진

인생은 원래 문제 해결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고요.


PP.252~253 _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편의점에서, 아닌 그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이날의 토론을 마치며...

불편하지만 계속 찾게 되는 

독고와 동료들이 항상 지키는 

ALWAYS 편의점처럼, 

모두가 모두의 

ALL WAYS를 응원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독고를 받아준 점주처럼은 아니더라도,

모든 캐릭터에게 해피엔딩을 주려는 

작가처럼은 아니더라도,

그저 서로의 행복을 기꺼이 

기뻐해 줄 수 있을 만큼이라도 말이다.




읽은 책 :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I 나무옆의자

장소 : 텐티북스 & 카페


2023년 11월 11일 오전 10시30분

참석자 - 광, 예, 옥, 은, 은2, 정, 진 (총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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