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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련나무 Aug 24. 2023

이름 짓기 놀이

그냥 써 본 '이름' 생각

오늘 신박한 피부과 이름을 봤다. 루브르 박물관을 이용한 이름인데, 광고 글이 아니니 피부과 이름은 내 마음에 남겨 놓기로 한다. 어쨌든 그 피부과 이름은 피부과로 끝나지 않는다. 박물관으로 끝난다.


(**내용을 정정 합니다. -> 피부과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명이 ~박물관이고, 피부과는 피부과로 끝나는 업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병의원이다 보니 업태나 업종을 제대로 명기하지 않으면 법적인 제재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가 잘못 보고 글을 써서 내용을 정정합니다.)  


성형외과 이름을 보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준다거나, 본판재개발해(?) 천지개벽시켜 준다거나, 새로운 당신의 미를 만들어 준다는 그런 의미를 많이 담는 것 같다.


인스타에서 '키크니' 님을 팔로우하고 있는데, 이 분은 빵 터지는 인터넷 작명소다. 사람들이 다채로운 사연을 보내면 이름을 지어준다.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이 매우 보이는 이름들이다.


내가 만약 성형외과나 피부과를 한다면 뭐라고 지을까 쓸데없는 고민을 해봤다. 나라면 "바른"시리즈를 쓰겠다. 바른 얼굴 성형외과, 바른 피부 피부과. 그 와중에 더 쓸데없이 검색해 보니 바른 얼굴 성형외과는 없는데 바른 피부과는 꽤 있다.


"바르다"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새로운 미의 탄생보다는 당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는 마음을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바르다"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의미 중 '말이나 행동 따위가 사회적인 규범이나 사리에 어긋나지 아니하고 들어맞다'를 외모로 확장 적용 해보아 담은 나의 작명(?)이다.


얼마 전에 스타벅스 황당한 닉네임 영상을 봤다. 제일 나에게 압권이었던 건 '저세상'이 들아가는 이름이었다. '저세상 고객님, 커피 나왔습니다.'이런 이름이었던 듯하다. 세상을 밝게 하는 재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엔 참 많다.


누가 외국 친구들을 만나 이름을 얘기하면서 우리는 한자 이름이 많아서 내 이름을 풀어내면 이런 뜻이다~ 설명했더니 외국인 친구들이 매우 웃었다 한다. 이름과 그 사람이 너무 매칭이 안되나 보다.


부모님의 바람을 담은 이름인데, 무엄하게 웃다니! 말이다. 외국은 의외로 뜻보다 그냥 불렀을 때 나는 소리의 느낌에 더 비중을 주는 것 같다.


내 이름? 내 이름은 사실 좀 복잡해 보이는 느낌이 드는 게 좀 싫었다. 받침도 있고, 좀 쓰는 획수가 있다. 어릴 때 말은 안 했지만 '정아'라는 이름을 속으로 좋아했다. 이름이 정감 있고, 부르기에 내 기준에선 산뜻해 보였다.


지금은 내 이름이 좋다. 요새 기준의 유행하는 이름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고민해서 돌림자를 곱게 넣어 만들어 준 이름이다. (내 이름도 공개할 생각이 없으므로.. 이 정도로 소개완료!)


김춘수 시인의 "꽃"에서 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부모님이 내가 세상의 꽃이 되도록 붙여준 이름이니 곱디곱다.


가끔 조카아이와 놀아줄 때, 인형이 나오면 "이름을 뭐라고 래?"라고 물어본다. 가끔 내가 이름을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인형의 생김새를 보고 떠오르는 대로 막 붙이는 이름이다.


다 같은 인형인데도 이름을 붙이면 갑자기 더 마음이 가는 친구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토이스토리의 '우디'와 '버즈'가 우리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것 같다. 요새 뜨는 식집사도 키우는 식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도 그런 마음이겠지?


반려견-반려묘도 그렇게 이름을 붙여 또 하나의 가족이 되듯 말이다. 새로 산 차에도 이름을 이기도 한다.


요새하고 있는 농장게임이 있는데, 거기에기르는 작물 이름 붙이는 특명을 조카아이에게 내어주었다. 보더니 요새 열심히 보는 신비아파트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을 불러줬다. 키우는 건 사과인데-여하튼 나는 '토면귀(토끼 요괴?라고 한다) 사과'를 키우고 있다.


몇 년 전에는 고양이들이 나오는 게임을 했다. 고양이들이 하나씩 역할을 맡아서 활동을 한다.


과일주스를 만들고, 수프도 만들고, 밀도 빻고, 꿀통에서 꿀도 채취했다. 휴식터를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일하다 온천도 가고, 그림도 그리고, 심지어는 통나무 위에서 노래도 불렀다.


그 가상의 세계가 뭐라고 고양이가 한 마리씩 늘어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못지어보는 외국 이름들을 잔뜩 지어줬다.


결국 고양이가 많아져 시간을 많이 뺏어서 그만두긴 했지만, 귀여운 그림과 평화로운 캐릭터의 일상에 나름 힐링이 되었었다. 문제는(?) 동생에게 그 게임을 소개한 일이었다.


동생은 장난 삼아 첫 고양이에게 내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는 24시간 너무 열심히 일하는 내 이름을 단 고양이가 너무 혹사당하는 것 같아 나중엔 결국 이름을 바꿨다.


가상 캐릭터인데도 동생의 마음에 가여움을 느끼게 했다. 이름을 붙이는 효과인 것이다. 이를 이용해 날 괴롭히는 그 누군가를 게임 캐릭터 이름에 넣고 24시간 혹사시키는 사람이 있지는 않나 모르겠다-설마. 그렇게까지?^^


소중하거나 가까이하고 싶은 무언가에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그냥 있는 그 무엇이 아닌 내 마음을 담은- 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가 되도록 말이다.


별명은 이름과는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 싫은 감정을 담거나, 욕 대신 붙이는 경우도 있다. 혹은 재밌어서 붙이기도 하는데 별명은 자칫하면 별명의 당사자에게 '역린'이 될 수도 있다.


카페, 식당, 미용실을 볼 때도 가끔 무슨 이름을 붙이면 좋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창업한다 생각하고 붙여보는 것이다. 그냥 '이름 짓기' 놀이다.


요즘 글을 쓰다 보니 문법보다는 이 단어가 맞나? 이 표현이 맞나? 고민을 안 해보던 걸 해보게 된다. 이름 짓기도 하다 보면 가끔은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언어는 그런 식으로도 공부가 되고 확장이 되는 것 같다. 의미를 담는 일은 어쨌든 머리를 한번 굴리게 되는 것이다.


피부과 이름을 보고 여기까지 왔다. 이만 내 머리를 식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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