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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으니 Oct 17. 2023

우나의 시간 속으로

우나의 고장난 시간 ┃ 마가리타 몬티모어

이 소설의 주인공 우나는 19살 생일 이후부터 매년 생일이 되면 타임리프하여 다른 시간 속 우나가 된다. 삶을 순서대로 사는 것이 아닌,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뒤죽박죽으로 살아가게 된 우나의 고장난 시간 속으로 함께 여행했던 4명이 모여 옹기종기 도란도란 꽁냥꽁냥 모여 이야기를 나눠봤다.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평

영_ 정말 놀라울 정도로 통속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국내에서 나온 타임리프 드라마를 따라 쓴 건지, 이 소설을 보고 타임리프 드라마가 생겨난 건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익숙한 구성이었다. 그리고 통속적인 책 답지 않게 교훈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책의 분량에 비해 내용이 심플하여 빨리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보기 드물게 주인공을 좋아하기 힘든 소설이었다.

광_ 내가 가사를 이해할 수 없는 모든 음악을 듣지 않는데, 이 소설에 미국 음악이 많이 나온다. 미국의 특히 그 연대의 음악을 좀 알았으면 좀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다. 그 음악을 좀 알았으면 그 문화를 좀 더 이해하고 그 시대를 공감하면서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타임리프 장르를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약간 허술하고 모순된 부분들이 있었다. 이 두 가지가 젤 아쉬웠다. 반대로 통속적인 드라마에서 주는 감동 코드는 괜찮았다.

옥_ 이 책의 초반 우나가 할머니가 됐을 때 눈이부시게 같은 이야기 일거라고 생각했다. 너무 익숙하고 신선하지도 않아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러다가 우나가 젊은이가 되면서 완전 일탈하는 부분부터 한국주인공과 다르게 일탈하는 부분 (약을 한다거나) 등 새로운 지점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호기심을 갖게 됐다. (그렇지만 주인공을 정말 좋아하기 힘들었다. 하나하나 되게 짜증 나는..) 나중에 가서는 우나의 실수를 통해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의도를 깨달았다. 허술한 부분이 있었지만 작가의 의도에 동의하면서 이 책의 가치를 조금 알게 되었고, 애정이 생겼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좋았다. 통속적이라고 느끼는 그 포인트들도 좋았다. 미드 같은 느낌 (섬북동 데드라인이 없었으면 정말 다 못 받을 것 같긴 하다)

은_ 초반에 읽다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발제책을 바꿔야 하나 했지만, 이미 바꾸기엔 시기를 놓쳐 일단 계속 읽었다. 타임리프 장르를 좋아해서 선택했는데 중반까지 읽으면서 왜 이걸 발제책으로 했을까 하며 후회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부터 허술하고 빈틈이 있긴 하지만, 복선이 잘 정리되는 것 같은 지점부터 재미있게 읽었다.


그 외, 우나는 쉽사빠. 금사빠라는 점과 우나와 에드워드의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또한, 공통적으로 소설 속 시간의 흐름이 목적이 있고, 순차적이거나 역순적인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규칙 없는 그 구성이 오히려 신선하고 좋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거나 내려놓은 것들, 혹은 달라진 행동이 있다면?

(p.240_ 41살이 된 여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 걸까?)

은_ 아직까지 내려놓은 것들은 없지만, 이제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오늘 신고 온 오리얼굴의 크록스를 엄청 좋아해서 자주 신는데, 내 나이에 맞지 않은 신발 아닐까.. (영_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게 되지) 일단 개의치 않고 여전히 신고 다니고 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_ 나도 비슷하다. 내가 하는 행동이나 아님 옷차림 같은 게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질 때. 나는 평소 귀여운 걸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 거울을 봤을 때 내 나이에 조금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 사회적 시선을 그냥 내 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 발랄하게 행동하면 회사에서 지적당한다. 나이가 들었는데 너무 어리게 얘기한다거나.. / 이제 내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젊고 어리고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겠구나 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게 나 스스로 받아들이는 거랑 주변에서 얘기해가지고 하는 거랑은 다르다. 지적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내가 그냥 알아서 할게. 너나 잘해

옥_ 나는 그래서 머리를 잘랐다. 원래 긴 머리를 너무 좋아했는데 문득 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머리다 싶어서 잘랐다. 나는 원래 여성스러운 외모를 좋아하는 취향인데 머리를 자르면 그런 느낌이 없어지는 걸 스스로 느껴서 안 잘랐다가, 받아들이기로 한 후 머리를 잘랐다.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지는 않았다.

