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7. 질투는 분노로… 분노는 살기로

<1972년 4월 · 베트남 닌호아 하이난거리>

by 부지깽이

하이난 거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린을 훔쳐보던 장춘동은 조용히 허리춤에 손을 넣었다.

립스틱클럽 바닥에 몰래 숨겨뒀던 권총—

그 감촉은 익숙하고 차가웠다.

그는 그 차디찬 쇳덩이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손가락이 방아쇠 근처를 스칠 때, 그의 입꼬리가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눈빛은 이미—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사냥꾼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날 하이난 거리의 하늘은 눈부시게 밝았고, 햇살은 유난히 따뜻했다.

그러나—

피를 머금은 비는 이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 하이난 거리를 비춘 햇살은 유난히 밝았다.

린은 다시 찻집으로 돌아갔고, 나머지도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해는 느릿느릿 서산 너머로 가라앉고, 술집 간판 위로 하나둘 네온불빛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기름 냄새, 먼지 냄새, 알코올 냄새가 진한 혼합물이 되어 공기 속을 휘감았다.


그 어스름 속을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장춘동이었다.

행복하게 웃던 린을 훔쳐보던 그의 눈은 분노를 넘어 살기로 가득찼다.

그는 폭발 직전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핏발 선 눈으로 술집을 돌며 난동을 부렸다.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

신고를 받고 출동한 미군 헌병들에게 그는 손을 흔들며 웃었고, 헌병들은 그를 체포하지 못했다.


‘또 저놈이야!’

그들은 장춘동을 알고 있었다.

낯익은 얼굴. 불쾌한 존재. 웬만하면 얽히고 싶지 않은 골칫덩어리.

헌병들은 고작 "고 홈"만 반복했고, 장춘동은 웃으며 술집을 나와 거리를 어슬렁거렸다.

그의 발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린이 일하는 찻집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휘청이던 장춘동의 시야 속으로 따뜻한 빛 하나가 스며들었다.

린이었다.

카페 문 앞. 미군 장교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엔 그에겐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미소가 떠 있었다.

하얀 앞치마, 단정히 묶은 머리, 그리고—그 웃음.


그 순간, 장춘동의 탁한 눈이 번뜩였다.

동공이 넓어지고, 입가엔 희미한 웃음 같은 게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웃음이 아니었다.

속에서 곪아터진 증오, 온 몸을 타고 번지는 살기였다.

문을 밀던 린은 등 뒤에서 찔러오는 사악한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봤을 때, 그녀의 기억이 먼저 반응했다. `

순식간에 온몸이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사장은 무슨 일이 생기면 "헬프 미"라고 외치라고 했지만, 입조차 열 수 않았다.

그리고―어둠 속에서, 장춘동이 기어 나왔다.

피에 굶주린 뱀처럼 기척도 없이, 그녀의 뒤로 스멀스멀 스며들어 혀를 낼름거렸다.

“린~”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소름 끼치도록 끈적했다.

벗어나고 싶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그때―

“린! 안으로 들어와!”

카페 사장이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린을 감싸 안고, 새장으로 도망친 새처럼 그녀를 카페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문을 세게 닫았다.

장춘동은 한참 동안 그 문을 노려봤다. 그리고 이내, 입술을 씰룩이며 내뱉었다.

“흐음··· 그래. 오늘은 봐 주마.”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어둠 속을 향해 돌아섰다.

멀리―백마부대 입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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