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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읊다 Jan 14. 2024

10년 만에 어떤 음악을 다시 듣는 일에 대하여

남편과 같은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늘 함께 출근한다. 두 명 분의 왕복 대중교통비보다 주차 요금이 저렴하다 보니 자차를 이용하고 있다. 남편이 운전을 담당하고, 나는 음악을 선곡하는 것으로 업무 분담을 한다. 차에 연결된 애플 뮤직은 남편 계정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든 플레이 리스트를 남편과 공유해 두고 그때그때 듣고 싶은 리스트를 고른다. 남편이 설정해 놓은 플레이 리스트도 한 번씩 훑어보는데, 남편은 대체로 정통 힙합 쪽을 듣다 보니 나와는 취향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아침 출근길에는 문득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어서 그걸 듣기로 했다. 이장혁의 1집 앨범이었다.


어째서인가 애플 뮤직에는 이장혁 1집은 노래 제목이 모두 영어여서 원래 한글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동면>이라던가, <알아챈 사내>라던가. 이장혁의 음악을 한참 듣던 건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2집으로 먼저 그를 알게 되고 1집을 찾아봤지만 결국 물리적인 CD는 구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즈음 나는 명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남산에서 하는 어떤 행사에서 이장혁이 공연을 한다기에 퇴근길에 무작정 찾아갔던 적이 있다. 공연을 야외에서 하다 보니 입장권이 없어도 주변을 기웃거리며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가을로 막 접어들던 때였는지, 봄이 시작될 무렵이었는지 조금 쌀쌀했다. 목까지 담요를 두르고 서성이던 이장혁이 이내 기타를 치며 노래하기 시작했다. 다른 악기는 없었다. 그의 노랫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공간의 밀도가 달라졌다. 잠시 다른 시공간에 있던 것 같은, 30분 남짓한 공연이었다. 쓸쓸하면서도 묘하게 상남자 같은 그의 음색이 귀에 맴돌아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랬던 기억이 살아났다.


10년 만에 다시 들은 그의 음악은 여전히 외롭고, 절망스럽다. 그리고 그때보다 나는 훨씬 무딘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출근길에 이장혁의 음악을 들어도 마음의 뒤채임 없이 남편과 농담을 하고, 하루 몫의 삶을 무던하게 살아낼 수 있었으리라. 그래도 여전히, 이따금 음악에 마음을 벤다. 10년 전, 그리고 20년 전에 그랬듯이. 그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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