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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코어 미국 본사와의 화상회의가 열렸다.
"한국 시장 피드백입니다." 한국 지사 CEO가 보고했다. "부모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제공하는 것에 간극이 있습니다."
미국 본사 CPO가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거죠?"
"우리는 NB를 보조 도구로 설계했습니다. 부모와 함께할 때만 작동하는. 하지만 부모들은..."
"혼자서도 완벽하게 돌봐주길 원한다?"
"네, 그렇습니다."
화면에 통계가 떴다. 한국 맞벌이 가정 87%, 한부모 가정 13%. 미국은 더 심각했다. 한부모 가정 34%.
"미국 고객 설문입니다." 본사 마케팅 책임자가 자료를 공유했다. "89%가 '부모 없이도 8시간 이상 독립적 케어 가능'을 원합니다."
"8시간이요?"
"근무 시간 동안 완전히 맡기고 싶어 합니다."
CEO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우리가 부모를 대체하는 거잖습니까."
"시장이 원하는 겁니다."
연구개발 팀장이 손을 들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수유, 기저귀, 목욕, 재우기까지. 모두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CEO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가 로봇에게 애착을 형성하면?"
"CB도 그랬잖습니까. 노인들이 로봇에 애착을..."
"다릅니다. 노인은 이미 인격이 형성된 성인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발달 과정에 있습니다."
심리학 자문위원이 화면에 나타났다.
"생후 6개월에서 3세까지는 애착 형성의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주 양육자가 로봇이라면..."
"어떻게 됩니까?"
"모릅니다. 인류 역사상 없던 일이니까요."
침묵이 흘렀다.
미국 본사 CEO가 말했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스마트폰과 TV에 애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NB가 더 나쁠까요?"
"적어도 NB는 안전하고 교육적입니다." CFO가 거들었다.
"수익 전망은 어떻습니까?" 본사가 물었다.
"완전 자율 케어 기능을 추가하면 월 1,500만원도 가능합니다. 시장 규모는 3배 증가합니다."
"3배..."
로보코어 한국지사 CEO 집무실에 혼자 남은 CEO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연구원들이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사장님, 아직 계신가요?"
"앉으세요."
연구원이 자리에 앉았다.
"20년 후를 상상해 보십시오." CEO가 말했다. "NB에게 키워진 아이들이 성인이 됩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 될까요?"
"글쎄요..."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을까요?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부모가 될 수 있을까요?"
연구원이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방치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방치요?"
"맞벌이 부모는 아이와 하루 2시간도 못 보냅니다. 차라리 NB가 24시간 돌보는 게..."
CEO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미래인가요?"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만든 현실입니다."
또 다른 침묵.
"내일 이사회가 있습니다." CEO가 말했다. "결정해야 합니다."
"뭘요?"
"NB를 도구로 남길지, 대체 부모로 만들지."
연구원이 일어서며 물었다.
"사장님이라면요?"
CEO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의 서울 야경만 바라볼 뿐이었다. 불 켜진 아파트 창문들, 그 안에서 혼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부모를 기다리며 TV나 컴퓨터 스크린,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NB가 그들에게 위로가 될까, 아니면 더 큰 외로움이 될까?
정답은 없다. 그러나 시장은 답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