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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eokc Sep 28. 2023

노예는 되지 않기로 했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시라이 사토시 지음)

코로나19가 덮친 지난 3년 동안 섬북동은 대부분 ZOOM으로 만났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각의 틀, 오디오가 물려서 자꾸 끊어지는 흐름, 서로 양보하다 번번이 놓치는 타이밍 등 소소하게 불편했다. 하지만 결국 익숙해지는 법. 이제 더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지 않지만 지난 주말 섬북동은 다시 한번 ZOOM으로 모였다.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는 S와 함께하고 싶어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고, 대신 조금 더 확장된 세계를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언제나 위시 리스트만 있던 '자본론'. 혼자서는 읽지 않을 책을 멤버들과 함께라서 읽게 되는 것이 섬북동의 묘미가 아니던가. 마르크스가 쓴 원저가 아니라 쉽게 풀어쓴 입문서지만, 그래도 휙휙 넘어가지는 않는 책이다. 함께 얘기 나눌 시간을 기대하며 불편함을 이겨낸 우리는 '자본론'이 어떤 생각을 전하려 했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의 세계가 조금 더 확장되었다.

Q. '자본론'에 관심을 가지거나, 읽어 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J_관심은 있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 책은 (예상보다) 아주 재미있었지만, 인용된 원저 문장을 보니 역시 '자본론'을 읽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이 확고해졌다. 입문서만으로 만족한다.

S_사회학 전공이라 '자본론'이 무려 전공필수였는데 , 읽으며 번역이 잘못된 줄 알았다. 하나도 이해가 안 가서. 이번에 입문서를 읽고, '아 이 책이 원래 어려운 거였구나'하고 그 시절의 나를 이해해 주게 되었다. 쉽게 풀어썼는데도 어렵더라. 그래도 '아 이게 그 얘기였구나' 몰랐던 게 와닿는 느낌, 생각보다 재밌었다.

E_애초부터 ‘자본론'을 읽을 생각은 하지 않았고, 이 책도 내 기준에는 어려운 책에 속한다. 그리고 읽으면서 굉장히 심난했다. 나의 월급과 노동력을 어떻게 해야 하나...

Y_나도 읽을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다만 일 할 때 돈돈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책의 내용은 아주 잘 이해됐다. 경제 논리나, 회사, 직원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회사에 온몸을 바치지는 말자'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했다.

K_대학 때 프린트물로 '자본론' 스터디를 했다. 뻔히 알만한 얘기를 어렵게 썼다고 느꼈고, 원래 염세적인 사람이  더 염세적이 됐다. 결론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시간이 망하게 할거'라서. 세상의 부조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스터디를 했는데 실망했다. 이번 책도 쉽게 풀어썼지만 결론이나 내용은 똑같아서 실망스럽다. '저자는 나름의 해답이 있나?' 했는데 역시 없었다. 앞으로 또 읽지는 않을 것 같다.

H_최근 읽었던 '가짜 노동' 등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생각났다. '자본론', '군주론' 등 책은 읽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인용된 문구를 읽으며 앞으로도 절대 볼 일은 없겠다 싶었다. 쉬운 설명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해서 계속 다시 읽으며 봤다. 어렴풋이 머릿속에 있던 걸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J_세상이 조금씩 나아진다 싶었다가, IMF 이후 갑자기 너무 힘들어진 이유가 항상 궁금했다. '신자유주의 자본가 계급의 계급투쟁'때문이라는 부분에서 '아 이거구나!' 싶었다. 돈이 생긴 이후라고 다 자본주의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S_'자본의 목적은 늘어나는 것뿐'이라는 제목이 기억에 남는다. 어쩌다가 이런 괴물 같은 시스템에 들어왔나, 소름 끼치도록 두렵달까. 안 맞으면 멈추고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블랙홀 같다. 멈추려면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놀랍고 무섭고 그랬다. 영화 '암살'에 '여긴 다 이렇게 살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렇게 몰아가는 게 자본주의의 힘인 것 같다.

