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프로토타입 NB-00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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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넘

이사회는 4일 만에 결론을 내렸다. 로보코어는 두 가지 모델을 동시에 출시하기로 했다. NB-A(Assistant)와 NB-F(Full Care). 시장이 선택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법무팀은 즉시 계약서를 작성했다. NB-F의 면책 조항은 무려 12페이지에 달했다. 굵은 글씨로 강조된 문구들이 반복되었다.


** 본 제품 사용으로 인한 아동의 정서적, 심리적, 발달적 영향에 대해 로보코어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 인류 역사상 로봇이 영유아를 단독 양육한 사례가 없으므로, 장기적 영향은 예측 불가능하다.

** 구매자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감수한다.


각 페이지마다 서명란이 있었다. 총 12번의 서명, 변호사 입회 필수, 공증 필수, 철회 기간 없음, 등 로보코어는 미래에 예측할 수 있는 모든 소송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케팅팀은 다른 전략을 짰다. NB-A는 밝은 파스텔톤 브로슈어로, NB-F는 흑백 문서로 제작되었다. 홈페이지 메인에는 NB-A가 더 크게 노출되었다. NB-F는 세 번의 경고 팝업을 거쳐야 접근 가능했다.


"정말로 부모 없이 로봇만이 아이를 돌보기를 원하십니까?"

"이 선택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셨습니까?"

"로보코어는 NB-A(보조 모델)를 강력히 권장합니다."


가격도 차별화했다. NB-A는 월 800만원, NB-F는 월 1,500만원. 정부 지원은 NB-A에만 적용되었다. 보건복지부가 완전 자율 케어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회가 열렸다. CEO는 NB-A에 대해 30분을 할애했다. 부모와 함께하는 육아의 아름다움, 로봇이 도와주는 여유, 아이와 부모의 유대감 강화. 반면 NB-F는 5분이었다. 기능 나열과 면책 조항 안내가 전부였다.


"NB-F를 선택하시는 것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도 온전히 고객님의 것입니다."


기자들이 물었다. 왜 권장하지 않으면서 제품을 출시하는가? CEO의 대답은 간단했다.

"시장이 요구하니까요. 우리는 경고했습니다. 선택은 부모가 하는 겁니다."


예약 판매가 시작되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NB-F가 NB-A의 3배 판매량을 기록했다. 대부분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이었다. 12페이지 면책 조항에 서명하며 그들이 남긴 코멘트는 한결같았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요."


연구소에서 한 엔지니어가 출하 준비를 하며 중얼거렸다.

"몇 년 후 이 아이들이 우리를 원망하지 않을까?"


옆의 동료가 대답했다.

"그때쯤이면 로봇에게 키워지는 게 정상이 되어있을 거야."


로보코어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언론은 '육아의 혁명'이라 썼다. 일부 아동 심리학자들의 우려는 작은 목소리로 묻혔다.


NB-F 첫 출하일. CEO는 창고를 바라보며 한 문장을 남겼다.

"우리는 경고했다. 역사가 우리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이제 이 로봇들이 키울 아이들이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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