사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을 때나 종종 느끼고 평소엔 잘 못 느끼는 것 같다. 우리 모임도 거의 프리랜서가 많고 다들 나이에 신경 안 쓰고 자기 원하는 대로 입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ㅎ

광_ 저는 받아들인 건 아니고 강제로 뺏긴 것은 이제 클럽에 못 간다는 거? 여전히 클럽에 가고 싶은데 나이제한으로 출입금지. 이건 나이가 들어서 강제로 뺏긴 거다. 나는 여전히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고 걸그룹 음악을 좋아하는데 지금 이 나이에 그런 걸 좋아한다고 하면 한심하게 본다. 그나마 직업적 특성으로 작가들끼리 모였을 때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영_작가들만 그런 게 아니다. 직장인 남성들도 다 좋아한다. 자유롭게 말을 못 할 뿐)

은_ 저는 밤샘을 포기하게 됐어요. 원래 금요일 밤마다 졸음을 참고 밤새면서 드라마 예능 보는 거 좋아하는데, 이제 버티고 버텨도 1,2시만 지나도 잠을 이길 수 없다. 전에 섬북동 MT를 갔을 때 20대 때는 아직 팔팔한데 언니들이 다 잔다고 해서 혼자 좀 그랬는데, 이제는 내가 먼저 자러 들어가도 될까 싶을 정도로 피곤함을 이기기 힘들다.

우나처럼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쓸 수 있다면?

영_ 나도 처음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세하게 애드워드랑 절대 만나지 말 것, 꼬이지 말 것, 결혼하지 말 것, 돈 문제 얽히지 말 것 하고 쓰다가 나중엔 다 소용없다는 걸 깨닫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점점 편지가 달라졌을 것 같다. 편지를 아예 안 쓰던지. 어쨌든 초반엔 위험한 부분, 조심해야 할 것들은 적었다가 뒤로 갈수록 안 그럴 듯.

은_ 저는 완전 스포남발할 것 같다. 상세기록해 놓았을 것. 애드워드에 대한 얘기도 하나하나 다 기록해 놨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왔을 때 절대 애드워드에게 투자하지 않았을 것. 부자티 절대 안 내고 집공개 절대 안 하고. 돈이 많으니까 오히려 허름한 집을 사서 페이크로 가난한 척한다던가 했을 것 같다. 미래를 아는 상태의 나와 미래를 모르는 상태의 나는 너무나 다른 나라서 어떻게든 변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튼 완전 스포남발, 스포환영

옥_나는 나의 상태가 어떤지 모를 때를 대비해서 기본 가이드 정도는 적어둘 것 같다. 집 위치, 엄마가 살아계신지, 결혼했는지 등 인적사항과 뉴욕의 정전 같은 큰 이벤트만 딱 알려주고 그 외엔 전혀 안 알려줄 것 같다.

광_ 난 타임리프하는 애한테 맞춰서 쓸 것 같다. 10대 땐 연애에 대한 이야기만 조언해 주면 된다  (이때 타임리프의 규칙에 관한 엄청난 대화가 오갔고 정리된 후 결론은) 돈을 버는 법을 먼저 알려줄 것 같다. 연애와 돈. 그리고 큰 사고에 관한 건 힌트를 줘서 막아보려고 노력할 것 같다. (물론, 모든 타임리프 장르가 그러하듯, 막는다고 막아지진 않겠지만..)


사실 다음으로 우나의 손목에 새겨진 이니셜처럼 남기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이 있었으나, 새기고 새겨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여 있을 거라는 결론으로 끝났다.

 

이 외 우나와 애드워드의 이야기, 엄마와의 이야기, 아들과의 이야기 등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엄마 매들린

엄마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너무 개입하지 않으며, 각자 자신의 삶에 충실하는 엄마와 우나의 관계가 보기 좋았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아무리 각자의 삶을 살더라도 딸이 타임리프하는 1월 1일은 함께해야 하지 않나. 이 부녀는 너무 남자를 좋아한다.... 그것도 나쁜 남자를


#아들 켄지

-두 엄마가 잘 키우는데 나타나서 엄마라고 표출했을 땐 정말.. 싫었다. 아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맘은 이해하나, 보러 갔을 때 잘 지내는 모습을 봤다면, 알리진 않았을 것 같은데, 우나가 넘 이기적이다.

-그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도 모성애가 생길까? (데일의 아들이었기에 더 애틋했을 것이다)


#애드워드

애드워드를 나쁜 남자로 만든 건 우나의 잘못도 크다는 거? 아마 피터와 만났어도 돈자랑했다면 피터도 그걸 이용하는 나쁜 놈이 됐을지도 모를 거라는, 결국 돈이 문제다.

그렇게 우나의 엄청난 부와 돈 얘기도 하고, 우나처럼 살면 재미있을 것이다, 힘들겠다 등 우나의 고장난 시간에 나를 대입해보기도 하며, 발제자의 질문이 끝나고도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얼렁뚱땅 마무리하고 맛있는 쌈밥을 먹은 후 영과 함께하는 알찬 연희동투어 시간 속으로 빠졌다는 후문이...  


우나의 고장난 시간 ┃ 마가리타 몬티모어

2023.10.14

참여자: 광, 옥, 영, 은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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