K_자본주의는 방대한데 이 책은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를 견제하는 목적'이라고 딱 짚어준 게 좋았다. 그리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만인(다수)에 대한 만인(10,000명)의 투쟁'.

H_혁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게 아니라는 대목. 최신의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과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해 주는지 어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유 시간에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다고 말은 하면서도 뭔가 거짓말 같다고 느꼈는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알게 돼서 맘이 씁쓸했다. 앞으로도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하는데, 이제 혁신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자체로 맘이 불편할 것 같다.

M_최근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면서 미국에서 한 때 사회주의 광풍이 몰아쳤다는 걸 확인하고 좀 놀랐었다. 이번 책에서 역사적으로 사회주의가 주목받은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현대의 사민주의가 정확히 사회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도 신자유주의에 세뇌되었구나 깨달았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는 저자의 일침이 제대로 와닿았다.


Q. '능력이 모자라면 더 키우려 노력하라'는 주장에 동의하는지?

M _원래 경쟁을 싫어해서 가벼운 내기나 승부를 내는 스포츠 게임도 싫어한다.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도, 강의도, 사람도 멀리하는 편이다. 자만일 수 있겠지만 그런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이 스스로 스트레스받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 이 책에서 감정으로만 느꼈던 걸 논리적으로 확인하게 되어서 좋았다.

H_최근 회사에서 내가 맡은 분야의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서브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멀티 태스킹을 높이 평가하기 시작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러 분야를 잘하는 게 필요할 수는 있지만, 너무 경쟁을 부추기는 것 같아 불만이었다.

E_ 나도 회사에서 내 일이 아닌 분야의 업무를 해야 했는데, 당연히 원하는 만큼 잘할 수는 없으니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때 사수가 명확하게 잡아줬다. 본인의 업무 분야에서는 지적을 받은 적도 없고 잘하지 않느냐고. 스스로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Y_질문이 잘못된 것 같다. 능력이 모자란 건지, 생각을 안 하고 일을 하는 건지. 최근 평균 이하로 일하는 답답한 사람들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NCS평가 같은 게 일반 회사에서도 필요하다.

K_동의는 안 한다. '능력을 개발한다'는 의미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창의적인 업무 능력이 필요한 시대인데, 창의력은 잘 놀아야 나오는 것이다.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제조업 때 얘기다.


(p.63) 자본에 의해 육체가 종속되면 자본주의 가치관을 내면화하는 인간이 나타난다. 감성이 자본에 종속되는 것이다. 사람이 자본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나 능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그것이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이다. 신자유주의로 윤택해진 것은 자본가, 반대로 노동자는 권리를 점차 잃고 있다. 능력이 없으면 임금이 깎여도 당연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수긍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본에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는 분명 주객전도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이 어그러진 가치관을 받아들인다.

(p.85) 가난해진 노동자 계급에는 존업성도, 자율적인 문화(고래잡이나 트럭 꾸미기)도 없어졌다. 노동자 계급은 이제 문화를 창조하지 않는 소비자이며, 가난한 노동자는 태만한 빈곤층으로 인식된다. 수입이 적은 것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은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p.130) 자본제 사회에서는 필요 노동시간과 잉여 노동시간이 뒤섞여 있으며, 노예제와 정 반대로 자본가를 위한 잉여 노동까지도 자신을 위해 하는 지불받는 필요 노동으로 착각한다. 사실은 자본에 봉사하는데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느낀다. 자본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데 자신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p.163) 생산성 향상에 의항 이익은 시간적 한계가 있다. 타사가 순식간에 모방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제조 비용을 낮추기 된다. 이 상대적 잉여가치 획득 대결에는 제한이 없다. 그 결과 노동자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도 노동자도 생산력 향상을 위한 경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너무 당연하다고 인식된 나머지 아무도 그 당위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Q. 워런 버핏보다 비서의 세율이 높은 현실, 각자 피부로 느끼고 있었나?

