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남편의 암투병기 관련

I never forget U.

by 목련나무

남편과의 암투병기 관련 글을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암투병기 관련 매거진과 브런치북이 사라져서 당황하셨을 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아울러 몇 개의 브런치 북과 매거진도 더 비공개로 정리했습니다.)

어제 우연히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금쪽같은 내새끼'를 잠깐 보게되었습니다.

음주운전 사고로 갑작스럽게 엄마를 잃어 스스로를 고립시킨 청소년이 금쪽이로 나왔더랬습니다.

그 청소년이 이제 3년이 지나 청년이 되어 인생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년 전, 그 아이가 엄마를 잃고 7개월간 자신을 고립시키는 상황에 놓았을 때, 그 아이의 속마음 인터뷰가 그렇게 제 마음을 울려 어제 늦은 저녁 많이 울었습니다.

눈물을 가라앉히러 늦은 산책을 했더랬지요.

그 아이는 엄마로 가득찬 세상을 마주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의 부재가 곳곳에서 그 아이의 마음을 할퀴고 또 찔렀던 것이지요.


한켠으로는 그 아빠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내를 잃은 것도 힘들텐데- 분명 음주운전 사고로 잃었으니 법적인 문제까지도 같이 있었겠지요.

가해자에 대한 마음도 감당해야 했을겁니다.

어린 아들과 딸도 있는데, 생계도 꾸려가야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딸의 슬픔도 감당해야했으니 여러모로 그 아빠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습니다.


글을 쓰면서도 어제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이제는 잘 지내는 것 같아보이는 그 가족의 근황 화면을 보며 앞으로의 삶을 얼마나 응원했는지 모릅니다.

그 가족은 다시 가족으로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각자가 일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까요.


저는 그동안의 나름의 사회적 칩거(?)를 끝내고 조금씩 사회활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칩거를 하는 사이에 그나마 작은 인간관계 중에 얼마 정도는 끊길 것을 각오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어디에 들어가기에 참 힘든 위치입니다.


싱글이냐면 애매한 싱글이고, 이혼을 했냐면 그것도 아니고, 자식이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직장이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고, 오래 같이 남편과 살았냐면 그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무언가에 새출발을 하기에도 이제 노안이 시작되고 관절을 사려가며 운동해야할 40대 입니다.

공통의 관심사와 이해를 가지고 대화하기에는 어려운 친구이기도 합니다.


저에 대한 이해를 바라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저도 저보다 앞서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할 줄 몰랐고,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특수하고 희귀한 제 상황이기에 어쩌면 하나님은 제가 견디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주셨을것 같다고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사람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찾아온다고 하니까요.


남편이 투병 중에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왜 너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몰랐는데 너는 이 상황을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는 사람이어서 하나님이 너를 골라주신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잔인하지만, 그게 어쩌면 제 인생의 감당해야 하는 사명 중에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해내든 아니든 말입니다.


어느 날은 마음에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이 생긴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구멍이 제 마음의 전부일 정도로요.

그 공허함에 움직일 수도- 생의 의미도 채울 수도 없을것만 같았습니다.

그 구멍은 크기를 좀 줄일 수 있을 뿐 아마 평생 제가 가져가야할 부분일 겁니다.


전 남편을 잊지 않을거고, 매일 기억할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제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저와 잘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그게 제 평생 그 구멍을 메울수 없다해도 잊는 일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떠나 이룬 단 둘뿐의 가족의 그 절반인 제 가족이기 때문이고, 저에게는 그 가족의 100%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그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던 어느 날, 제 마음속에 희미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넌 일어날 수 있어."

그리고 드물게 들리던 소리가 조금씩 문장을 더 만들어 냈습니다. "어제 무너졌더라도 넌 일어날 수 있어." "오늘 이미 늦게 일어났어도 넌 일어날 수 있어." "난 일어날거야." "난 아무리 넘어져도 아무리 실패해도 일어날거야." "난 버텨낼거야. 견뎌낼거야."


그렇게 일어날거라는 마음이 하루하루 모여 하루를 지탱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남들의 반도 열심히 살지 않는 삶입니다.

주워 담을 수 없는 시간의 낭비자 이기도 하지요.


지금 하는 공부가 있는데, 공부가 1시간에 다섯 손가락에 꼽을 페이지 만큼만 나가는 날이 있습니다.

제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해력도 집중력도 부족한 저를 그 때마다 자책하는 마음이 들면 심호흡을 한 번 해봅니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천천히 가면된다- 나에 맞춰서 가면 된다'- 생각하고 마음을 일으켜 세워봅니다.


그냥 그 누구도 아닌 '나답게'. 그리고 그 '나답게'가 타인과의 비교나 타인의 시선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옳고 바른 마음에서 벗어나지 않은 올곧은 마음에 터잡게, 나 자신을 어느 정도는 지킬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해봅니다.


아, 복싱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사실 복싱할 몸의 여건은 아니나 저는 정적인 운동보다는 좀 더 동적인 운동을 선호한다는 걸 요새 알았습니다.

다행히 관장님과 코치님의 배려로 좀 더 약한 강도에서 '안하는 것보다는 나은 정도'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참 재밌습니다.


남편의 암투병기는 그런 의미에서 이제 저만의 기록으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여러 생각이 있지만, 우선 드릴 수 있는 사유는 '저만의 기록으로 남기겠다' 입니다.

그동안 남편과의 암투병기를 통해 저희 부부를 응원하고, 함께 울어주고, 이해해주고, 위로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간의 근황 겸 제 브런치에서 일부 정리가 있어 글 드립니다.

너무 게으르지는 않게 요즘의 글들을 올릴 수 있도록 좀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