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잃어버리고, 찾아내기를 반복하며

by Magnetto

프랑스의 생장(Saint-Jean-Pied-De-Port)에서 순례 여정을 시작한 나의 최종 목적지는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였다. 800Km, 400Km, 200Km, 100Km.. 점점 줄어드는 숫자를 보며 묘하게 서운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 건, 100Km 남짓을 남겨두었을 때였다.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이 종종 들려주었던 '세상의 끝'에 가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어쩌면 나는 '세상의 끝'까지 걸어야 할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순례길 중반을 지나면서부터 눈에 띄게 몸 상태가 좋아졌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일자는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4일 이른 시점이었다.


콤포스텔라에서 피스테라(Fisterra)까지 3일, 그리고 피스테라에서 묵시아(Muxia)까지는 하루. 총 4일을 더 연장해 걷기로 했다.


목적지가 같은 친구 다섯이 모였다. 친구들과 함께 걷기 시작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여정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우리는 모든 일정을 공유하며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오늘은 얼마나 걸을지, 점심으로 무엇을 먹지 고민하고, 같은 숙소에 머무르며 서로의 알람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길 위에서도 서로를 살뜰히 챙겼다.


.

.

여정이 끝나는 날, 마지막 29Km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어느 때 보다 조용하게 하루를 시작하며 함께 숙소를 나섰다. 유독 앞서가는 A, 사색에 잠겨 저-어 뒤로 처지고 있는 B사이에 내가 있었다. 일단 A와의 간격을 좁혀보자고 생각했다.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봤는데 B가 보이질 않는다. 기다려보기로 했다. 5분, 10분, 15분...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무렵, B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길을 두 번이나 잘못 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다시 길 위에 올랐다. 걱정되는 마음에 이번에는 B와 함께 뒤쪽에서 걷기로 했다. 묘했다. 곳곳에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고, 종종 핸드폰으로 지도를 들여다보며 위치를 확인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잃어버리고 찾아내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마지막 순례길을 다 걸어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잃어버리고 찾아내기를 반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느린 순례자 절대법칙 3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