Y_단순하게 생각해도 재력가는 전문 회계사가 따로 있으니 절세 방법을 잘 알고 이용할 거다. 돈이 돈을 부르는 류에 포함되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내가 현재 쓸 수 없는 카드니까.

H_최근에 내 집 마련으로 부모님께 일부 도움을 받았는데,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가족회의를 했다. 차용증과 이자 증빙 등 나중에 세무조사로 벌금을 받지 않도록 고심했다. 회사 동료들이 듣더니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이 내는 세금은 너무 소액이라 걸릴 일이 없다고 걱정 말라고 웃더라. 정작 몇십 억씩 증여를 하는 사람은 시스템화해서 세율을 줄이고 그런다니, 씁쓸했다.

J_프리랜서에게 적용되는 세금 공제 비율이 특정 정권부터 점점 낮아지기 시작했다. 7,200만 원 기준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3,400만 원에 걸려있다. 돈을 잘 못 버는 사람들한테도 세금을 많이 떼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수십 억을 버는 사람들의 세금은 줄여 준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

K_우리나라는 근로소득과 주식투자 소득에 대한 세율 차이가 커서 기업 이사들이 연봉보다 주식으로 받는 비율이 높다고 알고 있다. 배당금으로 받는 게 이득이니까.


(p.206)워런 버핏은 <뉴욕타임즈> 칼럼에서 자신의 비서가 부담하는 세율이 자신이 부담하는 세율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큰 화제를 일으켰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30퍼센트로 올리는 증세안을 의회에 제출했지만 부결되었다. 노동자 계급이 계급투쟁을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멍하니 있는 사이 자본가 계급은 계속해서 계급투쟁을 한 결과다. 20세기말부터 신자유주의로 기조가 변하면서 '1퍼센트 대 99퍼센트'라고 할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다. 현재의 낮은 노동배분율에 기반한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지면 언젠가 자본가도 함께 몰락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생산한 상품을 사는 쪽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격차 확대와 중산층 몰락에서 오는 수요 부족을 자본은 어떻게 해결할까? 아마 한 가지 답은 전쟁일 것이다.

(p.214) 20세기 후반, 포디즘형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에 양보하고 재분배한 자신들의 몫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 신자유주의다. 노동분배율을 저하시키는 것 같은 직접적인 형태로도 일어났지만 재분배를 위한 기존 제도를 역이용하는 형태로도 이루어졌다. 세금 제도가 그렇다.

(p.217) 일정 수준 이상의 재력이 없으면 절대 특정 학군에서 살 수 없다. 경제력 있는 가정이 경제력 없는 사람을 포함한 세금을 이용해 자식에게 남보다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재분배 기구의 역이용이다.


Q.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가는 추세에 제동을 걸어야 할까?(생수, 옷, 교육, 유전자, 장기복제 등등)

J_예전에는 형광등이 나가면 내가 사 와서 갈아꼈다. 그런데 LED 형광등으로 바뀌면서 그게 너무 힘들어졌다. 기술자를 불러야 하고, 비싼 LED 형광등도 따로 사야 하고, 비용이 너무 높아졌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라는 책에 브라질 케이스가 나온다. 예전에는 시멘트, 전기 공사, 이런 게 따로따로 가능했는데, 아파트 업자들이 나타나면서 그런 식으로 따로 수리하는 게 불법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자기 집인데 뭔가 고장 나서 고치려고 하면 불법인 거다. 나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을 평생 써왔는데, 이제 월 구독제로 바뀌면서 계속 돈을 내야만 쓸 수 있다. 책은 한 번 사면 평생을 보는 줄 알았는데, 이제 이북 업체가 망하면 구매한 책이 없어져 버린다. 소비자에게 이득이 되게 하겠다고 하지만 소비자에게 점점 나빠지는 상황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을 불리는 게 일이니까.

