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에게

언젠가는 떠나보낼 편지,

by Magnetto

잘 지내냐는 말을 썼다가 지웠어요. 당신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그런 뻔한 인사말을 전하고 싶지는 않았나 봐요.


최근에 중독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한 실험이 소개됐는데, 우리 밖에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쥐를 두고, 우리 안에는 쥐를 가두어 두는 거예요. 그랬더니 자유로운 쥐가 우리 안에 있는 쥐를 구하기 위해 힘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대요. 그런데 같은 실험에서, 이번에는 자유로운 쥐에게 마약(헤로인)을 주었더니 더 이상 동료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 않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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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가 혹시 우리 밖에 있는 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갇혀 있었어요. 그러다가 밖으로 나왔지요.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가, 깨달았어요. 악몽을 꾸다가 이제야 깨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내 엄청난 해방감을 느꼈어요.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낯선 언어를 사용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요. 어떤 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가, 또 다른 날은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이 고요해요.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지 뭐예요. 위험한 생각일까요? 하지만 정말로요, 바깥세상이 주는 (마약과 같은) 매력에 취해서 더 이상 이전 것들에 대한 미련이라고 해야 할까요, 관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것들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어요.


그런데요, 현실 감각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당신 생각이 많이 났어요. 혹시 우리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를 당신이 말이에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당신은 나와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겠죠. 내가 눈을 뜨고 반짝이는 새로운 아침을 맞이할 즈음에 당신은 내일을 걱정하며 잠자리에 드는 것은 아닌지, 침대에 누워 깊이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는 것은 아닌지.


M, 그대로 괜찮은가요?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전해봅니다. 우물가에 소를 데려다 놓을 수는 있어도, 물을 먹는 건 결국 소의 몫이라는 생각을 해요. 스스로 해내야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너무 비정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해요. 당신 주변에는 나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겪어내야 한다면 당차게 겪어내길, 그리고 넘어지길 반복하더라도 끝내 일어서는 당신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해요. 이제까지 우리가 그래왔던 것처럼요.


우리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게요

보고싶어요 나의 친구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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