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6, 윤, 사코 투투를 들다

<2025년 4월 · 대전 낭월동 다있어 만물상>

by 부지깽이


핀란드산 정밀 저격소총.

7.62mm 나토 탄을 사용하는 이 무기는 장거리 대응에 특화된 윤 전용 저격총이었다.

윤은 양손으로 조심스럽게 총을 들어 올렸다.

무게 중심을 가늠하고, 스코프를 들여다봤다.

탄창을 껴보고, 볼트를 조작하며 하나하나 감각을 되살렸다.

그녀의 눈빛이 점점 가라앉았다.


양헌이 바닥 한쪽에 미리 깔아둔 슈팅 매트를 가리켰다.

윤은 조용히 다가가, 그 위에 엎드렸다.

총의 양각대를 펼치고, 몸을 앞으로 밀며 소총을 조준 자세로 세팅했다.

왼팔은 총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접혔고, 오른손 검지는 방아쇠에 닿기 직전에서 멈췄다.

윤의 시선은 아직 허공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뇌리엔 이미 ‘요정 꽃’ 2층, 창가의 희미한 조명이 떠오르고 있었다.

저격자세를 잡은 윤의 숨소리는 얕고, 고르고, 조용했다.


그녀의 입술은 다물려 있었지만, 의식은 이미 사격의 리듬에 맞춰 정돈되어 있었다.

‘숨 쉴 때 쏘지 않아. 멈췄을 때… 그 순간을 잡는다.’

지금 이 순간, 윤은 숨이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잠시 후 윤은 조용히 일어나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총을 들어올렸다.

총열을 따라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이며 감각을 되살리고, 금속의 체온을 익혔다.

잠시 스코프를 들여다보던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코… 투투.”

“어?”

민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얘 이름. 사코 투투. 내 분신이야~”


그리고 마지막.

양헌이 벽을 두드리자 철제문이 옆으로 밀렸다.

그 안에 있던 건, 언뜻 보기엔 폐차 직전의 검은색 르노 마스터.

도색은 벗겨지고 도어 손잡이엔 빗물에 오래 젖은 듯한 페인트 까짐이 남겨져 있다.

전조등은 스모크 처리, 문짝엔 흠집이 가득했지만—

내부는 완전히 달랐다.

운전석 뒤쪽엔 민주가 조작할 수 있는 모니터와 카메라 제어 시스템.

옆 공간엔 탄약과 장비 보관함.

좌석은 충격 흡수 설계, 천장은 방탄.

엔진은 개조해 출력이 두 배 이상 상승해 있었다.


“고물처럼 보이지만, 달릴 땐 야수야.”

양헌이 흐흐흐 웃었다.

모두가 마스터 내부를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는 통제실에 앉아 장비를 조작해봤다.

컴퓨터 3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원격 드론용, 하나는 감시 채널 해킹용, 나머지 하나는 실시간 수배망·CCTV 연동용.

“잘 돌아가네.”

“당연하지. 누가 쓸 건데…”

“음…”


그리고 통제실 구석엔 작은 원두커피머신이 있다.

“인간은 카페인이 없으면 사고를 못 해” 라는 그녀의 말에 따라 양헌이 설치했다.

그리고 커피머신 옆, 차체에 고정된 작은 접이식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엔 손때 묻은 머그컵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커피머신 가장자리엔—

민주의 야상 속 것과 똑같은 하트가 음각돼 있었다.

그걸 발견한 민주, 도끼눈이 번쩍.

퍽!

민주의 발에 다시 한 번 엉덩이를 걷어차인 양헌이 허리를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또 왜? 이번엔 뭐야?”

“이런 하트 변태!!”

하트 변태와 하트 킬러—

둘이 투닥거리는 걸 보던 력과 윤은 민주의 눈썹이 살짝 풀리는 걸 알아챘다.

그리고,

민주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가 사라졌다.

그녀답지 않은, 딱 0.5초짜리 미소였다.

양헌은 단순히 무기를 파는 상인이 아니었다.

탄은 그가 사코 투투를 손질하는 걸 보면서 그 사실을 확실히 알아차렸다.

완제품을 들여오는 건 위험했다.

그래서 그는 해외에서 핵심 부품만 따로 들여왔다.

총열. 리시버.

총알이 지나가는 길—

죽음과 생존을 가르는 그 좁은 관문만큼은, 외국에서 직접 공수한 정품을 썼다.

나머지 파츠.

스코프, 개머리판, 손잡이, 양각대 따위는 모두 국내 민간 유통용 부품으로 채워 넣었다.

법망의 그물코를 교묘히 피해 가는 솜씨는 단순한 노련함이 아니라 신념에서 비롯된 기술이었다.


탄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깨달았다.

그는 지금, 단순히 총을 조립하는 게 아니었다.

마치 사람의 심장에 들어갈 작은 침을 깎고 있는 것처럼—

그는 무언가를 ‘살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윤이 양손으로 조심스레 안은 사코 투투.

그건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었다.

양헌의 손이 만든, 박규의 뜻이 담긴, 복수의 형체.

한 세대를 넘어온 고통이 그 한 자루 안에 고여 있었다.

총이 조립되면 끝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양헌은 총알도 만들었다.

탄피. 탄두. 화약.

모두 따로 들여와, 창고 한켠에 마련된 작은 작업대에서 하나하나 다시 제작했다.

화약은 공업용 마그네슘 파우더 봉투에 숨어 있었고, 탄두는 건축용 금속 부품 틈에 섞여 있었다.

양헌은 화약을 숟가락으로 떠 넣으며 작업대 밑에 고무 패드를 깔아 덜컥거리는 진동을 최대한 줄였다.

그가 조립한 탄은 군납 탄처럼 매끈하진 않았다.

겉은 투박했지만, 도달해야 할 지점을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윤은 말없이 그 총과 탄을 받았다.

어깨에 걸치고, 한 손으로 무게를 가늠했다.

그러나 그녀의 숨이, 방아쇠에 먼저 닿았다.

탕!

사코 투투의 첫 총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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