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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준 Dec 12. 2023

상향식 일일결산

하루의 시작

분대장들이 분대원들과 토의를 통해서 도출된 내용 중 특이한 사항들을 정리해서 소대장, 중대장에게 보고하고 중대장이 그 특이 사항들을 확인과 면담으로 정리하고 다시 대대장에게 지휘 보고 한다. 이처럼 밑에서부터 차례대로 위로 보고하는 것.(인터넷 출처)


내가 속해 있는 부대에서는 상향식 일일결산을 매일 지원반장 주관 하 선임병장들과 하게 되어 있다. 나는 0900에 한다. 카투사 부대에서는 분대장을 선임병장, 영어로는 시니어 카투사(Senior KATUSA)라고 부른다. 우리는 본부포대 등 6명의 정예 요원이 있으며, 이들 밑에는 많게는 15명, 적게는 7명의 부대원들이 있다. 대부분 포병 전투병 출신으로 (우리 부대가 포병부대) 포병을 잘 이해하고, 실전에서 뛰다가 그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부대원과 지원반장인 나, 미군 리더십의 추천과 심의를 통해 선발된 인원들이다.


시니어 카투사들은 매일 부대원을 관찰하고 관찰일지를 작성하며 미측의 주간예정회의나 트레이닝 미팅을 참석, 병력 순찰, 각 포대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지원반장에게 필요 사항을 보고하고 조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참모 조언을 한다. 지원반장에게는 6명의 시니어 카투사가 있는 것이지만, 이들은 지원반장보다 더 많은 병력을 통솔하며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매일 밤 멘탈/피지컬적 건강 상태와 전달 사항을 전달하는 실질적 리더이다. 그렇기에 나는 시니어 카투사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는 편이다. 내 생각보다는 시니어 카투사의 생각에 비중을 많이 둔다. 그래서 우리 시니어 카투사들은 지원반장에게 서슴없이 본인이 판단한 결과를 보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카투사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나 미측과의 갈등,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의 일단 애로사항이 주이며 상훈이나 처벌과 관련한, 조직이 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오늘 상향식 일일결산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그동안 약식으로 하던 회의가 오늘은 심도 있게 진행됐다. 그래서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군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대부분 병장, 병장으로 곧 진급할 상병인 시니어 카투사들은 나이는 그들이 이등병일 때보다 단지 한 살 많아졌을 뿐이지만, 그 짧은 세월이 무색하게 시니어 카투사로서 갖추어야 할 리더십과 종합적인 판단 능력 등이 굉장히 많이 발달되어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팔로워로서 리더 밑에서 시키는 것만 하던 인원이 시니어카투사가 되면 리더의 입장에서 그동안에는 몰랐던 것을 배우고 경험해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시니어카투사의 가장 첫째 조건을 지원 여부로 따진다. 본인이 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어야 개개인의 능력의 차이를 넘어서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원반장 없이 시니어 카투사들끼리 자주 모여서 병력들의 이슈에 대해 많은 토론을 했던 모습을 오늘 확인할 수 있었다. 자유로운 토론 문화 속에서 본인들의 이익이 아닌 조직과 병력이 올바른 방향이 나아가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토의했던 모습에서 뿌듯하고 든든했다.

나의 역할은 그들의 힘을 실어주고, 그들 역시 아직 사회 초년생이며 여릴 수 있는 친구들이기에 시니어 카투사들의 마음을 알아주며 작은 의견이라도 묵살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뒤에서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들은 아직 젊지만 전역을 하고 나가면 카투사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달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훌륭한 인물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오늘 너희와의 토론 무척 즐거웠다. 그러니까 지원반장을 잊지 말아줘.


빨간 패치를 달고 있는 인원이 시니어 카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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