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나는 날

드디어 전역 날이 밝았다.

by Magnetto


스물네 살,

입대와 동시에 나는 삭막하고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사막으로 내던져진 기분을 느꼈다.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 설레고, 동기들과 뜨거운 전우애를 나누며 훈련받았던 일들이 잊힐 만큼 무거운 우울감이 찾아왔다. 감당하기 어려운 의무감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었다.


그럼에도 매 순간 꿈을 꾸었고, 절망하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그렇게 10년이라는 기간이 정성스럽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세상이 끝나는 날인줄 알았던 전역날이다. 나는 후련한가, 눈물을 흘리는가, 미소 짓고 있나?


유난히 곱슬거리고 지저분한 머리를 단정히 하고, 전투복을 갖춰 입었다. 다행히도 여전히 몸에 딱 맞는다. 오늘 이후에 다시는 군복 입을 일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니 차분하게 가라앉혔던 마음이 다시 동요하기 시작했다.


자자. 진정하고,

우리 오늘 즐거운 날이니까 많이 웃자.

나를 다독이며 이제는 어색해져 버린

마지막 출근길에 올라섰다.


친하게 지내는 동료의 축사에 이어, 10년간의 군생활을 담은 고별 영상이 재생됐다. 나를 일으켜 세워주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토닥이던 이들과, 함께 훈련과 교육을 받으며 군생활의 포부를 나누던 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사람인가! 미련 같은 것이 발목을 잡는다.


아마도 나에게는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명확하게 마침표를 찍어볼 심산으로 처절하게 한 번 더 공백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다음 여정도 꾸준히 기록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번 시즌의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