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카세 글쓰기 클럽 1기를 마무리하며
일생동안 꼭 해봤으면 하는 것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주제가 무엇이든 책을 한번 써 보는 것이었다. 예전에 한참 자기 주권신원에 대해 공부하며 고민할 때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과 책을 쓰다가 중간에 일정이 맞지 않아서 그만둔 적이 있고, 노더라는 블록체인 미디어(?)에서 글쓰기를 하다가 그것도 다들 본업 때문에 어려워져 한동안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페북에서 글쓰기 모임을 진행한다고 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마침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했고 매일 7시에 집을 떠나 12시에 집에 오는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보니 뭐라도 억지로 하지 않으면 이렇게 하루하루 흘러가겠다 싶어 지원하게 되었다.
모임의 이름은 ‘오마카세 글쓰기 클럽’. 10만 원을 넣어놓고 한 번 글쓰기 미션을 실패할 때마다 만원씩 까는 방식이고, 나중에 모임이 끝나면 함께 오마카세를 먹으러 간다는 콘셉트이었다. 보자마자 그냥 10만 원을 입금해 버렸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뭐라도 시작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뭐라도 시작해야 뭔가 변화라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수정 님께서 ‘당신이 보통사람이라면 의지력을 믿지 말고 돈을 믿어라’라고 하셨는데, 내가 딱 그 보통사람이다.
어찌 됐든 뭔가를 꼭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그건 정말 잘 지키는 편이라 지난 10주간 한 주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그리고 이 글이 마지막.
이 모임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건 약간의 습관을 가지는 것이었는데, 솔직히 지난 10주 간 글쓰기를 즐겼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매 주말 글 주제를 억지로 고민해 보고 겨우겨우 최소한의 기준과 일정을 맞춰서 제출했다. 그렇기 때문에 글도 내 맘에 들지 않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는데, 소위 개인 브랜딩, 에세이 같은 글쓰기는 나랑 좀 안 맞는 느낌이다. 공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기술적인 글을 최대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도록 하는 글이 훨씬 쉽고 재밌었던 것 같다. ‘이 모임을 통해서 앞으로 글을 꾸준히 쓸 것인가’라고 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의 흥미 또는 의지는 적어도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편, 글쓰기 보다 더 재밌었던 건 결국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것인데, 클럽을 리딩하고 계신 스티븐 님을 따라다니다 보니 여러 글, 단톡방들을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구나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흥미 또는 의지와 상관없이 글쓰기는 나를 브랜딩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자기를 표현하지 않고서 어떻게 자신이 여기에 있음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 직장에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홀로 서야 하는 날이 올 테고, 그때 내 브랜드가 없다면 매우 쉽지 않은 시간들이 기다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시도했고, 의도와는 다르지만 무언가를 얻었으며, 내 단조로운 일상을 살짝이라도 다른 방향으로 틀어보려는 노력 한 숟가락에 의미를 둔다. 2기를 모집한다고 하는데 혹여나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관심이 있다면 글 마지막의 링크에서 조건을 보고 한번 신청해 보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적극적으로 참석하기 힘들다 판단되어서 지원은 못할 것 같지만, 서로 자극받으며 즐겁게 글 쓸 수 있다면 좋은 기회인 것 같다.
https://pinto-mackerel-805.notion.site/2-c9d8e82629994a5ea14e797e69acba3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