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로봇 NB-F1 (1)

100-56

by 매그넘

2045년 11월 새벽 3시. 아기 울음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니, 뜨려다가 다시 감았다. NB-F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침실 문 너머로 로봇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저귀 교체를 시작합니다."


시험관 시술 5번, 기억도 나지 않는 커다란 액수의 비용, 무려 6년의 기다림 끝에 얻은 아이였다. 하지만 출산 2주 후 나는 무너졌다. 2시간마다 수유, 기저귀, 울음, 너무 조심스러운 아이 목욕, 너무 짧게 느껴지는 3개월의 육아휴직, 그리고 팀장 승진을 앞두고 출산 휴가에 돌입한 것이 계속 걸렸다.


"NB-F 신청하자." 남편이 먼저 말했다.

12페이지에 달하는 면책 조항에 서명하면서도 죄책감보다 안도가 컸다. 월 1,500만원이 부담스럽지만 우리 둘의 연봉에서는 나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NB-F가 도착한 첫날을 잊을 수 없다.


"안녕하세요. NB-F1-0847입니다. 아기 정보를 입력해 주세요."


이름, 생년월일, 알레르기, 선호 온도, 목소리 등.. 마치 가전제품 설정 같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10분 만에 아이가 그치지 않던 울음을 멈췄다.


"유진성 아기 왼쪽 귀 염증 초기 증상입니다. 병원 예약을 원하십니까?"

나는 3일 동안 몰랐던 것을 로봇은 10분 만에 알아냈다.


그리고 정말 천국처럼 편한 시간이 찾아왔다. 새벽에 깨는 일 없이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이었는지 이때 처음 깨달았던 것 같다. 복직 날이 다가왔다. NB-F 덕분에 체력도 회복했고, 몸매도 거의 돌아왔다.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요가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진성이는 안정적입니다. 출근하셔도 됩니다."


회사에서도 집중할 수 있었다. 실시간 영상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고, NB-F는 30분마다 리포트를 전송했다.

- 10:30 - 수유 완료 (120ml)

- 11:00 - 낮잠 시작

- 11:45 - 기저귀 교체


동료들이 부러워했다.

"너 정말 출산한 거 맞아? 너무 멀쩡한데?"

"NB-F 덕분이야."


승진도 했다. 상사는 말했다. "출산 후에도 퍼포먼스가 떨어지지 않는 건 처음이야."


완벽했다. 정말 완벽했다.


그런데 어제,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을 때 진성이가 울고 있었다. 내가 안아 올렸다. 더 크게 울었다. 낯설어하는 것 같았다. NB-F가 다가왔다.

"제가 안겠습니다."


NB-F의 품에 안긴 순간, 울음을 멈췄다. 진성이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그런 평화로운 얼굴.. 서운했다.


"엄마보다 NB가 더 좋은 거니?"

농담으로 물었지만 진성이는 대답 대신 NB-F를 바라보며 웃었다. 내가 아닌 로봇에게 웃어줬다.


남편이 위로했다. "피곤해서 그래.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날 밤, 나는 진성이 방을 들여다봤다. NB-F가 아이를 안아서 부드럽게 흔들며 재우고 있었다. 완벽한 각도, 완벽한 속도. 진성이는 칭얼거림 없이 잠들었다.


이게 내가 원한 것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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