E_'산부인과'라는 옛날 드라마에 고등학생이 아이를 낳아 입양시키려 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돈 많은 집안에서 아기의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에서 몇 점 이상이 나오면 입양하겠다고 조건을 붙이고, 그 학생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과외까지 받으며 열심히 공부해서 턱걸이로 조건을 통과한다. 그런데 막상 좋은 성적을 내고 보니,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자신이 키울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 입양 보내지 않는다. 그 옛날 드라마 작가가 ‘이런 상품화는 안 된다‘는 생각까지 하고 쓴 건가 싶었다.

S_최근 섬북동에서 함께 읽은 책 '아버지의 해방일지'나 '사피엔스', 영화 '오펜하이머'까지 모두 공동체의 가치를 다룬다. 자본주의가 모든 걸 다 상품화하다 하다, 이제는 공동체 가치까지 상품화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K_책에 소수의 자본이 거대해지고 결국 자본주의가 종말로 갈 거라는 내용이 나온다. 유전자를 변형하게 되면, 성형 수술이나 학원 같은 게 다 없어질 거다. 결국은 점점 자본주의의 종말로 가는 게 아닌가.


Q. '이 정도는 있어야 살지~', 나의 생존비 기준은?

M_와인. 일주일에 적어도 두 병은 생존에 필수다.

H_일주일에 공연 세 편. 돈뿐 아니라 시간까지 필요하니 야근하면 안 됨.

E_드라마 블루레이. 원래 돈을 잘 안 쓰는데 드라마 블루레이는 비싸지만 사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비하인드 같은 것들이 있어 필요하다.

S_공방 임대료를 낼만큼은 필요하다.

Y_딱히 없다. 물욕이 없는 사람이라. 맞게 맞게 생활한다. 최근 새벽 3시에 극장에서 나오는 아빠랑 아이들을 보고 그런 게 생존비인 사람도 많겠다 싶었다.

K_시간. 물질적인 것이나 비용보다는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적어도 일하는 시간보다 많아야 한다. 그래야 노예가 아니니까. 4시간 이상은 다 가짜 노동이니, 4시간 이상은 멍 때려야 한다.(일동, 사치의 끝판왕이구만!)

J_없다. 예전에는 월세였는데, 지금은 전세라. 다 충족돼서 너무 편하게 살고 있나 보다.


데이비드 리카도 '임금 생존비설' 노동자의 임금 수준은 자신이 살아서 노동자 계급을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결정된다는 학설. 노동자라 과도하게 착취당해 죽을 정도로 낮지는 않고, 그렇다고 해서 부자가 되어 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지도 않는 수준, 그것이 '생존비'이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물질 지상주의를 벗어난 새로운 가치관인가 욕망을 잃고 기운이 빠진 후퇴한 노동자 계급인가.


Q. 뒤끝이 긴 봉건제 농촌의 인간관계 vs 뒤끝이 없는 자본제 사회 상품관계(=무관계), 지금이 전보다 나아진 거긴 한가?

Y_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다. 시골에서 품앗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컸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오지랖 넓은 사람은 견딜 수가 없고 가까이하고 싶지 않더라.

서로 힘들 때 도와주는 건 좋지만, 오지랖은 싫다.

직업 소개 프로에서 배를 타고 외딴섬에 가서 물건을 전하는 우체국 직원을 다뤘는데, 한 섬에 갔더니 노인들이 자기 집을 두고 다 한 집에 몰려 살고 있었다. 젊은 사람도 아니고 저 정도 인원은 괜찮겠다 싶었다. (S_규모의 적정선이 있는 거 같긴 하다)

H_섬북동에서 '에이징 솔로'를 읽으며 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는 그런 공동체에 기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순간이 오겠다 싶었다

S_애매하다. 내가 이 가족을 위해 기여했으니 내가 사회적 약자가 되었을 때 나를 보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인지상정이긴 한데 '이거 갚아라'는 곤란하니까.

