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쓰다

by 달을읊다

또 100일이 흘렀다. 이번에는 절반밖에는 글을 쓰지 않았다. 하필 바쁜 시기이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글이 한 가지 주제에서 맴도는 게 싫었다. 혼자 일기장에 쓰는 글이 아닌데 이렇게 붓 가는 대로 쓰고 변변한 퇴고도 없이 글을 올리는 게 누구를 위해 좋은가 싶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은 날들에 대한 핑계는 그득하다. 사실 그만큼 치열하지 않았을 뿐이다.


시 필사는 100일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쭉 이어서 올릴 것이다. 하지만 글은 그렇게 날마다 써서 업로드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일기는 일기장에,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은 생각이나 정보나 픽션은 브런치에 쓰려고 한다. 나름의 마감 기한을 둔 채 글을 쓰고, 최대한 다듬는 것을 연습해 보고 싶다. 얼마나 갈는지는 모른다. 일단 집에 대한 문제로 점철된 7월은 지나야 뭔가 써볼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글 다듬기 연습을 위해 향후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글을 쓰겠습니다-라고 공언해 본다. 그래야 책임감 때문에라도 글을 다시 쓰지 않을까 싶다.


곰이 마늘과 쑥만 먹으며 사람이 된 그 시간 100일, 나는 그중 93일 동안 시를 필사하고 오늘 올릴 글을 포함해 54일간 글을 썼으며 대략 40일 정도는 점심에 고구마와 삶은 계란만 먹었다. 마신 맥주는 아마 20리터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중 단 하루도 울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듣거나 영화를 보고, 혹은 책을 읽다가 눈물이 핑글 돌아 천장만 뚫어지게 바라봤던 날들은 며칠 있었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를, 아니 이대로 이 시간 안에 머물기를, 여러 번 기원했다. 평범했지만 진한 100일이었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는 여기서 끝난다. 그래 봐야 글을 쓰고 싶다, 써야겠다는 마음이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기어코 작가가 된 사람들보다는 미적지근한 열정일 테지만 그래도 생활인으로서의 글쓰기는 지속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도 마음이 편할 재간이 없기에. 자, 그럼 다시,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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