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눈치 보기

멈추어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것

by Magnetto

그때에는,

그러니까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도 그렇고 일을 계속 해오면서도, 나는 자신감에 항상 차 있었다. 정신이 몸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20대를 버텨냈다. 당연히 몸이 무너져 내릴 때도 있었지만, 고집스럽게 견뎌내면 그뿐이었다.




순례길을 걷던 요 며칠, 조금 무리를 했다. 오늘에서야 몸이 신호를 보내왔다. 오른쪽 발 안쪽 아치 부분에 통증이 느껴졌고, 왼쪽 발에 비해 눈에 띄게 부어 있었다. 발이 '잠시 멈추어 가자'고 말하는 듯 저릿저릿한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오늘 좀 더 걸어볼 생각이었지만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되도록 늦장을 부리며 준비를 마쳤다. 길 위에서도 가능한 한 최대한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공상들에 빠져들었다. 평소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4시간 동안 걸었다.


도착한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미리 봐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영어 소통이 어려워 번역기를 이용해 스페인어로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 내가 지금 해줄 수 있어'라고 말하며 주인아주머니가 미소 지었다.



어렸을적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햄버거가 이런 맛이었나? 익숙한 맛을 만나 기분 좋게 향수에 잠겼다. 유독 조용하게 보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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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단순함이 거듭될수록 저-어 밑바닥에 있던 나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치열했던 20대의 길과,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일까. 길을 걸으며 자주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나 자신의 눈치를 살필 줄 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병원을 전보다 더 자주 다니고, 질주하는 나를 멈춰 세우기도 한다. 통제한다기보다는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는 법을 배웠고, 몸도 마음도 수시로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매일 길을 걸으며 조금씩 견고해지는 발과 함께, 나 또한 단단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