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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박소연이 피루를 불렀다.
"피루야, 오늘 하은이 발레 학원 발표회가 있대."
"축하드립니다, 소연 님."
"나도 가고 싶은데..." 박소연이 휠체어를 쳐다보았다. "이동이 쉽지 않네."
피루가 2.1초간 연산했다. "제가 실시간 중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은 님 부모님께 허락을 받는다면."
오후 3시. 피루가 발레 학원에 도착했다. 작은 발표회장에는 부모들이 가득했다. 하은이가 피루를 보고 달려왔다.
"피루 왔구나! 할머니는?"
"소연 님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십니다." 피루가 카메라를 작동시켰다.
하은이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 잘할게요!"
박소연의 음성이 피루를 통해 전달됐다. "우리 하은이, 아주 예쁘다! 즐겁게 춤 춰!"
무대가 시작되었다. 초보자들의 서툰 동작이었지만 피루는 모든 것을 고화질로 촬영했다. 하은이의 차례가 왔을 때, 피루의 모션 분석이 작동했다.
- 자세 정확도: 73%
- 박소연 스타일 유사도: 41%
- 리듬 감각: 우수
하은이가 돌던 중 살짝 비틀거렸다. 피루가 0.3초 앞서 예측했지만 개입할 수 없었다. 무대 위였으니까. 다행히 하은이는 스스로 균형을 잡았다.
발표회가 끝난 후, 하은이가 피루에게 달려왔다.
"어땠어? 잘했어?"
피루가 박소연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소연 님께서 '넌 이미 나보다 잘한다'라고 하십니다."
"정말?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어?"
바로 그때, 발레 선생님이 다가왔다.
"혹시 이 로봇이 녹화하고 있었나요?"
"네, 하은 님의 할머니께서 보고 계십니다."
선생님이 놀랐다. "할머니께서 전 국립발레단 박소연 선생님이시죠? 어릴 때 공연 보고 발레 시작했어요."
피루가 연결을 확대했다. 화면에 박소연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영광입니다. 하은이가 정말 재능이 있어요. 특히 리듬 감각이 뛰어나요."
"우리 하은이를 잘 가르쳐 주세요." 박소연이 웃었다.
그날 저녁, 피루가 돌아왔을 때 박소연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피루야, 영상 다시 보여줄 수 있니?"
피루가 하은이의 공연을 재생했다. 박소연이 떨리는 손을 들어 화면 속 손녀를 가리켰다.
"저 동작, 내가 처음 만든 거야. 1985년에."
피루가 비교 분석을 실행했다. 1985년 박소연의 동작과 2045년 하은이의 동작. 60년의 시차를 두고 같은 예술혼이 이어지고 있었다.
"소연 님의 예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 몸은 늙어도 춤은 계속되는구나."
박소연이 눈을 감았다. 피루의 센서가 감지했다. 깊은 잠이 아닌 깊은 만족이었다.
"피루야, 하은이가 넘어질 뻔했을 때 네가 예측했지?"
"네, 소연 님. 하지만 무대에서는 개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네가 있어서 안심이야. 하은이를 지켜줄 수 있으니까."
피루는 오늘의 데이터를 정리했다.
- 원격 참여를 통한 세대 연결 성공
- 60년 시차의 예술 전승 확인 기술이 물리적 거리 극복
박소연은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하은이를 통해 다시 무대에 서 있었다. 피루는 그 연결고리였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였다. 로보코어 서버에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다.
- 세대 간 문화 전수의 매개체 역할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