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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5년 12월, 서울의 어느 어린이집.
"원장님, 정말 괜찮을까요?"
3년 차 교사 윤주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오늘은 NB-A 두 대가 시범 배치되는 날이었다.
"보육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야. 지난달에도 두 명이 그만뒀잖아." 원장이 한숨을 쉬었다. "28명을 교사 3명이 볼 수 없어."
NB-A 두 대가 도착했다. CB보다 작은 120cm, 연노란색 외관이 따뜻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NB-A 0391입니다. 보조 교사 모드로 설정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우와, 로봇이다!"
"만져봐도 돼요?"
"따뜻해!"
NB-A의 실리콘 외피는 36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세게 밀었다. NB-A는 뒤로 물러나며 부드럽게 말했다.
"친구를 밀면 아파요. 살살 만져주세요."
가장 바쁜 점심시간이었다.
"선생님! 물 쏟았어요!"
"코피 나요!"
"응아 마려워요!"
평소라면 교사들이 뛰어다니며 처리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NB-A 1호가 물을 닦고, 2호가 코피 처리를 했다. 윤교사는 아이를 화장실에 데려갈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밥을 앉아서 먹네요." 김교사가 놀랐다.
낮잠 시간이 더 놀라웠다.
NB-A가 아이들 사이를 조용히 움직이며 이불을 덮어주고, 잠들지 못하는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센서로 각 아이의 수면 상태를 체크했다.
- 15명 숙면
- 8명 얕은 잠
- 5명 깨어있음
"박준서 어린이가 37.2도입니다. 미열 상태입니다."
교사가 확인하니 정말 그랬다. 평소라면 놓쳤을 증상이었다.
오후 자유놀이 시간, 한 아이가 블록을 던지려 했다. NB-A가 1.5초 만에 개입했다.
"블록은 쌓는 거예요. 던지면 친구가 다쳐요."
위험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원 시간. 부모들이 몰려들었다.
"어머, 이게 그 NB-A인가요? 신기하네요!"
한 아버지가 윤교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써보니까 어떠세요? 정말 도움이 되나요?"
"네, 확실히 손이 덜 가요. 위험 상황도 미리 감지하고..."
"아이들 반응은 어때요?" 다른 엄마가 궁금해했다.
"처음엔 신기해했는데 금세 적응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NB 선생님, 로봇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혹시 거부감 보이는 아이는 없었나요?"
김교사가 대답했다. "오히려 잘 따르더라고요. 항상 일정한 톤으로 대해주니까."
모든 아이가 귀가한 후, NB-A가 각각 리포트를 출력했다.
"오늘 하루 기록입니다."
- 위험 상황 예방: 12건
- 기저귀 교체: 18회
- 코피/구토 처리: 3건
- 체온 이상 감지: 2명
"우리가 놓친 게 이렇게 많았구나." 김교사가 놀랐다.
원장이 교사들을 모았다.
"NB-A 정식 도입할 겁니다. 월 800만원씩 2대. 교사 1명 인건비랑 비슷해요."
"그럼 우리가 잘리는 건가요?" 막내 교사가 물었다.
"아니에요. 오히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개선되는 거죠. NB는 도구일 뿐이에요."
윤교사는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창밖으로 스쳐가는 어둠을 보며 오늘 하루가 떠올랐다.
확실히 편했다. 처음으로 점심을 제대로 앉아서 먹었고, 화장실도 참지 않고 갈 수 있었다. 민준이가 그림책을 가져왔을 때 "잠깐만"이 아닌 "그래, 같이 읽자"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무릎 위에 앉았을 때 3년 만에 처음으로 교사가 된 이유를 기억했다.
기계적인 일은 NB가, 정서적 교감은 사람이. 어린이집 원장의 말대로 완벽한 역할 분담처럼 보였다. 기저귀 갈기, 코 닦아주기, 흘린 물 치우기. 그런 일들을 NB가 처리하는 동안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가슴 한편이 서늘했다. NB-A가 준서의 미열을 감지했을 때 왜 우리는 미리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생겼다. 나는 정말 필요한 존재일까? 정서적 교감이라는 것도 언젠가는 알고리즘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지하철이 덜컹거렸다. 흔들림에 몸을 맡기며 윤교사는 생각했다. 오늘 NB-A가 아이를 토닥이는 모습이 나보다 더 일정하고, 더 인내심 있어 보였다는 걸. 그래도 아이들이 안기며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말할 때의 그 온기는... 로봇이 흉내 낼 수 없겠지? 아니면 그것마저도 시간문제일까?