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은 돛단배다

당구장에서

by See Oak

바다 위에는 다양한 유형의 배가 있다.

대부분은 나와 같은 돛단배이다. 나는 돛단배가 어떤 식으로 망가져서 가라앉는지 알고 있다. 작은 뗏목에 불과하던 것이 어떻게 돛단배가 되었는지도 알고 있다.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당사자들도 알고 있고, 우리도 모두 알고 있다.

그들 중에는 또 모터를 달고 내달리는 녀석도 있다. 그들은 때로 조류와 바람을 무시하지만 어느 무인도에 정착하면 당췌 움직일 생각이 없다. 그러다가 모터는 녹슬고 고장이 난다. 돛을 펼쳐 보아도 만족스럽지가 않다. 돛을 다루는 데에도 능숙하지 못하다.

거대한 크루즈는 많은 일을 해낸다. 거대한 너울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가라앉을 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어야만 한다.

돛단배든, 작은 뗏목이든, 우리는 모두 거대한 크루즈를 꿈꾼다. 하지만 크루즈선도 나름의 고충은 있겠지. 아니, 우리는 크루즈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바람과 조류를 가르고 단지 자유롭고 싶다.


나는 당구를 150정도 친다. 어떤 때에는 20분 만에 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한 시간 동안 쳐도 못 해낼 때가 많다. 특히나 쿠션은 여전히 어렵다. 그만큼 나는 구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나는 내기에서 꽤나 높은 승률을 보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1. 게임비를 낼 생각을 한다.

2. 내 공에만 집중한다.

3. 치는 것만 생각한다.


1번은 리스크에 따른 멘탈관리다. 지더라도 겸허하고 겸손하게 게임비를 지불해야 한다는 다짐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전에 지갑사정을 계산해야 한다. 1번이 준비가 되지 않으면 내기는 미룬다.

2번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이 몇 개를 치느냐는 나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이미 1번으로 나는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몇 개를 치느냐이다. 상대방의 구력에 당황하지 않는다.

3번은 아주 단순한 뇌과학 같은 것인데, 길이 보이지 않거나 감점을 당할 것 같은 상대편 공의 위치를 무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하얀 공(대체로 하수인 내가 선공이므로)은 쳐다보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말도 해서는 안 된다. "하얀 공을 치면 안 되는데."라고 하는 순간 나의 뇌는 하얀 공으로 나의 노란 공을 조준한다. 아주 기가막히고 예술적으로 들어선다. 그러니까 내가 치는 그 순간에는 잊어야 한다.


당구는 대략 6개월 정도 열심히 쳤던 것 같다. 함께 치던 사람들과 헤어지니 더이상 칠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수많은 패배를 통해 배우고 깨닫고, 이것 역시 하나의 조류이고 흐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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