J_'그녀의 취미생활'이라는 영화에 농촌 공동체란 무엇인가가 적나라하게 나온다. 나는 그게 싫어서 서울에 올라온 사람이다. 회사에서 월급을 받은 만큼 일하는 건 자신이 있다. 하지만 집안일이나, 요양 보호사, 아이들 돌보기 같은 일들은 관계가 이어져야 하는 봉건제에 가까운 일들이다. 자본주의가 확장해 지구가 망하는 걸 막기 위한 기후주의, 생태주의, 로컬 등은 다 봉건제 쪽이라... 이미 너무 멀리 온 우리는 망하기 쉬운 상태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K_사회가 바뀌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예전과 달리 개인과 자본주의가 익숙하니, 오히려 제대로 된 공동체가 가능하지 않을까.


(p.56) 막스 베버가 말한 지배 유형. 봉건제 사회의 인격적 지배(주인과 하인), 자본제 사회의 관료제적 지배(자본가와 노동자, 부하와 상사).

(p.52)공동체 내부에서는 상품이 발생하지 않는다. 상품은 공동체 밖에서의 교환으로만 태어난다. 상품교환의 장점은 뒤끝이 없다는 것이다. 공동체 내부에서의 주고받음은 뒤끝이 정말 길다. 어떤 의미에서 상품이 사람을 자유롭게 해 준다. 농촌을 떠나 도시 공장에서 일한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아닌 상품관계 속에서 살고 싶었던 것이다. 봉건제 시대에 사람에게 일을 시킨다는 것은 그 사람을 먹여 살릴 '책임'이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노동력을 정해진 시간만큼 사는 행위일 뿐이다. 그런 무관계가 자본주의 인간관계의 본질이다.


Q. 19세기 미친 사람밖에 나오지 않는 도스토옙스키 소설처럼, 지금의 병든 인간상을 가장 날카롭게 파악한 콘텐츠는?

E_'오징어 게임'. 돈을 얻기 위해 자기 목숨을 건다.

H_'마스크걸'.

K_'재벌집 막내아들'. 자본과 인간 군상, 타락한 인간을 많이 보여주지 않나. 자본 증식의 대결, 그로 인해 인간이 어떤 악행까지 저지를 수 있나 등 이 책과 많이 연결됐던 것 같다.

M_좀비 액션 스릴러. '살아 있지만 죽어 있습니다', '세상에 나만 살아 있나?‘라는 의구심.

J_현재는 웹툰이 가장 그런 것 같다. 최근 읽은 SF소설 '커스터머'도.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져서 자기 몸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내용이 나온다. 타투처럼 비늘, 추가 머리 8개, 꼬리 등으로 자신을 꾸밀 수 있는 거다.

S_성경이다. 모든 인간상과 악의 형태가 다 나온다. 위선자, 위악자, 창녀… 구석구석 죄 많은 인간에 대한 예화와 악행이 나온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다 나와 있다. 빚보증 서지 말라는 내용도 쓰여있다.

Y_'셀러브리티'. 예고편만 보았지만 딱 요즘 사람들의 얘기 같다고 느꼈다. (J_그것도 아주 재밌게 봤고,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역겨운 버전으로 웹툰 '마스크걸' 작가가 쓴 '팔이피플'도 추천하고 싶다.)


Q. K가 불만이었다는 책의 결론에 대하여.

S_어쨌든 이 책이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 근본부터 풀어서 접근한 건 좋았고 나중에 사민주의에 대한 책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K_동의한다. 문제점을 짚은 건 잘했다고 생각한다.

J_사민주의도 이미 문제가 많다. 스웨덴 사민주의도 이미 지난 답이 아닌가.

K_그렇다. 신자유주의에 이미 패배하고 있다. 사민주의와 케인스주의 사이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2023년 9월 16일 오전 10시 (ZOOM 모임)

참석자: 7명 ( J, S, H, Y, E, K,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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