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장기 프로젝트

by 달을읊다

결혼을 하기로 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트렐로에 프로젝트를 만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MS 프로젝트라도 써서 WBS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그랬다가는 너무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결혼과 관련하여해야 하는 일, 해야 한다고들 하는 일, 할지 말지 고민하는 일이 잔뜩 있으니 어떻게든 관리는 필요하다. '결혼'은, 우리 부모님께 인사하는 일부터 신혼여행까지, 대략 10개월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이다. 그뿐이랴, 그 이후 죽을 때까지 끝없이 유지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몇 가지 큰 태스크는 마무리되었다. 예식장 계약, 상견례, 집 계약이 그것이다. 지금은 집 매매와 관련하여 대출과 인테리어, 혼수 장만이라는 서브 태스크가 진행 중이다. 구글독스를 통해 가진 돈이 얼마나 있는지 매월 체크하고, 실제 지출 내역이 얼마인지를 기록한다. 의외로 갑자기 지르게 되는 품목이 있고, 생각지도 않았는데 자꾸만 늘어나는 비용도 있다. 결국 정확한 목표의 설정과 추구, 한편으로는 목표의 현실화가 필요한 것이다.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역시 제일 필요한 것은 적당한 선에서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일이다. 나의 '적당한 선의 긴장감'은 다소 무너진 상태다. 집을 보러 다니고 인테리어 업체 상담을 하러 다니면서 시간을 쪼개 쓰고, 한편으로는 그 스트레스를 술로 풀다 보니 몸의 컨디션이 나빠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애써도 분명 나중에 아쉬운 부분은 생길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까지 고민하지는 말자고 다짐해 본다. 게다가 의논하고 일을 분담할 사람이 있다. 조별 과제처럼 은근슬쩍 잠수를 탈 수도 없다.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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